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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개성공단 정상화 어떻게 비교해보기

등록 2013-07-29 18:51

김기태 호남대 신문 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 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8월6일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개성공단, ‘정경분리’ 원칙으로 풀어야

남북 당국이 6일부터 7일 새벽까지 16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4월3일 북쪽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처 이후 질식사 직전까지 갔던 개성공단에 거의 석달여 만에 처음으로 산소 공급이 이뤄진 셈이다. 일단 개성공단 소생의 길을 트고 발전적 정상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남북의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등 기업가들은 10일부터 공단을 방문해 설비를 점검하고 정비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입주기업들이 완제품 및 원부자재뿐 아니라, 관련 절차에 따라 설비도 뜯어 올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남북 당국은 10일 개성공단에서 가동중단 재발 방지 등 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한 후속 회담을 열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보아, 사업을 계속할지 철수할지에 대한 판단권을 입주기업에 주면서도 공단을 정상화하겠다는 데 무게를 둔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이 이번 합의를 통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큰 뜻을 모았지만, 불안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려 16시간에 걸쳐 회담을 하고 12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벌인 끝에 합의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서로 주장하는 바가 많이 달랐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 쪽은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에 대한 북쪽의 책임과 재발 방지 보장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북쪽은 군사훈련 등 우리 쪽의 책임을 거론하며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가동중단 책임 문제가 집중적으로 불거질 경우 재가동에 대한 원칙적 합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양쪽이 개성공단을 살리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만큼, 이후 협상에서도 철저하게 실용적 접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처럼 합의하기 쉬운 문제부터 먼저 풀고 어려운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은 남북처럼 정치·이념 문제에 대해 시각차가 큰 당사자들이 취할 수 있는 좋은 협상 방법이다. 또 차제에 개성공단 문제는 철저하게 정치·군사 문제와 분리해 접근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정치·군사 문제를 연계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전시킬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점에서 북쪽이 우리 쪽의 군사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처를 취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다.

개성공단이 남북 합의대로 ‘발전적 정상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회담의 수준을 권한과 책임이 큰 고위급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이런 회담에서 지난번 격 문제로 무산된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까지 한꺼번에 올려놓고 다룬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개성공단 정상화, 관건은 재발 방지다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남북한은 1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어제 새벽 개성공단의 재가동 원칙과 설비 점검 및 제품 반출 계획 등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북측이 우리 쪽 근로자의 입경(入境)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면서 시작된 개성공단 사태가 96일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남북한 실무 당국자들은 두 차례의 전체회의와 열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 끝에 극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뜬눈으로 희소식을 기다린 입주 기업인들과 함께 합의 결과를 환영한다.

당초 이번 실무회담은 쉽지 않은 회담이 될 걸로 예상됐다. 우리 측은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역점을 둔 데 비해 북한은 공단 재가동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양측은 어려운 문제는 미루고, 당장 급하고 쉬운 문제부터 푸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절충을 시도했다. 장마철을 맞아 설비 점검이 시급하다는 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를 받아들였고, 공단에 두고 온 완제품과 원부자재, 설비의 반출도 허용했다. 이를 위해 북측은 남측 관계자들의 통행과 통신,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키로 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던 기업인들로서는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성공단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어제 채택한 합의서에서 남북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인식을 같이하고 준비되는 대로 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또 재발 방지 등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후속 회담을 10일 개최하는 것으로 했다. 합의문만 놓고 보면 남측은 재발 방지 대책 등 발전적 정상화 방안이 마련돼야만 재가동 준비가 끝나는 것으로 해석하는 반면 북측은 기술적 문제만 해소되면 재가동 준비가 완료되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이를 둘러싸고 후속 회담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단 운영이 파행을 겪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개성공단 정상화는 의미가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입주 기업인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정부가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북측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순 없는 일이다.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논란으로 어렵게 합의된 남북 당국회담이 허망하게 무산된 지난 사례에 비하면 이번 실무회담은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됐다.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부터 풀어야 한다는 북한 나름의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성공단 영구폐쇄는 북측으로서도 큰 부담이고 손실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남북은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음으로써 발전적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상생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뜻과 지혜를 모은다면 그 길은 반드시 있다고 본다.


[논리 대 논리]
실용적으로 나아갈까, 책임은 짚고 가야 할까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개성공단은 이 시대 남북관계의 상징이자 최후의 보루다. 단순한 경제 협력뿐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거의 유일한 통로다. 과거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심지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을 때도 개성공단은 문을 닫지 않았었다. 그만큼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가 지키고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남북 교류와 협력의 역사적 현장이었다. 이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개성공단이 4월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처로 중단됐다.

얼마 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남과 북이 원칙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3개월 만에 정상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한결같이 환영과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가동 중단’이라는 홍역을 치른 개성공단이 발전적인 정상화에 이르기 위해 우리 정부가 어느 대목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두 신문이 일정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개성공단 사태의 원인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리 쪽 근로자의 입경을 제한’한 데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재발 방지에 문제 해결의 초점을 맞췄다. 반면 한겨레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정치·군사 문제와 연계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전시킬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번에 개성공단 살리기에 합의한 것처럼 ‘실용적 접근’이 남북 대화의 좋은 협상 방법임을 강조했다. 또 회담의 격(格)을 올려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문제까지 다루자는 제언도 덧붙였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경제협력을 위한 공업지구다. 공단 가동을 통해 남북간 이뤄지는 인적·문화적 교류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분단국가에서 정치·군사적인 상황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유일한 장소라는 신성한 상징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남과 북이 충돌하면서도, 개성공단이 일시적으로 폐쇄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면 중단’된 경우는 없었다. 이곳을 남북 협력의 ‘최후의 보루’로 여겼기 때문이다. 초유의 사태였던만큼 이번 일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일보 사설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단 운영이 파행을 겪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정상화는 의미가 없다’는 분명한 원칙을 강조한다. 여기에 ‘남북관계에서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가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북측에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개성공단 중단의 원인이 북한에 있었으며,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도 북한의 책임이란 사실을 공식화하자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 사설은 ‘가동 중단 책임 문제가 집중적으로 불거질 경우 재가동에 대한 원칙적 합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중앙일보 사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공단 중단의 책임 소재’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세운 것이다. 또 ‘차제에 개성공단 문제는 철저하게 정치·군사 문제와 분리해서 접근하는 게 좋다’며 회담 방식의 실용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남북은 종결되지 않은 전쟁 상태를 유지하는 군사적 적대관계이면서 동시에 한반도에 거주하는 같은 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엔 가입국 지위를 독립적으로 지니고 있는 분명한 국가 관계지만 때때로 국제 경기에서 한 국가로 선수단을 출전시키며 단일민족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공업단지로서의 경제적 기능만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다. 남북이 자본과 기술 그리고 공간과 노동을 제공해 상호간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평화 협력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발생되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나 사안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제도가 필요하면서도 이를 제도화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에 필요한 상호 배려와 인내도 요구된다.

그동안 수많은 남북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마주했던 남북대화의 경험이 이를 말해준다. 원칙과 실용의 조화다. 두 신문의 시각 차이는 반드시 필요한 양대 원칙 중 무엇을 우위에 두는가에 따른 것이다. 중앙일보는 개성공단 중단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을, 한겨레는 쉬운 문제부터 합의해 나가는 실용론을 강조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개성공단

정확한 이름은 개성공업지구다.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로 2003년 착공해 2007년 10월 1단계 공사가 끝나 45개 업체가 입주하면서부터 출발한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 공간이다. 올해 4월 북한이 우리 쪽 인원의 개성공단 방문을 일방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북한 근로자 5만3000명과 함께 일했던 우리나라 기업은 총 123개였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심지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시기에도 일시적 폐쇄는 있었으나 장기적인 가동 중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개성공단은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상징하는 곳으로 남과 북에서 함께 존중받아 왔다.

그런 만큼 개성공단의 3개월 장기 가동 중단 사태는 남북 모두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를 다시 정상화하기로 한 남북간 최종 합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은 물론이고 전국민적인 환영을 받기에 충분한 일이다.

문제는 정상화 합의 자체보다는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언제, 어떤 형태로 정상화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일방적인 공단 가동 중단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고 좀더 항구적으로 남북 경제 협력과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이러한 원칙론적인 입장이나 주장은 자칫 대화의 장기화 또는 결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통한 실용적 대화를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 이를 적절히 조화하는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추천 도서]


브란덴부르크 비망록 : 독일 통일 주역들의 증언
양창석 지음, 늘품플러스, 2011년

정세현의 통일 토크 : 남북관계 현장 30년(이론과 실제)
정세현 지음, 서해문집, 2013년

독일 통일은 우리의 영원한 교과서이자 참고서다. 지난했던 독일 통일의 과정은 남북대화의 지혜를 구하는 우리에겐 소중한 정보이자 지침이고 교훈이다. <브란덴부르크 비망록-독일 통일 주역들의 증언>은 독일 통일 주역들과의 면담 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중심 자료로 만들어져 매우 생생하다. 독일 통일을 교훈삼아 우리의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7가지 통일방안도 유익하다.

우리의 과거를 되짚어 미래를 고민하려면 <정세현의 통일 토크-남북관계 현장 30년: 이론과 실제>가 도움이 될 듯하다.

남북관계 현장 30년의 역사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해법을 통일부 장관을 두 번 맡았던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박정희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의 남북관계를 총결산하고 통일 관련 쟁점을 총망라했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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