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방문 평가위 보고서
한국교육개발원의 의뢰로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6곳을 방문해 조사한 ‘자사고 현지방문평가위원회’가 “현 상황에서 자사고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교수와 중·고교 교장·교감 등 7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은 7월 말 한국교육개발원에 제출한 ‘현지방문 평가보고서’에서 “자사고가 사학의 새로운 운영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단기적으로는 소수의 학교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시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자사고 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것보다는 일반 사립고가 사학다운 면모와 풍토를 갖추고 이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점차 유도하는 중장기적인 이행단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제도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평가위원들은 “일단 사립학교를 설립하면 수업료와 정부 지원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 재단과 설립자가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재정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는 선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평가위원들은 “일부 자사고들은 일반고의 3배 이내로 제한돼 있는 납입금 기준을 폐지하고 법인 전입금 비율도 낮춰달라고 건의하고 있다”며 “이는 일부 대기업이 세운 학교를 빼고는 지속적인 재정 지원이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위원들은 자사고의 교육 내용을 두고서는 “자사고 지정 당시 제시된 교육과정 관련 헌장이 다분히 추상적이어서 3년 동안의 시범운영으로 자사고의 교육 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각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중심으로 볼 때,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특성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기대만큼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시범운영에서 드러났듯이 자사고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아 좋은 대학에 많이 입학시켜야 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평가위원들은 ‘자사고의 입시학원화’에 대한 우려를 많이 제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가위원도 “지금 상황에서 무턱대고 자사고를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공평한 교육기회 접근의 한계, 입시 위주의 학교 운영, 재정의 불안정성 등 시범운영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마련한 뒤 시범운영을 더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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