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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넬슨 만델라 별세’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3-12-23 19:52수정 2013-12-23 21:13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2월31일에는 ‘철도 파업’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화해의 정치’ 실천한 우리 시대의 거인, 만델라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마쳤다면 그는 평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노력을 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영원히 잠잘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거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5일 밤(현지시각) 지상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그의 삶은 자신의 책 제목처럼 ‘투쟁은 나의 삶’이자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이었다. 젊은 시절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안정된 길 대신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에 뛰어든다. 이 나라에서 처음 흑인 법률사무소를 연 1952년에는 전국적인 불복종 저항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민권운동의 지도적 인물로 부상했다.

이후 지하 무장조직의 초대 책임자로 임명된 그는 64년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90년까지 복역한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이 기간에 그는 자기정진을 통해 내적인 힘과 외적인 권위를 키워 민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그의 진가는 94년 흑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첫 선거에서 이겨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뒤에 나타난다. 그가 택한 길은 백인 사회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진실에 기초한 대화합이었다. 흑인에게 심한 탄압과 테러 등을 자행한 사람도 진실화해위원회(TRC)에 출두해 자신이 한 일을 솔직하게 밝히고 용서를 구하면 사면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위원회에 출두한 사람이 수천명에 이른 것은 만델라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진실화해위 모델’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해야 하는 여러 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화해의 정치’를 실천한 그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만델라는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 큰 영감을 줬다. 그러나 그의 꿈이 남아공에서 아직 온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흑인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고 있어 흑백화합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8월에는 광산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집회를 경찰이 강제 해산하면서 실탄을 발사해 34명이 숨지기도 했다. 법률·제도적인 차별 철폐를 넘어 사회·경제적인 평등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만델라의 성취가 혼자만의 것은 아니지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그의 뚜렷한 역사관과 ‘흑인과 백인이 평화적으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믿음이 큰 구실을 한 것은 분명하다. 여러 요인으로 갈라진 지구촌에 그가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다.

[중앙일보 사설] 위대한 영혼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위대한 영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그는 남아공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정신적 지주였다. 가혹한 흑백 인종차별 국가에서 태어나 차별정책 폐지를 추진하다가 27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했다. 그런데도 그는 1994년 대통령이 된 뒤 자신과 흑인들을 탄압한 백인들을 용서했다. 이런 행보는 인류 역사에 위대한 족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세기 계층 간, 인종 간, 국가 간 지배·피지배 관계를 형성했던 많은 국가들이 ‘혁명’을 거쳤다. 새롭게 독립한 나라들이거나 민주화된 많은 나라들에서 피바람이 불었다.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된 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벌어진 ‘인종청소’를 상기해보라.

남아공 역시 가혹한 인종차별 정책을 폈던 백인정권에 대해 다수 흑인들에 의한 참혹한 보복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만델라는 용서와 화해를 부르짖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는 그의 흑백 화해 정책 덕분에 남아공은 상대적으로 큰 혼란을 겪지 않고 발전할 수 있었다. 나아가 ‘만델라 방식’은 남미 국가들의 민주화 과정에서 전범(典範)으로 이어졌고 이들 국가도 ‘혁명’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의 용서와 화해 행보는 평범한 사람들로선 도저히 따르기 어려운 정도였다. 집권한 뒤 첫 부통령에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을 임명했으며 흑백차별정책의 정보책임자와 자신에게 종신형을 구형한 검사를 대통령관저에 초대해 극진히 대접했다. 투옥됐던 감옥의 교도소장을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실천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극심한 이념대결,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차이, 세대 간·계층 간 의사소통의 단절이 우리 사회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만델라가 서거한 날 우리 모두 그가 남긴 ‘위대한 화합의 정신’을 새겨보는 것이 어떨까. 남아공의 흑인들은 만델라를 뒤따라 자신들을 짓밟았던 백인들조차 용서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07년 7월24일 89살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요하네스버그 ‘넬슨 만델라 어린이재단’에서 어린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2007년 7월24일 89살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요하네스버그 ‘넬슨 만델라 어린이재단’에서 어린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논리 대 논리]
평등과 정의? 용서와 화해?…만델라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글 읽기는 글쓰기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글을 읽을 때 글 자체로만 읽지 않고, 글 읽는 사람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인생과 현재 놓인 처지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작용해서 글의 의미가 글 읽는 사람의 안에서 만들어지기에 그렇다. 글의 의미는 글 자체에 있지만,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있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보고 이해할 때 그 사람이 지닌 가치 체계에 따라 보는 면이 다른 것을 우리는 자주 확인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용서와 화해, 평등과 정의

한겨레와 중앙은 모두 만델라의 정신과 삶을 우리 시대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한겨레는 평등과 정의에 초점을 두고, 중앙은 용서와 화해에 초점을 둔다.

사설에 쓰인 낱말을 살피면 두 신문의 차이가 보인다. 중앙이 사설에서 쓴 말을 보면, 용서, 화해, 증오, 분열, 피바람, 사랑, 화합이 나온다. 한겨레 사설에 나온 말을 보면, 투쟁, 의무, 화합, 평등, 정의, 공존이 나온다. 두 신문이 공통으로 쓴 말은 용서, 화해, 공존, 분열, 화합이다.

한겨레는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개인의 의무라는 만델라의 말을 소개하며 억압에 맞서 투쟁한 그의 삶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배자인 백인들을 물리친 뒤에 그들을 용서하고 화합을 이룬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그 사회가 법률·제도적 평등을 이루었어도 사회·경제적 평등을 이루지 못해 문제라고 말한다. 한겨레는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지고 다른 집단은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만델라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중앙은 만델라가 자신을 탄압한 백인들을 용서한 부분을 강조한다. 많은 나라에서 사회 혁명 뒤에 피바람이 불어 희생이 있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만델라가 있어서 그런 후유증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용서하되 잊지 않는다.’는 만델라의 해법이 의미 있다고 하면서, 증오를 사랑으로 승화시킨 인물이 위대하다고 칭송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지금 분열되어 있어서 만델라의 화합과 용서를 배워야 한다고 정리한다.

두 신문에서 쓰는 말이 다른 지점은, 평등과 정의와 용서라는 낱말에서 또렷하게 보인다. 한겨레는 평등과 정의를 이야기했지만, 중앙은 평등과 정의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 대신에 중앙은 용서를 강조했다. 한겨레는 용서라는 말을 한 번만 썼는데, 중앙은 다섯 번이나 썼다. 그래서 중앙의 사설을 읽으면 용서하고 화합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한겨레는 전체 사설이 1233자인데 그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295자를 사회·경제적 평등과 정의 실현에 대해 썼다. 한겨레 사설을 읽고 나면 사회 정의와 평등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글 읽는 사람의 책임

용서하고 화합하라는 말이, 서로 갈라져서 맞서 싸우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혹시 서로 상대쪽에다 먼저 용서하고 화합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상대가 먼저 잘못을 고백하고 자신들을 포용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라는 해법은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이때 누가 먼저 상대를 용서해서 화합을 실천하고 나서야 할까.

그것은 힘 있는 쪽이다. 권력을 가진 쪽이다. 돈의 힘이 있는 쪽이다. 더 많이 배운 쪽이다. 강한 자들이 먼저 양보하고 용서하고 화합에 나서야, 약한 자들도 함께 그 길에 나설 수 있다. 강자가 약자에게 자신의 횡포를 용서하고 화해하자고 먼저 요구하면, 약자가 그 제안을 듣기가 어렵다.

또 한 가지, 우리는 위대한 인물이 약자를 차별하는 권력과 맞서 싸울 때 그를 위험하게 여기다가, 그가 권력을 물리치고 승리하고 난 다음에야 그를 환영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책을 보면 많은 위인들이 그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에게 모욕을 겪고 배반을 당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그랬고, 중세 이후 500년 동안이나 억압과 착취를 합리화하던 교회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곳으로 바꾼 엘살바도르의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 대주교 또한 그랬다. 우리가 지금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모욕을 주는 인물이 우리 사회에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조선의 기개 있던 선비인 남명 조식 선생도 비슷한 글을 남겼다. ‘사람들이 참된 선비를 호랑이 껍질처럼 사랑해서 살아 있을 때는 죽이려 들다가도 죽고 나면 아름답다고 칭송한다.’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의롭게 살아가는 인물을 외롭지 않게 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만델라

만델라는 흑인 인권운동가로 세계적인 인물이다. 그가 세상을 뜨자 세계 모든 나라에서 애도를 표했다.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만델라에 대해 칭송하는 목소리는 하나다. 그가 살아온 삶이 현재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닿아 있고, 우리가 나아가려고 하는 이상과 같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인에게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주지 않았다. 평화롭게 저항하려고 흑인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평화시위를 하는데 경찰이 총을 쏘아 18명이 죽기도 했다. 결국 그는 법 안에서 저항을 할 수 없다고 보고, 무장투쟁에 나서게 된다. 만델라의 투쟁 노선은 비폭력 저항을 한 인도의 간디와 미국의 마틴 루서 킹과 달랐다. 간디는 영국의 군사력이 인도보다 훨씬 셌기에 무력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마틴 루서 킹은 미국에서 흑인이 백인보다 훨씬 수가 적기에, 백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흑인 인권 해방이 어렵다고 보고, 폭력 투쟁 노선을 선택하지 않았다.

만델라는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일이 불가능했기에, 폭력을 선택했다. 억압하는 백인 정권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는 예전에 흑인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진실화해위원회를 만들어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하고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용서했다. 이 과정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 만델라는 자신이 약자여서 저항할 때는 폭력을 쓰다가, 권력을 얻은 뒤에 폭력을 버렸다. 그는 1993년에 노벨평화상을 받고,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대통령으로 활동한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추천 도서]




넬슨 만델라 평전
자크 랑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2007년

“한 사람에게 있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거부되면, 그는 법 밖에서 사는 존재가 되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사고할 줄 아는 아프리카인 전체의 총체적인 삶이, 양심과 법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크 랑이 쓴 평전은 우리말로 된 만델라 책 중에서 밑줄을 긋게 되는 문장이 가장 많은 책이다.

나 자신과의 대화
넬슨 만델라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013년

<나 자신과의 대화>는 만델라가 남긴 글과 말을 정리한 책이다. 광고에는 ‘최후의 자서전’이라고 나오지만 자서전이 아니다. 기록과 메모를 모은 책이다. 이 책은 평전과 같이 읽어야만 맥락이 잡혀서 그 내용이 이해가 된다.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전체 흐름이 잡히지 않아서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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