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여고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강북지역 시민 모임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 창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연 친일 독재미화 교학사 교과서 선정 철회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철회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국 2300여 고교 중 15개곳만 채택…이 중 9곳 이미 ‘백지화’
철회 검토중인 학교들 있어 더 늘어날 듯…상산고는 2종 선택
학생·학부모·교사·졸업생 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학교도 수용
철회 검토중인 학교들 있어 더 늘어날 듯…상산고는 2종 선택
학생·학부모·교사·졸업생 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학교도 수용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고등학교들이 잇따라 결정을 백지화하면서, ‘교학사 채택 0%’가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알려진 고등학교는 15곳 정도다. 이 가운데 3일 낮 5시 현재 경기 파주 운정고, 수원 동우여고, 동원고, 여주 제일고, 분당 영덕여고, 양평 양서고, 서울 창문여고 등 서울·경기 지역 7곳의 학교가 모두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대구 포산고, 경남 합천여고 등까지 합치면 공식적으로 2일과 3일에 걸쳐 채택 철회를 결정한 학교는 모두 9곳으로 늘었다.
또한 경북 성주고도 교과협의회에서 채택한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거부됨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재선정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주고가 결정을 번복할 경우 교학사 채택을 유지하는 학교는 5곳으로 줄어든다.
현재 확실한 입장이 전해지지 않고 있거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교학사 채택 학교들은 △울산 현대고 △경남 창녕고 △전주 상산고와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부산시교육청 소속의 고등학교 2곳 등 모두 5곳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울산 현대고도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창녕고 쪽도 “전교조와 농민회 등으로부터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교과서 재선정 등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는 있지만 아직 달리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고교는 이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입장이 완강한 곳은 자율형사립고인 전북 전주상산고다. 상산고는 교학사와 지학사 역사교과서 2종을 택했다는 이유를 들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히 밝혔다. 학생들이 2권의 교과서로 배우면서 서로 토론을 통해 균형잡힌 역사관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한겨레>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보완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교육하려는 방침을 학교운영위 등에서 동의해줬고 부당성을 지적한 사람이 없다. 따라서 의견일치를 봤기 때문에 지금 상황으로는 교학사 교과서 선택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5곳 가운데 나머지 4곳이 모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0% 채택률’은 실현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나머지 4곳이 모두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백지화한다면 단일 교과서로 교학사 교과서만 채택하는 곳은 한 곳도 없게 된다.
앞서, 현직 교사가 ‘교학사 채택 철회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관심을 모았던 수원의 동우여고는 이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이 글을 올렸던 공기택 교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하게도 오늘 아침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교학사 교과서를 철회하고 재심의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씨는 이 글에서 “결단해주신 교장선생님의 용기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저희를 지지해 주신 모든 분과 언론, 졸업생들, 부모님들, 무엇보다 선생님들을 향해 과감하게 의견을 제시했던 재학생들의 용기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성남 분당영덕여자고등학교는 지난 2일 오후 3시부터 밤늦게까지 긴급 교과협의회를 열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고 다른 출판사가 발행한 교과서로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학교 쪽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누리집 게시판에 비판글이 올라오자 한때 누리집 일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여주 제일고도 이날 긴급 교과협의회를 열고 교학사를 제외한 7종 중에서 교과서를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 김소영 교감은 <한겨레>에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 철회하기로 했다”며 “학운위를 진행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창문여고도 이날 학운위를 열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했다. 창문여고는 지학사 교과서를 최종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천여고는 3일 누리집에 ‘알려드립니다’라는 공고문을 내어 “본교 역사교과 협의회는 2014년 1월 3일 한국사 교과서(교학사) 선정을 철회하고 재선정하기로 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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