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 고르는 첫 단계서부터
교사의 자율성 침해받을 가능성
기숙형 공립고도 상당수 포함
지역 유지 개입하기 손쉬운 구조
교사의 자율성 침해받을 가능성
기숙형 공립고도 상당수 포함
지역 유지 개입하기 손쉬운 구조
친일·독재 미화, 사실 오류 등의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들은 대부분 사립학교다. 2일 현재 해당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된 전국의 12개 고교 가운데 8곳이 사립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로 나타났다. 서울 창문여고를 비롯해 경기 동우여고·동원고·제일고·분당영덕여고, 울산 현대고, 경남 합천여고, 전북 상산고 등이다.
교육계는 그 배경에는 공립학교와는 달리 학교운영이 재단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등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상명하복식인 사립학교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본다. 교육감의 통제를 받는 공립학교와는 달리 사립학교는 학교 재단의 영향력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 ‘불통’의 학교 문화가 결국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선택을 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교과서 선정 과정은 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놓고 해당 학교 역사교사 등이 모인 교과협의회가 3종을 순위를 매겨 고르면,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그 가운데 1종을 최종 선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역사교사들이 3종을 고르는 첫 단계부터 재단의 입김이 작용하는 탓에 교사들의 자율성이 제약받는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교학사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역사교사가 상당수에 이름에도 교학사 교과서를 일순위로 꼽은 학교가 확인된 곳만 3곳(서울 창문여고, 여주 제일고, 경북 성주고)에 이르렀다.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한 사립학교의 경우 어느 역사교사가 승진을 앞두고 있어 교장의 압력에 저항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립은 교사 임면권을 갖고 있는 재단 이사장과 학교장이 교사들이 3종을 선택하는 최초 단계부터 압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립고인 서울의 ㄷ고와 대구의 ㄱ고 등은 학교장이 교학사 교과서 선택을 주문했으나, 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 가운데는 경북 성주고, 대구 포산고와 같은 기숙형 공립고도 포함돼 있다. 교육계는 이들 학교도 사립학교처럼 지역 유지 등의 개입이 손쉬운 구조로 파악한다. 대부분 지역 명문고라는 게 특징이다.
국공립학교의 학운위는 교과서 결정 권한을 가진 반면,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법적 성격이 자문기구에 그치는 점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에 사립학교가 많은 상황을 설명하는 한 틀이다. 음성원 진명선 박수지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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