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가 자랑스러웠는데 정말 수치스럽다” 비판 글 줄 이어
총동문회 게시판 ‘다운’…교문 앞에서 “채택 철회” 1인 시위도
재학생들도 서명 운동 시작…학교는 6일 최종 결론 내릴 예정
총동문회 게시판 ‘다운’…교문 앞에서 “채택 철회” 1인 시위도
재학생들도 서명 운동 시작…학교는 6일 최종 결론 내릴 예정
‘친일·독재 미화’로 비판을 받고 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들이 잇따라 채택을 철회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현재 이 교과서 채택을 고수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인 전주 상산고에 동문·재학생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는 상산고 누리집 게시판에 채택 철회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됐다는 누리꾼들의 ‘인증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이 학교 누리집 일반인 게시판에는 ‘등록된 게시글이 없다’는 문구만 떠 있다.
상산고 누리집의 총동문회 게시판은 현재 다운된 상태다. 상산고 동문들은 이에 페이스북에 개설된 총동창회 게시판을 찾아 ‘부끄럽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페이스북에 “항상 반갑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학교 관련 기사를 읽고 뿌듯해했는데 정말 수치스럽다”고 적었다. 그는 ‘상산의 동산에서 가꾸어진 꿈이 여물었을 때, 뒷사람은 그것을 역사라고 일컬을 것이다. 내가 몸담은 터전을 영화롭게 하며 겨레의 전통을 빛낼 소명이 나에게 있다. 진실이 아닌 물은 마시지 않고’를 ‘상산인의 헌장’ 중 일부라고 올리며 “진실이 아닌 물을 마시게 될 후배님들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진아무개씨도 동창회 페이스북에 “모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졸업생이지만 이번 교학사 교과서 채택은 너무 실망스럽고 교장 선생님의 변명은 졸렬해 보인다. 은사님들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기대해본다”고 적었다. 기수 커뮤니티에도 “사상과 이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실과 거짓에 관한 문제다. 진실이 아닌 물을 학생들에 권하는 형국이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상산고 4회 졸업생 채주병(46)씨는 4일 전주 상산고 정문 앞에서 ‘친일 찬양 독재 미화 교학사 역사 교과서 선택을 철회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채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졸업생들의 명예도 걸린 일인 만큼 학교에서 빨리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채택을 철회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본인을 상산고 학생이라고 밝힌 아이디 ‘뭣들한당가’는 이날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채택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과반수는 여유있게 넘길 것 같다. 채택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기간은 1월 6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이사회가 소집되어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해 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소집되지 않았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상산고의 홍성대 이사장이 쓴 참고서 ‘수학의 정석’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
일부 재학생은 학교 안에 반대 취지의 대자보를 붙였으나 학교 쪽에서 떼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상산고는 학생이 3일 밤 9시께 붙인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반대’ 의사 표현 대자보를 4일 오전 6시께 철거했다”며 철거되기 전 대자보 사진을 게재했다. 또 이 학교 교감이 2일 게시판에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 글을 올렸으나 “‘우리 학교가 주목받는 학교는 맞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다”는 표현을 올렸다가 삭제했다는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앞서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한겨레>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보완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교육하려는 방침을 학교운영위 등에서 동의해줬고 부당성을 지적한 사람이 없다. 따라서 의견 일치를 봤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교학사 교과서 선택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산고는 6일 최종 결론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오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 현대고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기로 하는 등 채택 철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상산고 2학년 재학생이 ‘존경하는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말씀‘라는 제목으로 써서 3일 본관 입구에 게시했다가 4일 철거된 대자보 /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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