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의를 통과한 8개 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7종의 표지 모습. 사진 맨 앞에 있는 교과서가 한국현대사학회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7개 학회 분석결과 652건 오류
고대사는 동북공정 사관 동조
‘빈출문제’ 정효공주묘 설명 틀려
5세기 가야 토기를 3세기로
상주 출토품을 고조선 유물로
정설·통설 벗어난 서술도 많아
“이 책 배울 학생이 무슨 죄냐”
고대사는 동북공정 사관 동조
‘빈출문제’ 정효공주묘 설명 틀려
5세기 가야 토기를 3세기로
상주 출토품을 고조선 유물로
정설·통설 벗어난 서술도 많아
“이 책 배울 학생이 무슨 죄냐”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승복하는 듯한 내용을 담는 등 고대사 부분에도 오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각종 시험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고대사학회·한국중세사학회·한국근현대사학회·한국민족운동사학회·한국역사연구회·한국역사교육학회·한국사연구회 등 한국의 역사학자 대부분을 망라하고 있는 7개 학회는 19일 공동으로 ‘교학사 <한국사> 검토-교과서가 되지 못하는 이유’ 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최종 승인된 교학사 교과서에서 시대별로 선사·고대 93건, 중세 59건, 개항기 125건, 일제강점기 259건, 현대 116건 등 총 652건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고대사 분야의 심각한 오류들이 눈에 띈다. 교학사 교과서는 우리 민족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 민족은 (중략) 한반도 문화권을 형성해 나갔다”(15쪽)고 서술했다. 하일식 역사연구회 회장은 “한국의 고대 문화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았고, 만주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런 신조어를 쓴다는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승복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발해 정혜공주와 정효공주 묘를 설명한 부분에서 교학사 교과서는 “장례를 3년상으로 치렀다. (중략) 무덤이 고구려 양식에 당의 것을 가미했다”(42쪽)고 서술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혜공주는 3년상이 맞지만 정효공주는 1년상을 치렀다. 특히 정혜공주 묘는 고구려 무덤 양식으로 벽화가 없고 정효공주 묘는 당나라 양식의 영향을 받아 벽화가 있는데, 교과서에는 이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둘에 대한 비교는 시험에서 자주 출제되는 이른바 ‘빈출 문제’다.
또 5세기 것인 가야 토기를 “3세기 후반”(28쪽)이라고 하는가 하면 ‘신라 하대의 사회적 혼란’을 설명한 지도(38쪽)는 색칠 잘못으로 발해를 지워버리기도 했다. 고조선 영토가 아니었던 경북 상주 출토품인 비파형 동검을 고조선 출토 유물(11쪽)이라고 설명하는 오류도 발견됐다. 원문 해석을 잘못해 학생들을 오해하게 만드는 대목도 많았다.
정설과 통설을 벗어난 서술이 많아 학생들이 이 책으로 시험을 준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글이 많고 중복 서술 등의 문제가 많아 가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양정현 역사교육학회 회장은 “시험 출제 경험상 검정교과서 8종 가운데 5~6종 정도에 포함되는 내용에서 시험 문항 출제가 가능하다. 교학사 교과서를 공부한 학생은 시험 볼 때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정연태 역사연구회 부회장은 이날 7개 학회가 대거 참석해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학계 안에서도 사관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는 사실과 허구, 진실과 왜곡,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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