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 피터 코니츠키 동아시아학과장
케임브리지대 피터 코니츠키 동아시아학과장
한국학 교수 1명뿐… 대체인력 없어
일본·홍콩처럼 연구 재정지원 필요
“한국학 없인 동아시아 이해 못해”
한국학 교수 1명뿐… 대체인력 없어
일본·홍콩처럼 연구 재정지원 필요
“한국학 없인 동아시아 이해 못해”
“케임브리지대학에 한국학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피터 코니츠키(63·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학과장(로빈슨 칼리지 부학장)은 유럽의 한국학 연구에 대한 관심과 재정적 후원을 촉구했다.
정년을 코앞에 둔 그가 직접 한국을 찾아온 사정은 이렇다. 현재 학과에서 한국학 교수는 재미동포인 신동준(마이클 신) 교수 단 1명뿐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난 5년간 재정지원을 했고, 그 뒤엔 케임브리지대학이 이를 이어받아 정년을 보장해준 덕분이다. 그래서 신 교수가 어떤 이유로든 강의를 그만두거나 못하게 되면 대체인력이 없는 셈이다.
“학과장 임기는 2년, 정년은 4년 남았습니다. 그 안에 한국학이 케임브리지대학에 완전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코니츠키 학과장은 한국 기업들의 기부를 기대하고 있다. ‘후지은행 일본정치학 교수’, ‘게이단렌(경단련) 일본학 교수’ 등 일본의 기업이나 홍콩의 독지가가 재정을 ‘기부’한 교수직이 있지만, 한국 쪽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는 200만파운드(약 34억원)를 내면 기부자의 이름을 교수직에 붙여 ‘영구히’ 운영하는 전통이 있다. 16세기에 헨리8세의 기부금으로 만든 교수직들이 5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자동차, 휴대전화 등으로 전세계에 물질적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케임브리지대학에도 이름을 남겨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활동에 나서주기를 기대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코니츠키는 옥스퍼드대학에서 학·석사를 거쳐 19세기 일본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교토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국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동아시아학을 공부하려면 중국학, 일본학과 함께 한국학을 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일본 양쪽에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고유의 창의적인 문화를 발달시켰습니다. 고려·조선의 인쇄기술이나 조선시대의 의학 등을 빼놓고 당시 동아시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나 일본만 공부해선 안 됩니다.”
이런 인식에 따라 그는 지난 8년 동안 직접 학부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사를 포함한 동아시아 역사를 강의해왔다. “한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는 20세기죠. 근대화와 식민지, 전쟁과 전후 사회변화 등을 보면서 냉전의 역사와 정치·경제를 모두 다룰 수 있고 한국을 통해 동아시아와 세계를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유럽 학생들이 상당히 흥미로워합니다.”
그는 “요즘 케임브리지대에서 영화·음악·음식 등 한국 관련 행사를 하면 대학 전체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참석합니다. 이런 관심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외현 <한겨레21>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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