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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맞는걸 틀리게 고치라는 교육부…심의회 전문성 있나

등록 2013-12-02 20:12수정 2013-12-03 14:11

학계서 인정된 ‘사실’을 ‘추정’으로
인용 출처를 원문 아닌 자료집 지정
틀린 사실 없는데 편향서술 요구
‘자격 의심’ 심의회 명단 공개 안해
6종 집필진 내일 수정명령 취소소송
검정을 통과한 7개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교육부가 추가로 수정명령을 내렸지만 이 수정명령에서 오히려 오류가 발견됐다.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위해 구성한 수정심의회(심의회)의 전문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2일 전국 470여개 단체가 모인 ‘친일독재미화 뉴라이트교과서 검정무효화 국민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서술한 ‘(우즈베키스탄) 아프라시아브 궁전 벽화의 고구려 사신’ 표현에 대해 교육부가 내린 수정명령은 학계의 연구성과와 동떨어진 내용이다. 교육부는 “아프라시아브 궁전 벽화의 조우관(새 깃털로 장식한 관리의 모자)을 쓴 두 인물이 고구려 사신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됨’이라고 고치라”고 명령했지만, 하일식 연세대 교수(고대사)는 “학계에서는 고구려 사신이 맞다고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학계의 연구결과를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교학사 교과서가 소개한 ‘이승만의 위임통치 청원서’의 내용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공보 제28호’(공보)를 인용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내용이 원문과 다르게 표현돼 있는데,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쓴 ‘대한민국임시정부 자료집 43’(자료집)을 출전으로 표기하라”고 수정명령을 내렸다. 공보와 자료집은 모두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제연맹에 보낸 영문 편지글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어서 내용의 취지는 같지만, 번역 시점이 각각 1921년(공보)과 2011년(자료집)으로 차이가 커 문장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교육부로서는 공보를 인용하되 표현을 원문과 일치시키도록 명령했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출처를 인용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심의회가 자료집을 출처로 표기하라고 했다면 문장 자체도 이 출처에 맞게 바꾸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심의회가 원문들을 제대로 살펴봤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술 시각과 분량의 균형을 요구한다면서 오히려 편향적 서술을 강요한 대목이 여럿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정명령에는 △한국광복군의 서술을 늘리라 △북한의 토지개혁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라 △북한군의 양민학살 사례를 넣어라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더 서술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국민네트워크는 “틀린 사실이 없는데 서술 균형을 거론하며 오히려 반북·반공 시각을 노골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오히려 서술 균형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정명령의 오류와 편향성이 드러나면서 수정심의회가 어떤 인물들로 구성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수정명령 내용만 봐도 전문성과 편향성이 의심된다. 역사학계 최대 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나 한국사학회 등의 역사 관련 학회에서는 아무도 심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심의회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교학사와 함께 수정명령을 받은 6종 교과서 집필진은 오는 4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 집필진은 또 앞으로 교육부가 수정명령 과정에서 구성한 수정심의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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