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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학자들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은 유신회귀”

등록 2013-11-12 20:04수정 2013-11-13 09:56

한국사학계 원로들이 1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역사교육에 대한 권력과 정치의 개입을 개탄한다’며 연 기자회견에서 윤경로 전 한성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병욱 전 가톨릭대 교수, 조광 전 고려대 교수, 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 성대경 전 성균관대 교수,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이만열 전 숙명여대 교수, 박현서 전 한양대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윤 전 교수, 서중석 전 성균관대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사학계 원로들이 1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역사교육에 대한 권력과 정치의 개입을 개탄한다’며 연 기자회견에서 윤경로 전 한성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병욱 전 가톨릭대 교수, 조광 전 고려대 교수, 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 성대경 전 성균관대 교수,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이만열 전 숙명여대 교수, 박현서 전 한양대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윤 전 교수, 서중석 전 성균관대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역사왜곡 논란’ 교학사 저자 필두
“검정 문제 많아 국정체제로 가야”

국정교과서, 정권홍보수단 우려
학자들 “전체주의 국가에서 통용”
선진국은 교과서 자유발행 ‘대세’
정부와 새누리당 일각에서 현재 검인정 체제로 발행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꾸자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는 데 대해 ‘과거 회귀’라는 비판이 역사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 잇따라 제기되는 ‘국정교과서’론 한국사학계의 원로학자 16명은 1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로의 회귀 주장이 퇴행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교과서는 과거 국가가 국민에게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한다는 비판 속에 폐기의 길을 밟고 있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교과서 검정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드러나 국정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도 최근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놨다.

교학사 교과서 저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현대사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검인정 제도가 국정보다 낫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금처럼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교과서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선 차라리 국정교과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유신 때 국정체제로 전환 해방 이후 검정체제를 유지하던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 선포 이후인 1974년 ‘주체적 민족사관 확립’을 이유로 국정체제로 전환됐다. 당시 검정체제로 발행하던 11종의 중·고교 국사 교과서를 1종의 국정교과서로 통일시켰다.

유신시대 국정교과서는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됐다. 박현서 전 한양대 교수(한국사)는 “(박정희 정권 때) 중등 교과서를 집필했는데,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국정교과서는 국민들의 이데올로기를 통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중석 전 성균관대 교수(한국사)는 “(1987년) 6월항쟁 이전에 정부 권력은 역사교육을 사실상 통제했다. 역사를 정부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해 현대사를 반공교육으로 일원화시키는 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결국 국정교과서 체제로의 전환은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만열 전 숙명여대 교수(국사학·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과서가 유신시대처럼 국정체제로 회귀한다는 것은, 우리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쳐온 저희들로서는 대단히 우려되는 일이다.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선진국은 자유발행제가 대세 국정교과서의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는 2011년부터 검정으로 돌아왔다. 교육부는 당시 국정교과서를 검정교과서로 바꾼 목적을 두고 “교과목별로 다양한 입장을 반영할 수 있고, 교사와 학습자에게 교과서 선택권을 부여해 각각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다시 국정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반대로 교사·학습자의 선택권을 배제하고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하겠다는 의미다.

선진 국가들은 오히려 검인정보다 더 자유로운 자유발행제를 채택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교과서의 자유발행제를 도입해, 교과서의 제작이나 발행에 대한 제약이 없다. 프랑스는 검정체제다. 반면 북한을 비롯해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은 국정교과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조광 전 고려대 교수(한국사)는 “원래 (교과서의) 국정화가 지향하는 목적은 국가 이념의 보편화”라며 “국정교과서가 통용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다. 지금에 와서 교과서를 다시 국정화하자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전체주의에 두자는 것과 통한다”고 비판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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