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현장 목소리 들으려 했으나
환영 현수막 등 소식에 방문 취소
고별강연서 교육정책 구상 밝혀
“공존·평화 지향 인간상 교육”
환영 현수막 등 소식에 방문 취소
고별강연서 교육정책 구상 밝혀
“공존·평화 지향 인간상 교육”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려다 학교 쪽의 의전 준비가 지나치다며 방문을 취소했다.
조 당선자는 11일 오후 5시께 서울 구로구의 한 일반계 고교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교사·학생·학부모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듣는다, 희연쌤’이란 이름으로 마련한 연속 학교 방문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그 첫 일정으로 일반고를 찾아 자신의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실천할 방안을 들어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조 당선자는 방문 전 교육청을 통해 ‘과도한 의전과 방문 준비를 삼가달라’는 협조 요청을 학교와 언론에 전달했다. 교육청은 “학교 정문에 도열하지 말고 안내인 한 분만 나오세요. 승용차의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배웅도 멀리 나오지 말고 현장에서 해주세요”라는 조 당선자의 당부를 학교 쪽에 전했다. 몸을 낮추는 탈권위 행보로 교육 현장의 오랜 권위주의 문화를 바꿔나가겠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학교 쪽에선 교직원·학생을 동원해 대청소를 하고 ‘교육감 방문 환영’ 현수막 제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당선자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권위주의적인 과잉 의전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학교 방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조 당선자 쪽은 현장 방문 계획을 교육청이 미리 알리는 방식으로는 과잉 의전을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방안을 찾기로 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감이 온다면 학교에 난리가 날 정도로 권위주의 문화가 강한 곳이 교육계”라며 “조 당선자가 이런 관행을 어떻게 바꿔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장은 “학생들은 청소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설사 청소를 했더라도 청소는 기본적인 교육 활동이다. 과잉 의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수막도 만들기로 했다가 의전을 자제하라고 해서 취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 당선자는 이날 오전 성공회대 교수직을 사임하며 한 고별 강연에서 “교육을 통한 계급적 불평등의 재생산이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교육이 사회적 이동을 촉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창의지성교육·창의인성교육·창의세계화교육으로 구성되는 ‘혁신미래교육’을 펼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정답보다 질문을 중시하고 △국·영·수 중심의 지성만이 아니라 감성·인성·지성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국가주의·민족주의를 넘어 공존·평화를 지향하는 인간상을 제시했다.
그는 혁신학교를 교장과 교사, 교사와 학생이 민주적 관계를 맺는 프로젝트로 이해한다며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사가 자율적 교육 주체로, 학생은 자기주도적 학습의 주체로 만날 때 창의적 교육·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훈 이수범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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