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상산고 박상옥 교장이 7일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해 최종적으로 ‘지학사‘교과서 1종만을 선정했다"고 밝히는 동안 한 교육단체가 채택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014.1.7 전주=연합뉴스
박삼옥 교장 “학생·학부모 불신 초래…재선정 거쳐 지학사 교과서만 선정”
외압 여부에 대해선 “교육적 차원일 뿐” 부인…학생 대자보 철거도 사과
외압 여부에 대해선 “교육적 차원일 뿐” 부인…학생 대자보 철거도 사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복수로 선택했던 전북 전주 상산고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7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균형잡힌 역사 교육을 위해 교학사·지학사 2종을 채택했으나, 논란이 됨에 따라 지난 4일부터 재선정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학사 교과서 1종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균형잡힌 역사 교육을 하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학생·교사·학부모들에게 불신과 분열을 초래해 가장 중요한 학생들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상황이 발생해 재선정 절차를 거쳤다”며 교학사 교과서 선정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 철회 과정에서 외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외부의 강압에 의한 결정은 아니다.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자보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양분돼 논쟁을 해서, 교육적인 차원에서 문제해결 방안으로 재선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가 수정된 양이 다른 교과서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교과서가 수정된다는 전제하에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점은 실책이다. 하지만 검토할 시간이 없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애초 교학사 교과서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교학사만을 선정한 것이 아니고 2종을 복수로 선정했다. 언론에서 ‘복수라는 말은 없이 상산고가 교학사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상산고가 균형잡힌 교육이라는 건학이념을 위해 2종 교과서를 택해 중립적이고 토론 중심으로 교육한다고 (보도)했다면 동문이나 시민들이 질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언론 보도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 학교는) 보수·진보 어느 쪽에 치우친 적이 없다. 한달에 한번씩 외부인 초청 명사특강을 한다. 한쪽에 치우친 분만을 모시지 않고, 균형있는 교육을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학교 누리집 일반인 게시판 임시 폐쇄와 학생 대자보 철거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학교 누리집 일반인 게시판을 일시적으로 닫은 것은 과도한 표현 등 교육기관의 정서에 반한다는 판단에서 이뤄졌으나 글을 올린 분들에 대한 사전 조치 등이 미비했던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오늘을 기점으로 열도록 하겠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자보 이전에 상호간 여러 경로의 소통 노력을 갖지 못한 점에 대해 학생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바 있다.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고 대자보 등의 게시장소로 교내 학생회 게시판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는 이날 “늦었지만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를 철회한 학교를 특별조사하고 있다. 권력의 비겁한 속살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폭력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전북교육청은 상산고의 학생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특별감사하라”고 촉구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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