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철도노조 수도권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NIE 홈스쿨] 공공부문 민영화 논란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서발 케이티엑스 분리 방안을 두고 ‘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발표하고 있지만 철도노조는 영업성이 높은 이 노선을 분리하는 것이 결국 알짜 노선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영화란 정부의 구실과 규모의 축소를 통한 정부 개혁의 방법으로 매각을 통해 공기업 및 공공자산의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민영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공기업을 팔아 외채를 갚겠다는 논리로 시작돼 포항제철은 포스코로, 한국통신은 케이티(KT), 담배인삼공사는 케이티앤지(KT&G), 한국중공업은 두산중공업 등으로 민영화됐습니다.
사실 민영화는 1970년대 선진국의 경제불황으로 인한 정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정부 개혁 방안의 하나입니다. 당시 경제·사회 전반에 국가의 개입이 부패와 비효율을 양산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면서 신자유주의가 등장했습니다. 자유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자유경쟁의 촉진, 효율성과 이윤의 극대화, 규제 철폐,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촉진, 정부기구 및 기업구조 조정, 공공재의 철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국가의 기능과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가의 통제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세계적으로 일반화됐습니다. 그 영향은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로 이어졌습니다.
1979년 영국 보수당의 승리로 총리에 취임한 대처는 교육, 주택공급, 재정, 산업 등 경제, 사회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습니다. 미국 또한 1981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레이건이 당시 미국 경제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거노믹스라는 신자유주의에 따른 규제 완화, 감세 정책, 민영화 정책을 본격화했습니다.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특히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큰 손실을 낳는다는 점에서 정부 개혁의 주요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국가가 소유·경영하는 공기업은 수익구조를 지닌 기업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국가의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익 추구라는 가치를 동시에 가지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도·전기·철도와 같은 공공서비스는 기반 시설 규모가 거대하고 많은 투자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필수서비스 공공분야의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민간 독점이 될 가능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 민영화의 무차별적 도입으로 인해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고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처 정부에 의해 추진된 영국 철도입니다. 철도회사가 민간에 매각된 뒤 지나친 시장논리에 입각한 운영을 하면서 유지·보수비용과 인력을 감축하였고 그 결과 열차충돌 사고, 전복 사고 등 안전과 관련된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애초 예상과는 달리 되레 경영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적자가 불어나 정부보조금이 투입됐습니다. 이런 부작용의 발생으로 2002년 100여개로 쪼개진 철도회사는 재국유화됐습니다. 아르헨티나 역시 2000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공기업 민영화가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전기, 수도 등에 대한 요금이 상승하면서 서민경제가 압박을 받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2003년에는 우정사업, 2006년에는 상수도사업, 2008년에는 항공사를 차례로 재국유화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영화 바람이 시작됐습니다
공기업 비효율성을 없애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킨다는 게
정부가 내세운 명분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민간 독점이 돼
서비스가격이 되레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민영화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이 제고되면 공공서비스의 요금이 인하되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부독점기업이 소수의 공급자가 있는 민간과점체제로 전환되면서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고 경쟁의 효율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민영화의 수혜는 모두 시장 지배력이 강한 소수의 민간자본에 돌아가고, 이로 인한 민간 독점의 폐해와 부담은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시장논리에 따르면 공공성이 매우 낮은 기관, 그중에서도 경영 효율성이 미흡해 정부 지원이 요구되는 기관이 우선 민영화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민영화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대체로 국가가 선제투자를 많이 해놓은 기간산업이나 공적자금의 투입 등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이 호전된 기관, 즉 매수자가 흔쾌히 돈을 지불하려는 기관이었습니다. 이는 공기업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이 강력한 구조조정과 국가재정 투입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변모한 뒤 다시 민간자본에 매각되는 사례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익은 재벌과 금융기관, 외국 투기자본이 사적으로 가져가는 반면, 구조조정의 부담과 희생은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른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관철됐던 것입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 이론가인 밀턴 프리드먼은 대처의 구조개혁을 지켜보며 “구조개혁은 대처 총리처럼 집권 첫 6개월 이내에 마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이후 그는 소련 붕괴 직후 급격한 민영화라는 충격요법을 주장했던 일에 대해 “그때마다 나는 ‘첫째도 민영화, 둘째도 민영화, 셋째도 민영화’라고 대답했다. 내가 틀렸고, (급진적 방식을 반대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옳았다”는 반성의 글도 남겼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비가역적 조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진행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민영화 정책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민영화 조처의 비가역성 때문입니다. 사실 민영화가 대두되는 이유는 타당하고 선이라서가 아니라, 민영화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세력이 있고, 이들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정부의 경제적 역할 가계가 효용을,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면, 정부는 공익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시장경제에서 시장의 기능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고, 민간 경제 주체들이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거나 직접 담당하기도 한다. (…) 정부는 생산 활동에 참가해 공공재를 공급하기도 한다. 공공재는 국방 서비스나 국도처럼 함께 사용할 수 있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그런데 공공재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기업이 생산을 통해 이윤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가 기업 대신 생산을 담당한다.(고등학교 <경제>, 천재교육, 76쪽) 책으로 확장하기 | 공기업은 비효율, 민간은 효율?
‘한국 철도를 살리는 24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철도의 눈물>은 18년간 철도 기관사로 일한 박흥수씨가 철도 산업과 철도 민영화 정책에 대해 쓴 책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공기업은 비효율적이고 민간은 효율적’이라는 허구적인 프레임을 비판합니다. 그는 “정부 주장대로라면 효율적인 민간은 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엠에프 경제 위기를 몰고 온 것이 누구인가? 문어발식 확장, 부당한 내부 거래, 무리한 인수 합병, 탈세와 위장 증여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의 주범은 바로 민간 기업이 아닌가? 게다가 민자 사업 전반에서 드러난 민간 기업의 행태는 최소한의 도덕성까지 팽개쳐 버린 모습”이라고 지적합니다.
또 그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철도 산업의 적자 구조를 “경영 부실”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하는 정부 당국에 대해 “정부 정책에 따라 일관되게 관리된 철도가 부실 경영이라면 먼저 정부 정책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묻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민영화에 앞서 그동안의 잘못된 정부 정책을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논제로 정리하기 | 성장과 분배, 국가의 역할
2004년도 동국대 정시 논술 문제는 ‘대동’(大同) 사회의 이상을 근거로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밝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세 개의 제시문은 각각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주장과 시장경제의 한계, 대동 사회를 설명한 글입니다.
이 문제의 주제는 ‘성장과 분배’라 할 수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는 효율과 형평의 문제라 할 수 있으며, 모든 국가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더욱이 그것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특성에 직결되는 문제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어느 정도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정부의 개입’을 전제로 할 때, 그 개입을 단순히 시장실패의 극복을 넘어 ‘분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이 문제를 출제한 의도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제시문에서 얘기하는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제성장에 걸맞은 복지 향상”입니다. 이 조건에 따라 정부의 구실을 ‘복지국가의 실현’에 맞춰 논술해야 합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민영화 바람이 시작됐습니다
공기업 비효율성을 없애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킨다는 게
정부가 내세운 명분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민간 독점이 돼
서비스가격이 되레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민영화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이 제고되면 공공서비스의 요금이 인하되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부독점기업이 소수의 공급자가 있는 민간과점체제로 전환되면서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고 경쟁의 효율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민영화의 수혜는 모두 시장 지배력이 강한 소수의 민간자본에 돌아가고, 이로 인한 민간 독점의 폐해와 부담은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시장논리에 따르면 공공성이 매우 낮은 기관, 그중에서도 경영 효율성이 미흡해 정부 지원이 요구되는 기관이 우선 민영화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민영화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대체로 국가가 선제투자를 많이 해놓은 기간산업이나 공적자금의 투입 등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이 호전된 기관, 즉 매수자가 흔쾌히 돈을 지불하려는 기관이었습니다. 이는 공기업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이 강력한 구조조정과 국가재정 투입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변모한 뒤 다시 민간자본에 매각되는 사례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익은 재벌과 금융기관, 외국 투기자본이 사적으로 가져가는 반면, 구조조정의 부담과 희생은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른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관철됐던 것입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 이론가인 밀턴 프리드먼은 대처의 구조개혁을 지켜보며 “구조개혁은 대처 총리처럼 집권 첫 6개월 이내에 마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이후 그는 소련 붕괴 직후 급격한 민영화라는 충격요법을 주장했던 일에 대해 “그때마다 나는 ‘첫째도 민영화, 둘째도 민영화, 셋째도 민영화’라고 대답했다. 내가 틀렸고, (급진적 방식을 반대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옳았다”는 반성의 글도 남겼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비가역적 조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진행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민영화 정책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민영화 조처의 비가역성 때문입니다. 사실 민영화가 대두되는 이유는 타당하고 선이라서가 아니라, 민영화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세력이 있고, 이들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정부의 경제적 역할 가계가 효용을,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면, 정부는 공익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시장경제에서 시장의 기능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고, 민간 경제 주체들이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거나 직접 담당하기도 한다. (…) 정부는 생산 활동에 참가해 공공재를 공급하기도 한다. 공공재는 국방 서비스나 국도처럼 함께 사용할 수 있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그런데 공공재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기업이 생산을 통해 이윤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가 기업 대신 생산을 담당한다.(고등학교 <경제>, 천재교육, 76쪽) 책으로 확장하기 | 공기업은 비효율, 민간은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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