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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국 학생들,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평가서 1위

등록 2014-04-01 22:08

“선행학습·학업 시간 길어 점수 잘 나오는 것” 분석도
한국 학생들이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중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평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8개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정부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다른 나라 보다 낫다”고 자찬하지만, 전문가들은 피사의 한계를 짚으며 과도한 입시경쟁을 문제삼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이시디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2012’ 중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평가(CBAPS) 국제 비교 결과’에서 한국 학생들이 2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고 1일 밝혔다. 피사는 학생들의 수학·읽기·과학 성적 수준과 추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고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제 평가다. 매번 한개 과목을 주영역으로 꼽아 심층조사를 벌이는데 이번에는 2003년에 이어 두번째로 수학이 주영역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번 조사에 2012년 5월21일부터 6월2일까지 만 15살 학생 5201명(고교 140곳, 중학교 16곳)이 참여했고, 이중 1403명이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평가를 치렀다.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평가 본검사에서 사용된 문제를 보면, 학생들은 로봇 청소기가 노란색·빨간색 장애물을 만났을 때 각각 다르게 반응하는 동영상을 본다. 그런 다음 주어진 4개 보기 가운데 로봇 청소기가 빨간 장애물에 부딪히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맞게 서술한 보기를 선택하면 된다.

 한국 학생들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문제해결력 차이도 오이시디 평균보다 작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를 두고 “다른 나라보다 학습 기회가 형평성 있게 제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다만, 남학생들의 문제해결력 점수가 여학생보다 13점가량 높고,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의 문제해결력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평가원이 이런 결과를 자화자찬 일색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문제삼는 전문가들이 많다. 평가원은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나라 만 15살 학생들의 문제해결력은 국제적으로 최상위 수준으로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21세기 핵심 역량 중 하나인 문제해결력 신장에도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다른 국가보다 더 나은 교육 시스템이 제공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한국이 피사에서 1등하는 것은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 덕이다. 피사 시험은 사교육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학업 시간이 길어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이라고 달리 해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평가원이 피사 2012 평가의 전체 결과를 발표했을 때 한국 학생의 수학 시험 성적은 높았지만 학습 태도와 내적 동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학 과목의 학습 태도를 지수(조사대상국 평균 0.00)로 살펴보면, 수학을 공부할 때 느끼는 흥미나 즐거움을 뜻하는 ‘내적 동기’ 관련 지수가 -0.20으로 조사 대상 65개국 가운데 58위였다. 특정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뜻하는 ‘자아 효능감’이나 자신의 전반적인 수학 능력과 관련한 믿음을 뜻하는 ‘자아개념’도 각각 -0.36(62위)과 -0.38(63위)이었다.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자존감·유능감 같은 영역에서 꼴찌 수준으로 나타난 것은 피사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오이시디는 기업들이 원하는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키우는 교육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 때문에 성적이 낮게 나오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는 피사에 대비한 공부를 시키는 병폐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2015년도에 새롭게 도입되는 ‘협력적 문제해결력’(CPS Competency)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이 평가는 둘 이상의 인물들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에 참여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를 본다. 이 대표는 “달라진 평가는 디지털 사용능력과 협동 능력을 평가할 텐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 평가도 잘 치러낼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정부가 피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도한 입시 경쟁과 낙오된 학생을 배제하는 교육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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