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1월 교육부 장관의 재의 요구를 거부하고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한 것은 교육부 장관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관련법에 따라 재의요구를 할 수 있는 기한은 20일인데 교육부 장관의 재의요구는 이 기한을 넘어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26일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교육감이 재의요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의회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다. 이 기간을 지나서 한 재의요구는 이미 소멸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조례무효확인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법원에 두발과 복장의 자유, 체벌이나 소지품 검사 금지, 집회의 자유 등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교칙을 각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해서 정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조례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는 “헌재 결정은 권한 쟁의에 관한 것이고, 대법원에 계류된 것은 내용에 관한 재판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해 보면, 내용 면에서도 조례에 중대한 하자가 없는 경우엔 정부가 지자체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진보-보수의 갈등과 대립으로 비화하면서 공포 과정부터 순탄치 못했다. 야권이 다수였던 서울시의회가 2011년 12월 19일 조례를 의결했지만 정책을 추진했던 곽노현 전 교육감은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이대영 권한대행은 이듬해 1월9일 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지만 이후 1심에서 벌금형으로 풀려난 곽 전 교육감이 복귀 후 재의요구를 철회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이주호 당시 교육부 장관은 1월20일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했지만 곽 전 교육감은 이를 거부하고 1월26일 조례안 공포를 강행했다. 이 장관은 서울시 교육감이 장관의 재의요구를 거부한 것은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규정된 장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보수 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한 후 서울학생인권조례에 관련된 업무를 대부분 중단한 후, 12월까지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학생인권조례에 부정적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은 학생인권조례 공포된 이후에 효력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가 각 학교에서 제대로 적용되도록 이행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례 내용의 적법성은 대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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