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도서관인 백남학술정보관 안에 최근 개설된 ‘취업 컬렉션’ 코너. 한양대 제공
중앙대 도서관 만화·무협지 안 사
서울대는 전공 관련 ‘배트맨’ 구입
신청 제한도 권수·책값 각양각색
서울대는 전공 관련 ‘배트맨’ 구입
신청 제한도 권수·책값 각양각색
만화책은 안 되지만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된다. <배트맨>은 안 되지만 전공과 관련이 있으면 된다.
대학도서관 도서구입 기준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다. 만화 <식객> 시리즈를 사들인 곳은 연세대 도서관이고, <배트맨> 관련 도서를 구입한 곳은 서울대 도서관이다.
현재 도서관의 시설·규모·직원 배치 등은 모두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학생들로부터 도서구입 신청이 들어왔더라도 구입 여부는 도서관이 정한 기준을 따른다. 14일 중앙대 도서관의 구입 기준을 보면, 만화나 무협지, 판타지소설 등은 구입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같은 만화라고 해도 교양·시사만화 등은 예외가 적용된다. 대학생들이 볼 이유가 없는 유아·아동도서도 신청할 수 없다. 이른바 ‘외설 서적’도 안 된다. 수험서나 문제집 등 한번 보고 나면 끝인 실용서적들도 제외된다. 서강대 도서관은 “대학도서관 대부분이 이런 기준에 따라 판타지소설이나 무협지, 만화, 낚시, 당구 실습서 등은 구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세대 도서관은 완결편까지 수십권에 달하는 만화책은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구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널리 알려지고 교양과 정보가 녹아 있는 <식객> 같은 책은 구입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대 도서관 쪽은 “최근 한 학생이 ‘배트맨’ 책을 주문했다. 스토리 구상 등 신청 학생의 전공과 관련이 있어서 예외적으로 구입을 허용했다”고 했다. 서울대 도서관은 1년마다 ‘갱신’이 되는 탓에 소장 가치가 떨어지는 ‘시장동향’류의 책은 구입을 자제한다. 숭실대 도서관은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책들은 가급적 구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생들의 ‘도서 신청 권한’도 대학마다 각양각색이다. 서울대는 책값 기준으로 학부생은 연간 20만원, 대학원생에게는 60만원까지 도서구입 신청을 받는다. 중앙대는 학부생 50만원, 대학원생은 연간 80만원까지 허용된다. 고려대는 학부생 30만원, 대학원생 50~70만원까지 신청가능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간의 평균 정가는 1만4678원이다. 이 기준을 따르면 서울대 학부생은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연간 13권 정도 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권수로 제한을 두는 곳도 많다. 한국외대는 학생당 일주일에 3권까지 신청을 받는다. 한양대는 연간 학부생 15권, 대학원생 30권 기준을 적용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운영하는 경희대는 월 기준으로 학부생 7권, 대학원생 10권이다. 숭실대는 학부·대학원생 모두 한 학기에 25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는 통 크게 ‘무제한’ 신청을 받는다.
권수 기준에서 총액 기준으로 변경한 곳도 있다. 건국대는 지난 1일부터 희망도서 구입 신청을 연간 책값 50만원으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학생 1명당 국내 서적은 일주일에 3권, 외국 서적은 주당 1권 신청이 가능했다. 건국대 도서관 쪽은 “특정 학생이 특정 분야 책을 과다하게 신청하는 일이 있어서 기준을 고쳤다. 일부 학생만 이용하는 책까지 구입할 수는 없다”고 했다.
최우리 서영지 박기용 이재욱 박승헌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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