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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오전 8시부터 40분간 학교앞 1인 시위
오후 수업 없어 오전 수업 뒤 집회장으로

등록 2014-06-27 19:37수정 2014-06-27 20:33

서울 양천구 정목초등학교 교사인 이현숙씨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대국민 홍보활동을 하기에 앞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양천구 정목초등학교 교사인 이현숙씨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대국민 홍보활동을 하기에 앞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퇴 투쟁’ 이현숙 교사의 하루
“우리의 선택이 옳고 정의라 믿어”
동료 교사들도 “힘내세요” 응원
서울 양천구 정목초등학교 이현숙(49)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조퇴 투쟁’을 예고한 27일 아침 화장대 거울 앞에 놓인 노란 손수건을 바라봤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날 오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교사를 포함한 어른들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조퇴 투쟁도 법 테두리 안에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인시위로 하루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아침 8시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철회하라”는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40분간 학교 정문 앞에 서 있었다. 학교 담장엔 “참교육 25년 전교조를 지켜주세요”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 19일 법원이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뒤 정목초 전교조 조합원들이 만든 것이다.

출근한 이 교사는 오전 9시50분부터 40분짜리 수업 3개를 진행했다. 낮 12시10분에 수업을 모두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이 교사는 이날 오후 수업이 없었다. 담임교사가 아닌 교과 담당 교사였기 때문에 종례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는 조퇴 신청서에 “전교조 법외노조화 관련 정부종합청사 항의 방문”이라고 사유를 적었다. 교감은 “결제할 수 없다는 것 아시죠? 학교를 나가셨다는 것만 알고 있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무단조퇴로 처리하겠다는 뜻이었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시·도교육청 교육국장회의를 열어 ‘조퇴투쟁 주동자와 참가자를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국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 교사는 교감에게 “그래도 집회 참석을 위해 조퇴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학교를 나서기 전 메신저로 정목초 동료 교사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정부는 조퇴 투쟁에 나서는 전교조 선생님들을 징계로 위협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택이 옳고 정의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교를 나서는 이 교사에게 전교조 소속이 아닌 교사들이 “힘내세요”라며 얼음물과 간식거리를 챙겨줬다.

이 교사는 낮 1시 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대국민 선전 퍼포먼스는 물론 오후 6시부터 종각에서 진행된 ‘박근혜 퇴진! 전교조 지키기 교사·시민 결의대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교사는 조퇴 투쟁으로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정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교사는 한 학교에 1~2명 정도에 불과한데다 오후에 수업이 있는 교사는 오전이나 다른 날로 수업을 미리 바꿨다. 정목초의 전교조 소속 교사는 모두 7명이었지만 이날 조퇴 투쟁엔 이 교사 한명만 참여했다. 다른 조합원 두명은 평소처럼 퇴근한 뒤 오후 6시 집회부터 참여했다. 이 교사는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서는 교육부가 혼란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라고 말하곤 거듭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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