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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행학습 금지’ 콧방귀 뀌는 학원가

등록 2014-02-19 20:23수정 2014-02-19 23:32

19일 한 초등학생이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어느 학원가 광고판 앞을 지나치고 있다. 광고판엔 ‘7세부터 9세까지 수학교과 선행, 사고력을 한번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선행학습 금지법’은 공교육의 선행학습은 막을 수 있으나 사교육 학원의 선행학습은 열어 놓아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인다. 박수지 기자
19일 한 초등학생이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어느 학원가 광고판 앞을 지나치고 있다. 광고판엔 ‘7세부터 9세까지 수학교과 선행, 사고력을 한번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선행학습 금지법’은 공교육의 선행학습은 막을 수 있으나 사교육 학원의 선행학습은 열어 놓아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인다. 박수지 기자
“광고 못하겠지만 달라질 거 없다”
학부모 소개로 오는 경우 많고
처벌조항 없어 효과 없다 판단
전문가들 “학원제재 규정 마련을”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네거리의 한 상가에 위치한 학원 앞. “겨울방학 특강, 선행이 필요한 예비 중학생에게 필요합니다”라는 광고지가 비치돼 있었다. 이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아무개 강사는 “앞으로 선행학습 광고는 못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광고지는 효과가 거의 없다. 학부모들이 서로 소개받아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미지 세탁을 위해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한 반응이다. 이 법은 공교육에서의 선행교육을 금지하고, 학원 등 사교육 업체들에 대해선 선행학습 광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행학습이 사교육 시장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교육 업체들의 선행학습은 놔둔 채 처벌조항도 없는 광고금지 조처만으로는 실제 선행학습을 줄이는 데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찾은 강남구와 노원구 등 서울 지역 ‘사교육 1번지’ 주변 학원가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은마아파트 옆 상가에 있는 학원으로 들어서던 대곡초 6학년 노아무개군은 이미 고교 2학년 수학과정을 마쳐가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오는 5월에 치러지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다음달에 인근 대청중에 입학하는 노군은 3년 뒤 과학영재고 입시에 도전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수학 선행학습을 시작해 3년 만에 고2까지의 8년 과정을 거의 마쳤다.

노군은 중학교 1학년 진학에 대비해 두달 동안 중1 수학을 빠르게 복습하는 학원도 다니고 있다. 노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중2 수학을 배울 땐 고비가 있었어요. 그때 넉달 동안은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참고 했어요. 다 미래를 위한 거니까요”라고 말하곤 종종걸음으로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울 북부 지역의 대표적 학원가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한 수학 학원은 “확실하게 내신과 선행을 잡겠습니다”라는 문구의 전단지를 학원이 입주한 건물 곳곳에 붙여뒀다. 이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ㅁ씨는 “선행학습 문구야 얼마든지 뺄 수 있다. 학부모에겐 상담할 때 알려주면 충분하다. 선행수업 자체를 금지하더라도 음성적으로 운영될 텐데, 광고 규제 정도는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은행사거리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 박경옥(41)씨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이번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을 중1 과정을 가르치는 수학·영어학원에 보내고 있다. 박씨는 “대학 가려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번 선행학습 금지법은 학원에 대한 강력한 조처가 없어서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 현장을 바꿔야 하나, 단기적으로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사교육 업체의 선행학습에도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은 “사교육 학원의 선행학습이 끼치는 폐해가 심각한 만큼 학원법이나 이번에 통과된 선행학습 금지법 등을 개정해 사교육 학원이 선행교육을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박수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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