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월21일에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논란’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논리 대 논리]
총체적 무능 질타한 ‘한겨레’, 필요 조처 수긍한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전세계 분쟁지역에 파견되어 국제평화유지활동을 하는 대한민국 해외파병 부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군의 해외파병 여부에 관한 논란은 많았으나 장병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나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본자위대의 실탄 지원을 받은 이번 남수단 주둔군 사례는 우리 사회의 해외파병 부대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부주의를 일깨워주는 군사적 사건이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소속 현지 부대 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상대가 일본 자위대였다는 점에서 정치외교적인 문제의 성격도 지닌다. 남수단에 파견되어 평화유지활동(PKO)을 해오던 유엔평화유지군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을 빌린 일을 두고 국내외적인 논란이 일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사건의 발단은 물론 급박한 현지 분쟁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우리 군의 위기 대처 방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반군과 교전중이던 정부군의 박격포탄 두 발이 한빛부대 가까운 곳에 떨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개인화기만을 가지고 있던 우리 군이 다급하게 유엔에 실탄 지원을 요청하고 이에 현지의 일본 자위대가 1만발의 실탄을 지원한 것이 사건의 개요다. 이에 대해 두 신문 사설은 전혀 상반된 접근 방식을 보인다.
<중앙>은 ‘부대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기본 입장을 전제로 단지 일본 정부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고려 자체를 현지 부대장으로서는 ‘소관 밖’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일을 사설 제목부터 ‘정부의 총체적 무능 드러낸’ 사건으로 규정하고 ‘전쟁터에 총도 없이 나간’ ‘우리 군의 무능과 판단착오’를 지적하면서 군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 역시 무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 지원을 받은 일을 두고 <중앙>은 부대원의 안전을 위한 부대장의 조치를 적절하다고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한겨레>는 해외파병에 임하는 우리 군의 준비 부족과 판단 착오를 지적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중앙>은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부대들끼리 긴급한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면서 특히 ‘부대원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유엔을 통하지 않고 한국군 부대장이 자위대에 직접 요청을 했느냐에 대한 논란까지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위기 상황에서 유엔 채널과 별도로 실무급 부대장 간에 얼마든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기본적으로 ‘이번 사안은 우리 군이 현지 치안 상황과 반군들의 활동 동향, 교전 가능성 등을 사전에 정밀히 파악해 이에 따른 주도면밀한 작전·군수지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군사적 측면에서의 실책뿐 아니라 ‘일본이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는 현 정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정무적 판단 역시 무능’한 처사였다는 지적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두 신문이 동일하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 이번 사건이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된 것이 집단적 자위권과 연결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 때문’이란 지적이고 이를 ‘일본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일이 아니다’는 주장까지 덧붙이고 있다. <한겨레> 역시 ‘일본이 한국군에 대한 실탄 제공을 평화주의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지 부대장의 판단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두 신문 모두 비판적 입장이다. <중앙>은 쿠데타 발생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데 대한 ‘유감’과 기민한 정세 판단에 따른 보다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지적하고 있으며, <한겨레>도 이런 민감한 문제는 대령급인 현지 부대장이나 국방부 차원의 판단에 의존할 일이 아닌 중대한 현안인데도 ‘정부 관계자들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적 지적을 하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두 신문 간 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중앙>은 ‘유감’이나 ‘아쉬움’을 나타내는 정도로 그친 반면, <한겨레>는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책임자들의 안이함과 불감증’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이번 실탄 차입 사건 전반을 면밀히 점검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묻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추천 도서]
나는 좀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박재현 지음, 공명 펴냄
2013년 이 책은 ‘유엔보안담당관 박재현의 특별한 도전 이야기’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지구 위에 폭력과 전쟁이 사라지는 그날을 향해 달려가는 한 젊은이의 열정적 삶을 담은 보고서이다. 유엔평화유지군 역시 지구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다국적 군대라는 점에서 국제평화와 유엔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의 평화주의를 묻는다
하야시 히로후미 지음
현대일본사회연구회 옮김, 논형 펴냄 2012년 이 책은 일본 지식인의 눈에 비친 ‘끝나지 않은 일본의 전쟁 책임과 평화주의’에 대한 고백서로서 일본인 저자의 눈으로 본 우리의 과거 극복에 대한 현주소를 그리고 있는 내용으로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유엔평화유지군 유엔평화유지군은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국제연합(UN)이 파견하는 다국적 군대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은 유엔이 민간인이나 군사요원으로 활동단을 구성해 무력의 사용 없이 분쟁지역의 평화 유지 또는 회복을 돕기 위하여 펼치는 활동을 말하는데 군사요원은 통상 경무장한 ‘평화유지군’(PKF)과 무장하지 않은 ‘군 감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평화유지군은 개별 참여국에 의해 파견된 전투부대(보병)와 특수근무 지원부대(공병ㆍ의무 등)로 편성되어 유엔의 지휘하에 활동하는 무장부대를 말하며, 크게 정전감시단과 평화유지군으로 나뉜다. 평화유지군은 1948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 간의 휴전협정 이행ㆍ감시를 위해 결성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화유지군의 역할은 평화 유지에 국한되며 무력 행사는 자기방어의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고 개인화기, 장갑차 등 방어용 무기로 경무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해외파병 부대는 남수단의 한빛부대를 비롯하여 모두 5개인데, 이 외에도 정전감시요원 등 개인 파병요원들까지 합하면 15개국에서 총 11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 파병을 시작으로 앙골라 공병부대, 서부사하라 의료지원부대, 동티모르 상록수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아이티 단비부대 등이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도 최소한의 무장으로 평화유지활동 중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해외파병 부대원들의 안전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점검의 필요성이 제기된 반면, 일본 자위대의 실탄 지원에 따르는 정치외교적인 파장 등을 좀더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 등이 동시에 제기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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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총체적 무능 질타한 ‘한겨레’, 필요 조처 수긍한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추천 도서]
나는 좀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박재현 지음, 공명 펴냄
2013년 이 책은 ‘유엔보안담당관 박재현의 특별한 도전 이야기’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지구 위에 폭력과 전쟁이 사라지는 그날을 향해 달려가는 한 젊은이의 열정적 삶을 담은 보고서이다. 유엔평화유지군 역시 지구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다국적 군대라는 점에서 국제평화와 유엔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의 평화주의를 묻는다
하야시 히로후미 지음
현대일본사회연구회 옮김, 논형 펴냄 2012년 이 책은 일본 지식인의 눈에 비친 ‘끝나지 않은 일본의 전쟁 책임과 평화주의’에 대한 고백서로서 일본인 저자의 눈으로 본 우리의 과거 극복에 대한 현주소를 그리고 있는 내용으로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유엔평화유지군 유엔평화유지군은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국제연합(UN)이 파견하는 다국적 군대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은 유엔이 민간인이나 군사요원으로 활동단을 구성해 무력의 사용 없이 분쟁지역의 평화 유지 또는 회복을 돕기 위하여 펼치는 활동을 말하는데 군사요원은 통상 경무장한 ‘평화유지군’(PKF)과 무장하지 않은 ‘군 감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평화유지군은 개별 참여국에 의해 파견된 전투부대(보병)와 특수근무 지원부대(공병ㆍ의무 등)로 편성되어 유엔의 지휘하에 활동하는 무장부대를 말하며, 크게 정전감시단과 평화유지군으로 나뉜다. 평화유지군은 1948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 간의 휴전협정 이행ㆍ감시를 위해 결성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화유지군의 역할은 평화 유지에 국한되며 무력 행사는 자기방어의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고 개인화기, 장갑차 등 방어용 무기로 경무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해외파병 부대는 남수단의 한빛부대를 비롯하여 모두 5개인데, 이 외에도 정전감시요원 등 개인 파병요원들까지 합하면 15개국에서 총 11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 파병을 시작으로 앙골라 공병부대, 서부사하라 의료지원부대, 동티모르 상록수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아이티 단비부대 등이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도 최소한의 무장으로 평화유지활동 중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해외파병 부대원들의 안전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점검의 필요성이 제기된 반면, 일본 자위대의 실탄 지원에 따르는 정치외교적인 파장 등을 좀더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 등이 동시에 제기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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