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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체제 출범’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4-07-28 19:38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8월 5일에는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김무성의 새누리당, ‘하청 정당’ 탈피가 제1과제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 체제로 개편됐다. 김 대표는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따돌렸다. 최고위원회도 ‘비박’ 3명과 ‘친박’ 2명으로 구성됐다. ‘친박 일색’이던 이전 지도부에 견줘 친박 색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당청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박근혜 당’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고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했다.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국회에서 청와대 요구를 관철하는 ‘거수기’ 노릇에 충실했다.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읍소하는 ‘박근혜 마케팅’에 의존해 겨우 지방선거를 치른 게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자생력을 상실한 집권당은 순식간에 청와대의 ‘하청 정당’으로 전락했다.

‘집권당의 자생력 확보’를 내건 김 대표가 서청원 의원을 제친 데 담긴 의미는 명확하다. 청와대만 바라보는 ‘청바라기 정당’에서 벗어나라는 요구다. 여당의 자생력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 관점으로 정치를 바라볼 때 싹을 틔울 수 있다. 때론 청와대에 ‘노’(NO)라고 말하는 정당이 제대로 된 집권당의 모습이다.

청와대가 집권당에 행사한 과도한 영향력은 정치 실종을 초래한 주된 요인이기도 했다. 이전의 ‘친박 지도부’는 야당을 공격하는 최선봉에 섰고, 정치는 실종됐다. 집권당이 ‘청와대 수호대’를 자처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김 대표에겐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고 입법부의 기능과 위상을 정상화할 책무가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극심한 계파갈등 속에 ‘살생부’, ‘친박 5적’ 따위의 막말이 난무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 대표 역시 금품 관련 유죄판결 전력 등 구태정치에서 썩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집권당의 면모를 일신해내지 못하면 ‘구태정치’ 꼬리표도 영영 떼지 못할 것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마음껏 할 말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는 한때 박 대통령 휘하에서 ‘친박 좌장’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은 그는 박 대통령이 반대했다면 국회에 다시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을 지닌 집권당 대표다. 2016년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이며,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속해 있다. 힘이 커지면 책임도 무거워진다. 김 대표가 정치발전에 기여하려면 여당의 자생력이 저절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김무성 신임 대표, 대등한 당청관계 만들라

임기 2년의 새누리당 새 대표에 김무성(63·부산 영도) 의원이 선출됐다. 김 신임 대표는 30대 때인 198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야당 시절 참모로 정치를 시작해 청와대 비서관, 내무부 차관을 거쳐 1996년부터 내리 5선에 성공한 뼛속부터 정치인이다. 국회 요직과 주요 당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대화와 협상이 몸에 배어 있고,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어제 열린 전당대회는 이른바 ‘친박의 좌장’이라는 서청원 의원과 ‘비박의 대표’라는 김 신임 대표의 치열한 경쟁으로 혼탁 선거의 우려와 함께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찼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지냈지만 박 대통령 취임 뒤 집권세력을 이끌어 왔던 친박 핵심에서 밀려났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와 서청원 의원 측은 네거티브 선전전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 세력 동원에 줄세우기도 모자라 차기 대권후보 논쟁까지 벌였다. 21세기 집권당의 바람직한 경선과는 거리가 먼 구태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우선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찢기고 상처 입은 새누리당의 경선 후유증을 치유하고 민심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날 선출된 5명의 당 지도부에 2위를 한 서청원 의원 말고 홍문종 의원 같은 다른 친박 핵심의 진출은 실패했다. 3위와 4위를 각각 김태호·이인제 의원이 차지했다. 당원과 여론이 능력의 한계를 보인 채 위기를 맞고 있는 집권세력의 방향타를 더 이상 친박한테 맡길 수 없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래 박 대통령의 청와대가 보여준 서투른 수습 능력과 소통의 난맥, 거듭된 인사 실패는 집권세력의 위기를 넘어서 국가의 위기감마저 자아내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을 청와대 밑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당을 지시하고 인사와 공천에 개입해 왔다”고 비판해 왔다. 정곡을 찌르는 인식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정권을 창출한 책임 있는 주체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만 생기면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거나 대통령 뒤에 숨는 무기력증을 보여 왔다.

김 대표의 새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당청 간에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당 대표 간 정례회동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집권당은 대야 관계에서 유연함과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집권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야당도 새누리당을 건너 뛰어 대통령과 직접 상대하려는 완고한 자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이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국가혁신 작업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김 대표는 우파보수정권의 재창출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우파가 타락해 부패·기득권·웰빙 정당이 됐다는 뼈아픈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가 열린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된 김무성(오른쪽) 의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경선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가 열린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된 김무성(오른쪽) 의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경선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논리 대 논리]
‘정당정치 회복’ 한목소리…기대감 방향은 달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친박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비박의 대표’로 꼽히는 김 신임 대표 간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김무성 의원이 서청원 의원에 1만표 이상의 표 차이로 압승을 거둔 것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선거 결과에 대한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분석은 비슷해 보인다. 한겨레는 김무성 대표의 선출을 새누리당이 “청와대만 바라보는 ‘청바라기 정당’에서 벗어나라는 (국민의) 요구”로 해석한다. 중앙일보 또한 “당원과 여론이 능력의 한계를 보인 채 위기를 맞고 있는 집권 세력의 방향타를 더 이상 친박한테 맡길 수 없다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정당정치는 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이다. 정당은 시민들의 의견을 대표하여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며 정견(政見)과 정책을 만든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 새누리당의 현실은 제대로 된 정당정치의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정권을 창출한 책임 있는 주체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만 생기면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거나 대통령 뒤에 숨는 무기력증을 보여 왔다.” 한겨레 또한, 새누리당이 그동안 ‘박근혜 당’의 한계를 벗지 못했었다고 꼬집는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박근혜 마케팅에 의존해 겨우 지방선거를 치른” 지경에 이르렀으며, “청와대의 ‘하청 정당’”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지적은 적절해 보인다. 정당정치는 지도자 한 사람만 바라보지 않는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혼자 국가를 이끄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정치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기 어렵다. 이런 처지에서는 중앙일보의 지적대로 “서투른 수습 능력과 소통의 난맥, 거듭된 인사 실패”가 일어나기 십상이다.

반면, 정당정치가 뿌리내린 곳에서는 지도자가 없어도 국가가 제대로 굴러간다. 시민들의 의견을 정책으로 모으고 행정으로 옮기는 과정이 모든 성원의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높은 대중 지지도에만 기대던 새누리당은 어느새 정당정치의 ‘기본기’를 잊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김무성 대표의 등장을 의미 있는 변수로 바라본다. 중앙일보는 김 대표를 “뼛속부터 정치인”으로 평가한다. 그는 “대화와 협상이 몸에 배어 있고,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한겨레 또한 김 대표를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을 지닌 집권당 대표”이며, “2016년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이며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속”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김무성 대표를 정치 경험과 추진력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하는 셈이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입장은 비슷하다. 한겨레는 김 대표에게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고 입법부(국회)의 기능과 위상을 정상화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앙일보 또한, “당청 간에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중앙일보는 집권당이 ‘청와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대야(代野) 관계에서 유연함과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 충고한다. 한겨레 역시 “청와대가 집권당에 행사한 과도한 영향력”을 정치 실종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회복해야 야당과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뜻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하지만 두 사설이 김 대표에 대해 요구하는 바는 확연하게 다르다. 중앙일보는 새누리당이 “경선 후유증을 치유하고 민심과 함께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다. 나아가 김 대표가 ‘우파보수정권의 재창출’을 강조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새누리당이 ‘부패·기득권·웰빙’ 정당이 됐다는 뼈아픈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하라고 주문한다. 반면, 한겨레는 김 대표에게 “정치발전에 기여하려면 여당의 자생력이 저절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하며, “여당의 자생력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 관점으로 정치를 바라볼 때 싹을 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김 대표에 대해 두 사설은 서로 방향이 다른 요청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두 사설의 입장은 같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한 이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김무성 신임 새누리당 대표 선출

지난 14일 새누리당은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제3차 전당대회를 열고 대표 최고위원을 비롯한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이번 지도부 선거는 일반·책임당원, 대의원, 청년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70%)와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투표 결과, 김무성 의원이 총 12만4757표의 유효표 가운데 5만2706표를 얻어, 3만8293표를 얻은 서청원 의원을 제치고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김 신임 대표는 그동안 ‘비박계’로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었던 인물이다. 이런 김 대표가 주류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서청원 의원을 8%포인트의 큰 격차로 눌렀다는 사실은 새누리당에 큰 변화로 여겨지고 있다.

김 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수평적 당·청 관계”를 앞세우며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잘못 가고 있는 부문은 바로잡는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김 대표는 ‘무대’(김무성 대장)라 불리며, 특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또한, 청와대 비서관, 내무부 차관을 거치며 관료 경험을 쌓았고, 국회 요직과 주요 당직을 두루 경험한 5선의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이렇듯 연륜과 정치 감각에서 김 대표는 돋보이는 인물이다.

반면, 김 대표는 금품 관련하여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 2012년 대선에서 ‘엔엘엘(NLL) 대화록’을 원본 그대로 유출한 사건, ‘새누리당 근현대역사교실’에 참여하면서 내비친 우익의 역사관 등으로 적잖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추천 도서]

미국의 민주주의 1, 2
알렉시 드 토크빌 지음, 임효선 옮김
한길사 펴냄, 2009년

토크빌은 “민주주의는 가장 뛰어난 정부를 낳지는 못한다. 그러나 가장 능력 있는 정부도 하지 못할 일들을 해낸다”고 말한다. 민주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의견이 좌충우돌한다. 그 가운데서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 뛰어난 지도자 한 사람이 사회를 이끌고 가면 민주주의를 할 때보다 더 큰 성과를 낼지 모른다. 하지만 시민은 점점 노예로 길들여진다. 의견을 펼치고 다른 생각을 조정하며 타협을 이끄는 기술은 자꾸 해봐야 몸에 밴다. 지도자 뒤만 쫓아다닌 이들에게 이런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왕이 지배했던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힘들었던 이유다. 토크빌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사회, 국가에 관심을 갖고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토크빌의 잣대로 볼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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