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절차 거치려면 8개월”
저자·출판사가 거부땐 강제 못해
“8종 모두를 포함해 물타기” 비판
저자·출판사가 거부땐 강제 못해
“8종 모두를 포함해 물타기” 비판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해 최근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모두 수정·보완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입법조사처가 교육부의 수정·보완 방침이 적절한지에 대해 물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검토 의견을 보면, 교과용 도서의 수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려면 정식 심의 수준인 8개월 정도가 필요하지만 내년 3월부터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대법원이 2008년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수정 명령과 관련해 ‘이미 검정을 거친 내용을 다시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검정 절차상의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결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교육부 장관의 수정 권고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데다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자와 출판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검정 합격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교과서 저자들은 교육부의 수정 명령 또는 권고를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방침에 따라 이달 말까지 교과서 수정·보완을 완료하고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주문 시점도 애초의 10월11일에서 11월 말까지로 연기했다. 일선 학교가 교과서 선정을 하는 데 한달 안팎의 시간만 주어지는 셈이다.
입법조사처는 “교과서 선정 기간은 짧고, 그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 학교장의 교과서 선정·주문 시기를 대통령령(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으로 정하고, 그 시기를 1학기의 경우 6개월 이전으로 정한 이유는 교사들이 다음 학년도의 수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시간을 확보해주려는 데 있다. 일정이 늦어질수록 수업 준비에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8종 교과서 모두 수정·보완한다는 지침은) 그저 8종 교과서 전체의 오류를 공개해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를 물타기하겠다는 의도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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