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산하기관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책 632만원어치 1300여권을 학부모들에게 공짜로 나눠준 것으로 드러나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갔다. 선거를 앞두고 일체의 기부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 교육감은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16일 박혜자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문용린 교육감 저서 구매 내역’을 보면, 교육청 산하 유아교육진흥원은 지난해 9월24일 서울 매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사부동행 프로젝트’ 연수에서 문 교육감의 책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를 204만7500원어치 구입해 행사에 참석한 학부모 315명에게 나눠줬다. 문 교육감은 이날 행사에 강사로 나와 학부모·교사 등에게 ‘유아기 행복교육 가정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진흥원은 2011년 이후 모두 4차례 연수모임을 열어 참석자들에게 책을 나눠줬으나 현직 교육감 책을 나눠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어느 유치원 교사는 “문 교육감이 학부모들을 상대로 얼굴을 알려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같은 달 13일과 28일에도 서울 종로구 진흥원 건물에서 ‘유아 가족체험 교육’이라는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 3~5살 유아를 동반해 참석한 학부모 150명에게 문 교육감이 기획한 단행본 <문용린 교수님과 함께하는 정약용책배소 이야기>를 1세트(7권)씩 나눠줬다. 모두 1050권, 427만5000원어치다. 진흥원 쪽은 이날 프로그램 주제와 걸맞은 책이어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이 유아 가족체험 교육 때 학부모들에게 책을 나눠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문 교육감의 책을 무료로 나눠준 진흥원 쪽의 행위가 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현행 공직선거법(114조)은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와 관계있는 법인·단체 또는 그 임직원은 후보자를 위하여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후보자와 관계있는 단체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책을 무료로 배포했다면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관계를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복진 유아교육진흥원 교육지원과장은 “진흥원 장학사들이 도덕·인성교육 자료로 이 분야 전문가인 문 교육감의 책이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책을 정한 것이고, 교육청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는 보고받은 적도 없고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혜자 의원은 “문 교육감이 직접 강연한 곳에서 자신의 책이 배포됐는데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선관위는 문 교육감과 진흥원의 행동이 법률 위반은 아닌지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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