학업성취도평가 표준화 점수 변화
최재성·황지수 교수 등 성취도 분석 논문
일반고생 수학 석차 5.4등 하락
자사고 학생만 올라 양극화 심화
일반고생 수학 석차 5.4등 하락
자사고 학생만 올라 양극화 심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고교선택제를 도입한 2010년 이후 자사고를 뺀 일반고 등 모든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하향 평준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사고가 성적 우수 학생들을 대거 흡수하며 일반고 학생의 학업동기나 교육환경 수준을 떨어뜨리면서 황폐화를 불러온 실증적 증거로 평가된다. ‘성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31일 최재성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와 황지수 한국외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2010~2012년도 서울 지역 고2 학생들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얻은 국어·영어·수학 과목 점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0년 자사고 도입을 앞뒤로 서울 학생의 평균 성적이 표준편차의 3.8%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00명이 있는 학급의 석차로 바꿔 말하면 평균 1.5등가량 낮아진 것이다. 두 연구자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고교선택제가 미친 영향: 한국의 정책 변화를 근거로>라는 논문을 지난 4일 발표했다.
고교선택제를 시행하고 자사고를 도입한 뒤 유일하게 성적이 오른 곳은 자사고였다. 반면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특수목적고(예체능계 특목고, 특성화고 제외)의 평균 성적은 모두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수학 성적을 보면 자사고의 경우 성적 향상도가 표준편차의 93%나 됐다. 이는 자사고 학생의 평균 성적이 정책 시행 전에는 100명 중 50등이었다면, 정책 시행 이후에는 18등으로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일반고 학생들의 수학 점수는 표준편차의 13.8%, 영어는 14.8% 하락했는데, 이는 평균 학생의 석차가 5.4등, 5.9등씩 하락했음을 뜻한다.
최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사고로 인한 일반고 학생들의 성적 하락 현상은 같은 일반고라도 남학생의 성적 하락이 여학생보다 더 심한 데서도 드러난다. 서울 지역 자사고 25곳 중 여학교는 3곳뿐이나 남학교는 17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고교선택제는 중학교 졸업생에게 1차로 서울 지역에 있는 모든 고교 중 2곳에 지원할 기회를 줘 정원의 20%까지 추첨으로 선발하는 제도다. 1차에서 안 되면 2차로 학생이 속한 학군의 고교 2곳을 지원할 수 있게 해 정원의 40%를 추첨으로 뽑고, 여기서도 안 되면 통학 거리 등을 고려해 배정한다. 자사고는 정원의 80%인 일반 전형에 내신 성적이 상위 50% 이상인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
두 연구자의 결론은 고교선택제와 자사고 정책을 추진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 2008년 발표한 논문과 전혀 다르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의 논문에서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각기 다른 학교에 진학하게 한 것이 학업성취도 중간 이상의 학생들에겐 유익했고 중간 이하 학생들에겐 어떤 피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연구자는 “이번 분석결과는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조합에 따른 ‘또래효과’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의 수준이 달라지면서 전체 학생의 성적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사고가 일반고 황폐화에 끼치는 악영향을 실제 데이터로 증명해낸 것이다. 여기에 일반고 황폐화로 인한 학업 포기자들까지 고려하면 자사고의 악영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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