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를 빼고 7개 출판사 한국사 집필자로 구성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가 1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이 집필한 교과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문제가 된 교학사 교과서 말고도 7종을 보태 수정·보완 권고를 내리겠다는 교육부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금성출판사 김종수, 두산동아 이인석, 리베르스쿨 최준채, 천재교육 주진오, 미래엔 한철호, 비상교육 도면회, 지학사 장종근 집필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부실 교과서와 같은 취급
참을 수 없는 모욕감…
정부 수정지시는 불법
대법원 판례 이미 나와
행정소송 등 모든 조처”
참을 수 없는 모욕감…
정부 수정지시는 불법
대법원 판례 이미 나와
행정소송 등 모든 조처”
친일·독재 미화 및 부실 논란을 빚은 한국사 교과서(교학사)와 함께 도맷금으로 수정·보완 권고를 받게 된 나머지 한국사 교과서 7종의 집필진이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며 ‘불복종 선언’을 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교학사를 뺀 나머지 7종의 교과서 집필자 53명이 모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는 1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검정 취소 요구를 받을 만큼 부실한 교과서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것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허탈감과 모욕감을 느낀다”며 “(교육부의 수정 권고에)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견에는 집필자 28명이 참석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가 잘못된 역사인식은 물론 각종 오류로 논란을 일으키자 검정 통과본 8종 교과서 전체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검증하겠다고 지난 11일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10월 말까지 검증작업을 거쳐 수정 권고를 할 방침이다. 출판사들이 이를 반영한 새 전시본을 찍어 학교 현장에 다시 보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7종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런 교육부 조처를 거부할 방침이다. 다만 이미 학교들에 배포된 전시본의 명백한 오류를 일선 교사와 교육부가 제시하는 경우에는 내년에 학생들이 받아볼 교과서 인쇄 때 반영하기로 했다. 비상교육 교과서 집필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역사문화학과)는 “보통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 최종 제본 전까지도 교사 등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정 작업이 이뤄진다. 교육부가 찾아낸 오류도 이런 자율 수정 과정 속에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교육부의 이번 조처가 불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수정·보완 방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의 교과서 채택 마감을 원래 이달 11일에서 다음달 말까지 한달 이상 연기시키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1학기에 사용되는 교과서 주문을 여섯달 전에는 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수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 가능성에 대해 “행정소송을 비롯한 모든 법적인 조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2008년 정부가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 지시를 내린 조처는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나왔다”며 교육부가 이번에 수정·보완을 시도하는 것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