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분석
‘승인 운동 주역은 이승만’ 등
무리한 이승만 업적 만들기
광복군 창설 내용도 빠뜨려
‘승인 운동 주역은 이승만’ 등
무리한 이승만 업적 만들기
광복군 창설 내용도 빠뜨려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받은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정부의 뿌리인 임시정부에 대해 주요한 사실을 빠뜨리거나 여러 군데에서 잘못 서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흔드는 일로, 교과서 저자들은 물론 이 교과서를 최종 승인한 교육부를 향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10일 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근현대사 관련 단원에서만 모두 400여건에 이르는 오류와 왜곡을 찾아냈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임시정부 역사 왜곡만 35건이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임시정부의 역사’를 무리하게 ‘이승만의 역사’로 기술해 오류를 범한 경우가 많았다. 교학사 교과서는 “임시정부 승인 획득 운동의 주역은 이승만이었다”(293쪽)고 서술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국한테서 임시정부를 승인받기 위한 운동의 주역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구를 비롯해 조소앙·김규식·박찬익 등 충칭 임시정부의 요인들이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또 “1943년의 카이로 선언… 등은 (이승만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293쪽)고 서술했다. 이 역시 틀린 내용이다. 카이로선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즉각 독립을 주장한 것은 중국의 장제스였고, 장제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사들은 주로 충칭 임시정부 요인들인 김구·김규식·조소앙 등이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임시정부가 1932년부터 7~8년간 중국을 떠돌아다니며 힘겹게 독립운동을 한 ‘장정’에 대한 내용은 물론 한국광복군 창설과 관련한 내용도 빠뜨렸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의 체계까지 흔들렸다. 교학사 교과서를 보는 학생들은 임시정부가 한국광복군을 창설한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임시정부는 한국광복군을 정비하여”(290쪽)라는 내용을 접하게 된다. 관련 도표(296쪽)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는 1945년이 아니라 1920년대 중반까지만 이어진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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