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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부, 교과서 집필 때부터 간섭하는 일본 정부 따라하나

등록 2014-01-12 20:06수정 2014-01-13 15:52

지난해 9월 일본 도쿄 분쿄구민센터에서 역사 교과서 운동단체 회원들이 진보 성향 역사 교과서 채택을 가로막은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하고, 아베 정권의 교과서 개입 움직임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지난해 9월 일본 도쿄 분쿄구민센터에서 역사 교과서 운동단체 회원들이 진보 성향 역사 교과서 채택을 가로막은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하고, 아베 정권의 교과서 개입 움직임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편수 조직’ 부활 파문 확산
일 문부성 ‘무늬만 검정교과서’
칼럼 게재·내용수정 등 압박
검정 조사관도 입맛대로 선정

교학사 저자 속한 학회 학자들과
교육부 ‘역사연구강화위’ 발족
쟁점별 ‘통일된 시각’ 도출 나서
‘한국판 후소사 교과서’ 우려

교육부가 부활하기로 한 교과서 편수(편집·수정) 조직이 일본과 비슷하게 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일본이 검정제도를 택하고는 있지만 국가의 통제가 강해 사실상 국정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교육부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교육부가 신설하려 하는 편수 담당 조직인 교육과정정책국(가칭)의 지향점은 일본이다. 김성기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도 최근 이와 관련해 “일본이 잘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문부과학성이 모든 교과서의 ‘학습지도요령’을 만들어 교과서에 대한 세부 검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학습지도요령은 일본의 각 학교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따라야 하는 기준으로 교과서와 관련된 세세한 원칙을 담고 있다. <교과서 연구>란 잡지 70호에 실린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를 보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고시한 학습지도요령은 교과서에 커다란 칼럼을 넣을 것을 지시하기도 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부가 교과서 내용에 대한 대강의 원칙만 정해놓은 것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교과서 기준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부는 검정 조사관 제도를 둬 실제 교과서를 쓰는 과정에서도 강하게 관여한다. 신주백 연세대 인문한국(HK) 교수는 “일본의 검정 조사관들은 특정 내용을 수정하라고 저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이야기할 정도로 교과서 개발 과정에 강하게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식 검정 조사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향후 교육부가 교과서 개발에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사관들을 정권 입맛에 따라 편향된 인사로 구성한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009년 낸 <‘새역모’ 발간 교과서의 검정 실태에 나타난 일본 교과서 검정제도의 문제점>이란 논문에서 “교과서 조사관의 선발기준은 ‘인격이 고결한 자’ 등으로 모호하게 정해둬 문부과학성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고르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8년 일본사 담당 주임 교과서 조사관에 임명됐던 후쿠치 아쓰시는 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새역모)의 회원이었고 이후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2009년 조사관이었던 데루누마 야스타카와 무라세 신이치는 둘 다 새역모가 쓴 교과서의 감수자인 이토 다카시의 제자였다. 이들은 이토와 공저를 발간하거나 공동연구를 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렇게 편향된 조사관이 진행한 검정 과정을 통해 2005년에는 후소사판 교과서, 2009년에는 지유사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초대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안병우 한신대 교수(한국사)는 <후소사 간행 일본 역사교과서의 문제>란 논문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사회과 교과서의 검정 기준을 조정하고, 후소사 교과서에 대해 비판적인 위원을 해임하는 등 (후소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후소사판 교과서뿐 아니라 다른 검정 통과본에서도 검정 조사관들의 개입에 따라 ‘오키나와에서의 민간인 학살’ 등의 문제는 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이치일본연구소의 스벤 잘러 박사는 “문부과학성은 검정제도를 이용해 일본의 침략행위를 비판하는 교과서를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일본의 역사를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교육계에서는 지금까지 정부의 태도로 봤을 때,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교과서 개발에 대한 세세한 기준을 만들고 검정 과정에도 깊이 관여하게 될 경우 등장하게 될 교과서는 교학사 교과서와 비슷한 관점을 띨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미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등과 함께 ‘역사연구강화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고대사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주요 쟁점을 추려내 통일된 시각을 도출하는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배용 원장은 교학사 교과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대안교과서>를 만든 교과서포럼의 고문이었고, 유영익 위원장은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이 1·2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의 상임고문이었다. 이들은 지난 7일 첫 모임을 열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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