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의 ‘한국사 고교 교과서’
우편향 우려를 사온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민적 영웅”으로 추어올리고 5·16 군사쿠데타의 긍정적 측면을 주로 부각하는 등 보수·뉴라이트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서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을 통과한 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검정심사 최종본’을 보면, 해당 교과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미국의 소리>)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과서는 여느 출판사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의 외교적 독립 활동을 자세히 다룬 반면, 이 전 대통령이 탄압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대한 서술은 빈약했다.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서는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라면서도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는 등 쿠데타를 미화하는 편향적 사실관계만 열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종신집권을 꾀한 1972년 10월유신도 “비상 체제인 동시에 독재였다”면서도, 그 불가피성을 강조해 독재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교학사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저자들은 보수·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돼, 이들이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이 돼왔다. 이명희(공주대 교수) 한국현대사학회 2대 회장은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자유교육연합 대표를 맡고 있고,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은 다른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스탈린-김일성-박헌영에서 나타나는 정세 인식에 입각해 있다”며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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