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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리구치 선생님 잠일고서 역사수업
“한·일 ‘역사 수레바퀴’ 함께 끌고 가자”

등록 2013-10-23 20:35수정 2013-10-24 10:38

일본 리쓰메이칸대 부속 우지고등학교의 모리구치 히토시 교사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일고등학교에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일 간 역사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일본 리쓰메이칸대 부속 우지고등학교의 모리구치 히토시 교사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일고등학교에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일 간 역사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교토 우지고교-잠일고 교환 수업
일제 침략 균형잡힌 시각으로 설명
“혐한시위 소수…위안부 해결 바라”
“좋은 한국 사람도 나쁜 한국 사람도 모두 죽여라.” “조선 사람들 목을 매달아라.”

23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의 혁신학교인 잠일고 1학년 1반 학생들의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특별수업에 나선 일본인 교사 모리구치 히토시(53)가 학생들에게 최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혐한 시위’에 등장한 팻말의 문구를 설명해줬을 때였다. 32명의 학생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본 혐한 시위 동영상에서 한 젊은 여성은 “조센진을 대학살해야 한다”며 소리를 질렀다. 모리구치 교사는 “이런 젊은 사람들이 일본에 있다는 것에 대해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일본말로 말했다.

일본 교토의 리쓰메이칸대 부속 우지(우치)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모리구치 교사는 이날 동북아역사재단이 지원하는 ‘역사교사 해외교환방문 사업’의 일환으로 잠일고 교단에 섰다.

그는 40여만명의 일본인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되고 수천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한 1923년 일본 간토(관동)대지진 때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어 그는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에게 “조선인이 독을 투입했다는 우물물을 가지고 와라. 내가 먼저 마시겠다. 조선인을 죽이기 전에 이 오카와를 죽이라”며 조선인 학살을 막으려한 오카와 쓰네키치 당시 가나가와현 쓰루미경찰서장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한 일본인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모리구치 교사는 이날 수업에서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한·일 두 나라 국민이 “연대와 우호”의 정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50분 동안 진행된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학생들에게 “일본에서 혐한 시위를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끌고 가기 위해 함께 손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단체 ‘역사교육자협의회’ 소속인 모리구치 교사는 2000년부터 매년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에서 여는 한·중·일 학생 역사캠프에 참여하는 등 일본 학생들에게 균형잡힌 한·일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4일엔 박중현(51) 잠일고 교사가 일본 우지고에 가서 수업을 했다. 박 교사는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을 도운 일본인 변호사 후세 다쓰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를 일본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모리구치 교사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수업 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극우세력이 만든) 후소사 교과서가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교학사 교과서에서 친일파를 미화하거나 식민지 근대화론을 다루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과거 식민지배를 제대로 알고 이를 극복해 미래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약하게 합니다. 이 두 교과서는 결국 한-일 양국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이 역사를 바로 배워야만 두 나라 사이의 평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모리구치 교사의 굳은 소신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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