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비싼 학교들은 학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생들 간 차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경제력 격차가 학력 격차를 불러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경제력 격차로 이어지는 불안한 ‘순환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쉽게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경제력이 학업 성적에 직결 부모의 경제적 능력은 자녀의 학업성적에도 큰 영향을 준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초·중·고등학교 교육격차 실태 및 완화방안>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 수록 국어와 수학 성적이 높아지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5분위로 나눠 국어와 수학 점수를 비교해 얻은 결과다. 예컨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국어의 경우 소득 하위 20% 수준인 1분위 가정의 자녀들은 평균 45.43점, 상위 20%인 5분위 가정 자녀들은 58.63점이었다. 수학은 1분위가 41.67점, 5분위가 61.58점이었다.
통계청의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력과 학업의 순환고리 사이에는 사교육이 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소득별 사교육비를 보면 월소득 7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은 지난해 사교육비로 월평균 41만5000원 썼다. 이는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정이 쓴 사교육비(6만8000원)의 6배 이상으로 소득과 사교육비 간 관계는 완벽한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 아울러 사교육비는 학교성적에 그대로 연결됐다. 학교 성적 상위 10%에 해당하는 학생의 가정은 사교육비를 월평균 31만6000원을 썼고, 하위 20% 아래 가정은 16만2000원을 쓰는 등의 정비례 관계가 확인됐다.
해법은? 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자사고들은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학비가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겨레>가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을 통해 얻은 학교별 학비 자료에서 가장 비싼 학교였던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경우도 비용이 워낙 많이 든다고 주장한다. 이창규 학교법인 민족사관학원 사무국장은 “박사학위 소지자 등 고학력자 교사가 많아 급여가 많이 필요하고,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의무적으로 생활해야 하고 학교 부지가 넓어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만약 자사고나 외고 등의 시스템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할 경우 1990년대의 외화낭비론이 또 다시 대두될 수도 있다. 당시 이런 학교들이 등장한 계기는 많은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 수천만원의 외화를 낭비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외국에 돈을 쓸 바엔 한국에 고급 학교를 만들어서 외화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었다.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특목고나 자사고를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국가 장학제도를 만들자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일반고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각 학교에 장학금을 늘리라고 요구할 경우 등록금 제한(일반고의 3배) 규정을 풀어 달라거나 사회적배려자 제도 등을 완화해달라는 반대급부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 상태를 유지한 채 일반고를 육성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미 나온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정부에 지나치게 늘어난 자사고를 대폭 줄이면서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기본적으로 자사고의 숫자가 너무 많아 문제를 일으킨 만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시각화 조승현e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