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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실에서 아이들 만나야 살아있음을 느낄수 있어”

등록 2005-08-26 19:30수정 2005-08-31 15:33

교장 정년을 마치고 평교사로 다시 교단에 서는 서울 한성여중 고춘식 선생님이 한문 시간에 계절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금강산에 대한 수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교장 정년을 마치고 평교사로 다시 교단에 서는 서울 한성여중 고춘식 선생님이 한문 시간에 계절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금강산에 대한 수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교장에서 다시 평교사로… 한성여중 고춘식 선생님

전교조 분회장에서 교장으로, 다시 평교사로….

서울 한성여중 고춘식(58) 교장. 그의 삶의 궤적은 여느 교장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다음달 1일이면 교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교단에 선다. 다른 사립학교에서 평교사로 일하다, 공모를 통해 한성여중 교장으로 채용된 지 4년10개월 만이다. 교장을 정점으로 수직적인 위계질서 문화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학교 풍토에서 거의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 학교문화에선 ‘파격’

 그는 “이제 교장 옷을 벗었으니 정년퇴임 때까지 오히려 홀가분하게 후배 교사들과 올바른 교육에 대해 깊이 있게 토론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자고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교장이 맡게 될 수업은 1학년 한문과 2학년 도덕심화 과목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틈틈이 아이들의 ‘코드’에 맞는 수업안을 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은 가능하면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참여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특히 도덕심화는 재량수업 시간이니까 준비를 잘 하면 정말 내가 바라던 수업, 재미나는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자신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교장 재직 중에도 수업에서 손을 뗀 적이 없다. 일주일에 2시간에서 4시간까지 꾸준히 한문 수업을 해 왔다. 일회적인 특강이 아니라, 다른 교사와 똑같이 진도 나가고, 수행평가·시험문제 내고, 채점하는 일을 나눠 맡아 왔다. ‘수업하기 싫어서 교감, 교장 승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학교 문화에서는 ‘파격’에 가깝다.

교장때도 한문수업 놓지않아 


그는 “돌이켜 보니 수업을 계속 맡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계속 만날 수 있으니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며, 교사들과 대화 자리에도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고, 교사들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으니 1석4조 아니냐는 얘기다. 그는 “선생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야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교장, 교감도 일정 시간 이상 수업을 하도록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후임도 교사토론으로 정해

한성여중은 후임 교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값진 ‘실험’에 성공했다. 재단에서 그에게 후임 교장을 제청하라고 하여, 한 달 남짓 모든 교직원이 수차례 협의와 토론 과정을 거쳐 만장일치로 후임 교장과 교감을 결정했다. 교직원들은 교장 임기도 단임(4년)을 원칙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교장 선출보직제’를 실현한 셈이다. 고 교장은 “교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민주 절차를 경험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교장 선출보직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학교를 민주 체제로 바꿀 수 있는 탁월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로서 남은 기간에 ‘작은 학년제’를 꼭 실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학년제’는 한 학년을 2~3개의 ‘작은 학년’으로 나눈 뒤, 한 ‘작은 학년’에 3~4개의 반을 편성하고, 5~6명의 교사가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 3~4개 반의 담임을 맡는 방식이다. 

그의 아이디어인 ‘작은 학년제’는 4월 ‘2005 교육인적자원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학생 하나하나를 깊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 교육의 처음이자 끝”이라며 “작은 학년제는 이런 점에서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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