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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특목고 가려면 강남 이사’ 이젠 옛말

등록 2014-04-08 20:17수정 2014-04-09 08:49

외고·국제고에 강남 3구 합격률
5년 새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영어 내신 위주로 전형 바꾼 탓”
합격생 배출 중학교도 다양해져
“이젠 강남 쪽과 우리 동네에 별 차이가 없어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아무개(45)씨는 외국어고를 지망하는 중학교 1학년 아들(13)을 두고 있지만 강남 지역으로 이사할 생각이 없다. 외고에 가려면 영어 내신 성적이 2년 동안 1등급(상위 4%)이어야 하는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은 강남 지역에선 쉽지 않은 일이어서다. 한씨는 “강남·목동 지역 과외 교사들이 은평구까지 오기 때문에 굳이 사교육을 위해 강남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서울 지역 외고·국제고 입시는 더는 강남 학생들의 독무대가 아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7개 외고·국제고 입학생 거주지역(2009~2014년)’을 분석해보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거주하는 합격생 비율이 28.4%(2009년)에서 16.9%(2014년)로 떨어졌다. 특히 강남구 출신 학생들은 같은 기간 11.9%에서 5.3%로 반토막 났다. 조사 대상 학교는 서울의 사립 외고 6곳(대원·대일·명덕·서울·이화·한영)과 공립 서울국제고다.

외고와 국제고 입학생을 많이 배출한 중학교의 순위도 바뀌었다. 2009년에는 최다 배출 1~5위 학교가 모두 양천구에 있었지만, 올해는 광진구·노원구·강북구·양천구·노원구 등으로 다양해졌다. 합격생이 많은 자치구 순위도 2009학년도엔 강남, 양천, 노원, 송파, 서초 순이었지만 5년이 지난 2014학년도엔 노원, 송파, 양천, 성북, 도봉 차례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엔 교육부가 2011년부터 외고·국제고 선발 방식을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꾼 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2009학년도 입시까지는 내신 반영 비율이 낮았고,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어듣기와 구술면접 시험을 치러 외부 경시대회 수상 실적과 공인 어학 성적을 내도록 했다. 하지만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도입돼 1차 전형에서 영어 내신 등급만으로 정원의 1.5배수를 추렸다. 2차에선 사교육의 영향이 적은 독서기록이나 학업계획을 묻는 면접과 서류 전형을 실시하도록 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2010년까지 외고 입시에서 내신은 거의 중요하지 않아 강남 지역 중학교에서 70등 하던 학생도 대원외고에 원서를 내곤 했다. 그러나 자기주도학습 전형 도입으로 영어 내신이 중요해져 강남 학생들이 불리해졌다. 자사고로 성적 우수 학생이 분산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박홍근 의원은 “외고·국제고 입시에서 강남 3구의 강세는 약화됐지만 그 자리를 노원·양천구 같은 사교육 과열 자치구의 합격생이 대체했다. 다른 자치구 출신 학생도 질높은 외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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