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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제가 한국인 생활습관 개선” 교과서 곳곳 ‘식민지 근대화론’

등록 2013-09-03 08:09수정 2013-09-10 17:23

여운형·김구 등 ‘이상론자’ 격하하며
이승만의 단독정부 주장 치켜세워
‘빨갱이’ 용어도 직접 사용형태 서술
북한군 민간인 학살만 부각하기도
야당 국회의원 15명이 2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를 요구한 데는 이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등 역사왜곡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교학사 저자들은 친일파들의 친일 행적은 다루지 않고 이들의 기업 활동을 독립운동인 것처럼 다뤘다. 교학사 저자들은 “한국인 상공업자는 경제적 자립이 곧 독립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겨 민족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대규모 민족 자본이 투자된 경성방직 주식회사나 화신백화점(은) (중략) 일본 기업과 능히 경쟁할 수 있었다”고 썼다. 하지만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화신백화점 회장 박흥식을 제1호 친일파로 체포했고, 2012년 서울고법은 김연수 경성방직 창업자를 친일행위자로 인정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임시정부 독립자금을 대다 일제에 구속돼 일제의 고문으로 숨진 안희제 백산상회 설립자 같은 분을 다뤄야 할 대목에서 악질 친일분자들을 독립운동가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했다.

일제의 식민통치 기간에 근대화를 이뤘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논리도 교과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교과서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은 시간 사용의 합리화와 생활 습관의 개선을 일제로부터 강요받았다. (중략)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적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되어 갔다”고 서술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교육과학위 야당 간사)은 “‘시간관념 없는 한국인에게 시간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 고마운 일본인’이라는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 관점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교학사 저자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데는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은 국제 정세의 판단에서 놀라울 정도의 탁월함을 보여주었다”는 우익 인사의 저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탐구 활동’을 제시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남북 분단을 기정사실화하는 정읍 발언을 탐구활동으로 다루면서 “국제 정세와 미국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던 이승만이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한 이유를 생각해보자”며 마치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이 당시 가장 바람직한 선택지였던 것처럼 답을 유도했다. 이승만의 단독정부론을 김규식·여운형의 좌우합작 7원칙, 김구의 통일 정부 수립 요구와 비교하라면서 “정치적 판단에는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이 있다. (이 중에서)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중 어느 쪽이 두드러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도움말을 썼다. 남북 통일을 포기하지 않은 김규식·여운형·김구의 주장을 ‘현실성 없는 이상론’으로 격하한 것이다.

또 해당 교과서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서술하며 “북한군의 침입으로 수십만 명이 학살, 실종, 납치, 부상당하였다. 동네 불량배였던 ‘바닥 빨갱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사회적 불만을 폭력으로 행사하기도 하였다”며 ‘빨갱이’라는 용어를 인용이 아니라 직접 사용하는 형태로 서술했다. 북한 공비 이승복군 살해 사건은 “공산당이 싫어요. 어린 항거 입 찢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조선일보> 기사와 함께 박정희 군사정권의 10월유신을 설명하는 대목에 배치했다. 이승복군 살해 사건을 다룬 것은 교학사뿐이었다. 반면,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등 미군의 폭격이나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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