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대 이사장
[교학사 교과서 잇단 철회]
전국에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택한 유일한 학교로 남은 전북 전주 상산고는 6일 보도자료를 내어 7일 교학사 교과서 관련 최종 결정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은 상산고 정문 앞에 모여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촉구했다. 상산고 동문들은 지난 5일 전주와 서울에서 ‘존경하는 홍성대 이사장님께 아룁니다’는 유인물을 통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5일 저녁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의 홍성대 이사장과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 지은이다.
22분 가량의 통화에서 홍 이사장은 “교재선택은 학교장이 절차에 따라 결정한다. 사립학교는 건학이념에 맞게 교육하는 데 우리는 균형잡힌 교육을 하고자 2종(교학사·지학사)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 우리 학교는 정치적인 색깔없이 순수하게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장이 교재 선택의 권한이 있다고 보는 일부 시각이 있다.
“학교에서 하는 일이다. 물론 건학이념과도 연관되기는 하지만, 사립학교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서 어떻게 길러내느냐가 교육으로 반영된다. 교과서도 어떤 것을 선정하느냐가 건학이념에 속하는 얘기이다. 현재 교과서 선정은 절차에 의해서 학교장이 선정한다. 그런 것은 학교 건학이념에 맞춰서 하는데 내가 이렇고 저렇고 공개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학교 쪽이 균형잡힌 교육을 하고 싶어서 2종류 책을 선정해서 서로 부족한 것을 메꾸도록 한다고 전해 들었다. 나는 정치에 지금까지 관여하지 않았고, 학교에도 정치적인 색깔없이 순수하게 교육하고 있다. 많은 명사 특강하면서도 정치적인 내용을 안 했다. 학생들이 순수하게 교육받고 나가야 한다. 학생들이 진보·보수로 가는 것은 제자들의 자유이다. 정치적인 이념 논쟁에 휩쓸리는 것 자체가 우리 학교에서는 넌센스다. 균형잡힌 교육을 시켜서 내보내고 싶다. 학교에서 건학정신에 맞춰서 한 것으로 본다. 지역사회에서 학교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으면 한다.”
-교재 선택 권한이 학교에 있다는 것인가?
“절차를 밟아서 학교장이 선정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학교 건학정신은 어떤 편도 좌도 우도 아니다.편견을 가진 아이를 교육하고 싶지 않다. 우리 학교가 어떻게 걸어온 것을 나도 알고 자기들도 다 안다.”
-상산고 동문들은 이사장께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라는 낙인을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졸업생 동창들이 1만5000명이다. 단 한명의 졸업생 의견이라도 스승·이사장으로서 귀를 열고 듣고, 좋은 의견이면 충분히 들을 것이다. 하지만 일동 이름으로 한 것을 동창회 전체 의견으로 보든 것도 문제다. 옳든 옳지 않든 관계없이 공식 대표기관(총동문회)이 아닌 데서 동창회 일동으로 낸 것을 대표 의견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다고 본다. 설령 이사장과 학교를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그렀다. 성명을 못 봤는데 보내달라고 해서 한번 읽어 보도록 하겠다. 옳은 글이고 좋은 얘기면 귀 기울려 보겠다.”
-6일 학교 간부회의를 통해서 재검토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간부회의는 수시로 한다. 중대사항이 있으면 할 수 있다. 학교에서 감안해서 한다. 내가 태클을 걸겠어. 어쩌겠어. 명사 특강을 하더러도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인들 하나도 시키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애들한테 편견을 갖도록 하지 않았다. 학생과 선생들은 다 안다.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교무실 한바퀴 돌자고 해도 같이 돌지 않는다. 순수한 교실에서 정치적인 것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균형된 교육을 시키도록 하라는 것이다. 나는 정치를 넘나들지 않았다. 내가 한눈팔면 비난받아야 하지만, 편견없는 교육을 하기를 바라고 실천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보호를 해줘야 한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개연성이 있나.
“지금 다들 어른의 책임이다. 책을 검토할 시간이 수정본 등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 내가 듣기로는 3가지다. 하나는 편향된 책이 있으므로, 두책을 선정해서 양쪽을 보완해 균형잡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하나는 팩트에 오류가 많다는 것으로, 오류가 많다고 판정되면 우리가 재고를 해야한다고 본다. 또하나는 친일교과서라고 하는데, 내용이 친일적인 것이 있다면 당연히 취소를 해야 한다. 내가 일본 피를 받은 것도 아니고 학생들을 친일파를 만들고 매국적인 행동을 왜 하겠느냐. 제자들을 왜 나쁜 지식을 가르쳐 졸업시키겠느냐.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 이를 논의한다면 건설적이고 좋은 것이다. 미리 예단하지 마라.”
-선택시한이 6일로 알고 있다.
“시한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한을 안 지켰다고 해서 페널티를 받는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이다. 채택시한 안 지켜서 출판사가 비용을 내라고 하면 비용을 주면 될 것 아닌가. 지학사건 교학사건 둘다건 간에 진지하게 검토했는데, 못쓰겠다면 돈 주면 된다. 시한 문제보다도 몇십배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교재를 선택해서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잘 판단하리가 믿는다. 건전한 판단을 할 것으로 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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