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장이 국가재산인 학교 교실을 법을 어겨가며 특정인에게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 교사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임차인이 201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문용린 현 교육감을 지원한 이여서 특혜 의혹까지 인다.

<한겨레>가 20일 입수한 양쪽의 ‘사무실 임대 계약서’를 보면, 서울 노원구 노일초등학교의 윤경동 교장은 이 학교 4층에 있는 한 교실을 김종태(66) ‘한국 학부모 힐링학교’ 총재에게 한달에 관리비 2만원만 받고 무상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올해 1월1일부터 1년으로 돼 있다. 김 총재는 올해 초부터 자신의 단체 이름이 적힌 팻말을 교실에 걸어두고 이 교실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단체 쪽은 실제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학교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출퇴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교 공익근무요원까지 이 단체의 잡무에 동원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계획으로 한달에 한번가량 교장이나 교수 등을 강사로 초빙해 학부모들을 상대로 건강관리와 인성교육 등을 주제로 무료 강연을 해왔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첫 강의 때 가서 들었는데 말도 안 되는 강연을 하고, 강연이 끝나니 교장이 병원 관계자를 앞으로 나오도록 해 병원 홍보를 하는 것을 보고 그 뒤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위는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공립학교의 모든 재산은 교육청 소유이기 때문에 교장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임대해줄 수 없다.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을 휴일이나 방과후에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허가를 내주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학교 교실을 일시적으로 빌리더라도 기본 1시간에 2만원을 내도록 조례에서 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재산관리 담당자는 “학교 교실을 외부인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줬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종태 총재는 지난 서울시교육감 재보궐선거 때 문용린 교육감 후보 선거캠프의 특별보좌관으로 일한 것으로 밝혀져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 총재는 이 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장 등에게 문 후보 선거캠프 특별보좌관으로 일한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 학부모 힐링학교’는 윤 교장이 김 총재와 지난해 같이 만든 임의단체로 법적인 지위는 없다.

이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날 교육청에 “철저히 감사해 전모를 밝혀달라. 학교를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윤 교장을 다른 학교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 교장은 “학부모 상담하는 좋은 일을 한 건데 무엇이 문제가 되나. 안 그래도 교사들이 사용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해 단체 쪽에 나가라고 말해뒀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나는 문 교육감과는 관계가 없다. 선거 때 (문용린 캠프에) 친한 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도와줬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지훈 음성원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