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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족 다툼 명수학교 “오늘 폐쇄” 학부모들 “우리 아이 어떡하나요”

등록 2014-04-15 20:30수정 2014-04-15 22:25

지적·자폐성 장애 전문 특수학교인 서울 성북동 명수학교가 설립자 자녀들의 재산 다툼 때문에 16일부터 학교를 폐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오후 수업을 마친 이 학교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적·자폐성 장애 전문 특수학교인 서울 성북동 명수학교가 설립자 자녀들의 재산 다툼 때문에 16일부터 학교를 폐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오후 수업을 마친 이 학교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재산 관련 소송서 가족에 패하자
경영자 ‘임대료 못낸다’ 폐교 강행

교육청, 1년전 통보받고도 무대책
뒤늦게 “고발·건축비 압류” 경고
인수자 물색·공립학교 전환 추진
15일 서울 성북구 명수학교. 오후 수업을 마친 이애리(19·고2)양이 엄마 손을 잡고 마냥 즐거워한다. 이양은 1급 지적 장애인이다. 혼자선 밥을 먹지도 걷지도 못한다. 그래도 이양은 학교가 좋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밥을 먹여주고, 걸을 땐 장애가 덜한 친구가 손을 잡아 주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10년째 이 학교를 다니는 이양이 직업교육을 하는 ‘전공과’ 과정까지 마치려면 앞으로 4년을 더 다녀야 한다.

이양은 모른다. 하루 뒤면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그 때문에 이양의 엄마이자 이 학교 운영위원장인 최은희(48)씨가 대책회의를 열려고 이날 학교에 왔다는 사실도. 최씨는 “아이들은 학교가 폐쇄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명수학교는 지적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지난 7일 이 학교 경영자 최수일(62)씨는 “16일에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학부모와 교육청에 통보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최씨의 어머니와 형제자매 5명은 자신들과 공동명의로 돼 있는 땅에 학교 건물을 지은 만큼 터 사용료를 내라고 최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금 건물은 2009년 교육부와 교육청이 26억원을 들여 새로 지었다. 최씨는 지난달 이 소송에서 졌다. 가족들에게 매달 1989만원의 임대료를 낼 상황에 이르자 “학교 문을 닫겠다”고 했다. 96명의 학생은 학교를, 55명의 교직원은 직장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교육청은 14일 최씨한테 “학교 폐쇄는 교육감의 인가 사항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폐쇄를 강행하면 형사고발과 함께 건축비 26억원을 가압류하겠다”고 경고했다. 최씨의 누나이자 이 학교 교장인 최인숙(63)씨도 “학교 문을 닫지 못하도록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문을 잠그면 망치로 부숴서라도 수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자 최씨는 “경찰에 잡혀가더라도 16일 문을 닫겠다”는 태도다.

명수학교는 전국 162개 특수학교 중 유일하게 학교 법인이 아닌 개인 소유다. 경영자가 회계와 운영의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최씨의 아내 한아무개씨가 학교 행정실장은 맡고 있을 정도로 폐쇄적이다. 부부는 지난해 2월 교육청 감사에서 당직수당 6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청은 14일 도종환·유승희·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한테 “7월까지 학교를 인수할 독지가나 사회복지법인을 찾아보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내년 3월 공립학교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정상화 계획을 보고했다. 공립학교 전환은 학부모들도 원하는 방안이다. 공립화하려면 설립자 가족한테서 학교 건물과 터를 사들여야 한다. 이에 필요한 100억여원(교육청 추산)을 예산으로 감당해야 하는데 교육부의 중앙 투·융자 심사위원회와 시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교사와 학부모가 불안해하는 이유다.

학부모들은 경영자 최씨가 공립학교로 전환되면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내고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걸 노리고 ‘학교 폐쇄’ 카드를 꺼냈다고 보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교육청의 책임도 없지 않다. 최씨가 지난해 3월에 학교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통보했는데도 교육청은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운영위원장 최은희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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