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2월17일에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논리 대 논리]
종교인의 당연한 사회참여인가, 부적절한 정치개입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이 종교인의 정치참여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논쟁의 불을 지핀 것은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의 시국미사였다. 여기서 사제들은 대통령이 선거에 책임지고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976년 군사정권에 맞선 3·1 구국선언, 1987년 6월 항쟁을 불러온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폭로 등 우리나라 민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점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군 해외파병 철회 촉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찬반이 갈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제단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곤 했다. 그때마다 사제단의 입장 표명은 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박창신 신부 발언의 본질은
사제단의 이번 시국미사는 박창신 신부의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와서 훈련하면 쏴야 한다”는 식으로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특히 문제가 되었다. 물론, 박 신부의 말은 적절치 못했다. 이 점은 중앙과 한겨레 모두 지적하는 바다.
하지만 한겨레와 중앙은 박 신부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의 본질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한겨레는 박 신부 주장의 핵심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란 국기(國紀) 문란’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종북몰이’를 비난하는 가운데 잠깐 사례로 들었던 내용을 정부 여당에서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비판한다.
중앙의 입장은 다르다. 중앙에 따르면, 박 신부의 발언뿐 아니라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라는 미사의 취지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어서 종교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사였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은 경찰과 검찰이 밝혀야 할 문제다. 처벌 또한 사법기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종교인들이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야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는 정치와 종교 활동을 명백하게 분리한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은 어디서부터 차이가 날까? 정교분리(政敎分離)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종교인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국가기관을 접수하려 한다면, 이는 분명하게 잘못되었다. 그러나 정의구현사제단의 행동이 과연 정교분리 원칙을 어겼는지는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한겨레는 정의구현사제단의 편을 든다. “세상의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사제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는 참된 신앙에는 두 방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며 다른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제대로 된 신앙인이라면 주변의 고통과 잘못된 현실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 종교인은 당연히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반면, 중앙은 “신부들이 나서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의 소리를 높인다. 맥락을 짚어보면 중앙 또한 종교인들의 현실 참여를 반대하지 않는 듯싶다. 문제는 종교인들의 발언이 “저주와 선동을 배격하고 사랑과 평화를 전했나”는 점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양심과 신앙에 따라 행동
종교인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오직 양심과 신앙이 가리키는 바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정의구현사제단의 입장이 보수·진보로 갈린 정치적인 입장 차이를 떠나, 제대로 된 신앙을 품은 사람이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들의 가치관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사제들의 입장 표명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중앙의 시각이다.
둘 가운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 참된 종교인이라면 정의와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권력에 맞서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 이 점에서 종교인의 사회참여는 당연하다. 반면, 종교인의 정치개입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지를 얻기 어렵다. 정치적인 문제에는 옳고 그름을 뚜렷하게 가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무엇이 맞는지가 달라지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종교인의 입장 표명은 건강한 토론과 합의를 막는 폭력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사회참여일까, 정치개입일까? 두 사설은 같은 사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정식 명칭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다. 1974년 천주교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라는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반발한 젊은 사제들이 중심이 되어 강원도 원주에서 결성되었다. 1962년 소집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당시 교황이던 요한 23세는 “교회 생활의 모든 분야가 현대 세계에 ‘적응’하는 차원을 넘어 완전히 의식 변화를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교회 안에서는 복음화 운동을, 사회적 차원에서는 민주화와 인간화를 위해 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활발하게 민주화 운동을 펼쳐왔다. 1974년, 군사독재에 반대하여 양심수 석방과 유신헌법 반대 운동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김지하 시인 구명운동, 인민혁명당 사건 진상규명운동,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 사실 폭로를 비롯하여 지금도 양심수와 장기수 석방 운동,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정부 수립 이후,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1989년 문규현 신부의 평양청년학생축전 참가, 지난 11월26일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사건 발언 등을 통해 정의구현사제단은 줄곧 친북 성향이 있다는 의심을 받곤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소 수입 금지 촛불집회 참가, 4대강 사업 반대 등의 활동을 벌이면서부터는 보수 진영의 주된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천주교 안의 뉴라이트 모임인 나라사랑기도회가 나서서 정의구현사제단을 천주교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추천 도서]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
아베 피에르 지음, 김주경 번역
우물이 있는 집 펴냄, 2004년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프랑스의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의 구현자’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피에르는 사제로서 레지스탕스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빈민운동가로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벌였다.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는 피에르 신부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종교인의 사회참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번역
바오출판사 펴냄, 2009년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종교개혁을 이끈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에 대한 기록이다. 칼뱅은 로마 가톨릭에 맞서 관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권력을 잡자 칼뱅 또한 개혁을 위해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고 강력한 독재를 펼쳤다. 카스텔리오는 이에 맞서 자유와 관용을 부르짖었던 인문학자다. 종교의 정치개입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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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종교인의 당연한 사회참여인가, 부적절한 정치개입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이 종교인의 정치참여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논쟁의 불을 지핀 것은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의 시국미사였다. 여기서 사제들은 대통령이 선거에 책임지고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976년 군사정권에 맞선 3·1 구국선언, 1987년 6월 항쟁을 불러온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폭로 등 우리나라 민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점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군 해외파병 철회 촉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찬반이 갈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제단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곤 했다. 그때마다 사제단의 입장 표명은 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박창신 신부 발언의 본질은
[키워드로 보는 사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정식 명칭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다. 1974년 천주교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라는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반발한 젊은 사제들이 중심이 되어 강원도 원주에서 결성되었다. 1962년 소집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당시 교황이던 요한 23세는 “교회 생활의 모든 분야가 현대 세계에 ‘적응’하는 차원을 넘어 완전히 의식 변화를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교회 안에서는 복음화 운동을, 사회적 차원에서는 민주화와 인간화를 위해 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활발하게 민주화 운동을 펼쳐왔다. 1974년, 군사독재에 반대하여 양심수 석방과 유신헌법 반대 운동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김지하 시인 구명운동, 인민혁명당 사건 진상규명운동,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 사실 폭로를 비롯하여 지금도 양심수와 장기수 석방 운동,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정부 수립 이후,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1989년 문규현 신부의 평양청년학생축전 참가, 지난 11월26일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사건 발언 등을 통해 정의구현사제단은 줄곧 친북 성향이 있다는 의심을 받곤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소 수입 금지 촛불집회 참가, 4대강 사업 반대 등의 활동을 벌이면서부터는 보수 진영의 주된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천주교 안의 뉴라이트 모임인 나라사랑기도회가 나서서 정의구현사제단을 천주교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추천 도서]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
아베 피에르 지음, 김주경 번역
우물이 있는 집 펴냄, 2004년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프랑스의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의 구현자’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피에르는 사제로서 레지스탕스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빈민운동가로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벌였다.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는 피에르 신부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종교인의 사회참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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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출판사 펴냄, 2009년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종교개혁을 이끈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에 대한 기록이다. 칼뱅은 로마 가톨릭에 맞서 관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권력을 잡자 칼뱅 또한 개혁을 위해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고 강력한 독재를 펼쳤다. 카스텔리오는 이에 맞서 자유와 관용을 부르짖었던 인문학자다. 종교의 정치개입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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