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딸인 캔디 고(한국명 고희경·27)씨가 아버지를 향해 거듭 “교육감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 후보는 경쟁자인 문용린 후보와 전처의 아버지인 고 박태준 포항제철 명예회장 일가의 ‘정치공작’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고씨는 이를 부인했다.

캔디 고씨는 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고 후보가 ‘아들은 건드리지 말아달라며 울었다’는 보도를 보고 공개 편지를 쓸 결심을 했다. 그 눈물은 자기가 버리기로 결정한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미국에 사는 고씨는 지난 31일 ‘고승덕은 자식들 교육을 방기했다.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한겨레>와 단독으로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그는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다 그가 교육감 선거에 나왔다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저는 그 기사를 믿을 수 없었고, 이번에도 조용히 있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명백히 자기 자녀들을 버린 아버지다. 교육감을 할 자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자질론 제기’ 딸의 글과 인터뷰
‘아들 운운’ 보도에 공개편지 결심
전화번호 바뀐 적 없고 통화 안해

‘음모론 주장’ 아버지의 회견
전처 일가에 자녀 빼앗기는 아픔
네댓달 전에도 한국온 딸과 통화

‘공작설 부인’ 딸의 재반박
27살 성인, 스스로 판단능력 있어
책임 안지는 사람 알리려 했을뿐

고씨는 고 후보가 그동안 자신들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전화나 인터넷이 있었지만 저나 동생에게 잘 있는지 연락 한번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인터뷰에서도 “저는 그의 재혼 사실을 인터넷으로 알았다. 그가 정말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면, 자기 자식이 인터넷으로 자기 부모의 재혼 사실을 알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페이스북 글이 공개된 직후에 고 후보가 “전화번호를 바꿨니? 전화를 받지 않네”라고 카카오톡을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전화번호가 바뀐 적이 없는데 (고 후보로부터) 온 전화가 없는 걸 보면, 제 전화번호가 맞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페이스북 글이 공개된 뒤 고 후보가 “아버지로서 이혼 과정에서 아이들한테 상처를 준 것을 평생 미안해하며 청소년 봉사에 매진했다”고 공식 해명한 것에 대해 고씨는 “만약 그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느꼈다면, 자녀들을 무시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다음에 다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지 가르쳐야 한다”고도 했다.

고 후보의 사생활과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무관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고씨는 “교육이란 작은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녀와의 관계에서부터 말이다. 저는 자신의 아이들을 교육할 능력이나 그럴 의지가 없는 사람은 어떤 교육 정책도 펼칠 수 없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캔디 고씨의 글로 논란이 커지자 고 후보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고 후보는 1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 있는 선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 또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딸에게 자식의 양육권을 빼앗긴 아버지로서 많은 슬픔을 겪어야 했다”며 전처가 자신을 자녀들과 강제로 떼어놓았다고 주장했다.

고 후보는 딸의 페이스북 글이 박태준 일가와 문용린 후보 쪽의 기획이었다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고 후보는 “딸의 글이 고 박태준 회장의 아들과 문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고 말했다. 고 후보 쪽은 지난 수요일 딸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을 공개하며 “그동안 연락하지 않았다는 딸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딸이 4~5개월 전에 한국에 왔을 때도 연락해와 통화를 했다”며 딸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캔디 고씨는 고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한겨레>에 전자우편을 보내 “저는 27살 성인으로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며 공작설을 부인했다. 이어 “편지를 쓴 유일한 의도는 그가 자녀들을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혀 책임지지 않은 사람이란 사실을 서울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서울시민들이 어떤 서울시교육감을 선택할지와 관련되는 사실이다. 그들이 바른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지훈 이재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