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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단독] 서울 7개 교육청도 ‘문용린 교육감 책’ 구매해 뿌렸다

등록 2014-03-18 08:10

산하기관 등이 2천여만원어치
문 교육감이 책 이름과 똑같이
‘정약용책배소’ 사업 추진하자
장학사들이 교재 명목으로 구매
교육단체 “횡령·배임” 고발키로
서울시교육청과 산하기관들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재임 기간에 문 교육감 저서를 2000여만원어치나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유아교육진흥원이 문 교육감의 책 1300여권을 학부모들에게 무료로 배포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관련기사: 서울교육청 산하기관, 문용린 교육감 책 1천여권 무료배포) 한 데 이어, 국가 예산을 들인 무더기 책 구매로 사적인 이득을 얻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17일 <한겨레>가 박혜자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교육감 취임 후 본청·지역청·직속기관 교육감 저서 구매 내역’을 보면, 서울시교육청 본청과 산하기관들이 문 교육감 취임 이후인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문 교육감의 책 5349권(2425만8855원어치)을 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선 학교에서 자체 예산으로 구입한 도서까지 합치면 액수는 더 커진다.

교육청 산하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책은 문 교육감이 기획자로 참여한 <문용린 교수님과 함께하는 정약용책배소 이야기>(이하 정약용책배소, 1세트 7권)라는 책이다.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지역교육청) 중 7곳과 유아교육진흥원 등이 이 책을 모두 4639권(1916만원어치) 구입했다. 정약용책배소는 ‘정직·약속·용서·책임·배려·소유’의 줄임말로, 문 교육감이 교수 시절 이들 6가지 덕목을 주제로 만든 도덕·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문 교육감은 이 책 제목과 똑같은 이름의 ‘정약용책배소 프로젝트’를 지난해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추진했고, 이에 발맞춰 7개 지역청과 진흥원 장학사들은 사업에 도움이 되는 교재라는 이유로 이 책을 구입해 관내 유치원과 학부모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11개 지역청은 2011~2012년 모두 27차례에 걸쳐 관내 유치원에 책을 배포한 적이 있지만, 단일 저자의 책을 이렇게 많이 배포한 것은 조벽·최성애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623권(605만원어치) 이후 최대 규모다. 복수의 지역교육청 장학사는 “정약용책배소 사업에 부합하는 교재를 찾다 보니 같은 이름을 가진 책을 선정했다. 본청의 지시를 받아서 구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지역교육청 장학사는 “다른 교육청 장학사가 추천해 책을 구입해 배포했다”고 말했다.

지역교육청에서 많은 돈을 들여 배포했지만 실제 유치원 현장에선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책을 배포받은 복수의 유치원 교사는 “동화책이긴 하나 글밥(글양)이 많아 유치원생 수준에선 어렵고, 흥미를 끌 만한 편집이 아니라 수업에 도움을 받은 점이 없었다. 그냥 도서실에 꽂아뒀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대규모 저서 구입으로 문 교육감이 개인적 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지역 교육시민단체 22곳이 모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18일 서울중앙지검에 문 교육감을 선거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의 강영구 변호사는 “지역청에서 책을 배포한 것을 본청과 문 교육감이 알았다면, 업무상 행위로 이익을 본 문 교육감과 업무를 처리한 장학사들에게 업무상 횡령 및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교육감이 돼서 인성교육 운동을 펼치겠다고 해서 정약용책배소 캠페인을 한 것일 뿐 (지역교육청의 책 구입을) 보고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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