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8월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씨(30)가 서울 영등포 여의도 사건현장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수시논술 숨은 해법
■ 주장하기 글의 정석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다. 이 말은 영국의 정치인이자 작가 ‘에드워드 불워 리턴’이 희곡 에서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 19세기 영국 군수산업의 비리를 폭로하여 군수산업의 혁신에 기여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가속화시킨 ‘드레퓌스 사건’은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는 글로써 극적인 반전을 일으킬 수 있었다. 글은 무력보다 강하고, 돈보다도 강하다. 무력이나 돈으로는 사람들을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없지만 좋은 글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에게 위와 같은 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들이 평가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쓰기를 바랄 뿐이다.
이 세상의 글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고, 학생들의 논술답안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는 ‘그저 그런 글’이며 또 하나는 ‘읽을 만한 글’이다. 논술답안이 읽을 만한 글이 된다면 학생들이 바라는 좋은 결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읽을 만한 글이 되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논어(論語)>의 ‘옹야편(雍也篇)’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子日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 君子”. 의역을 하면 내용이 형식보다 강하면 거칠고, 형식이 내용보다 강하면 사치스럽다는 뜻으로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술에서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살펴보자. 논술에서 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은 글의 분량, 논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글의 구성, 객관적 표현, 두괄식 표현의 적극적 활용 등이다.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시문의 정확한 이해, 공통점과 차이점에 근거한 비교, 비판·분석·적용의 정확한 기준과 서술, 구체적인 주장과 창의적인 사례 등이다. 학생들의 논술답안이 위와 같은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이룬다면, 그 글은 충분히 ‘읽을 만한 글’이 되는 것이다.
‘읽을 만한 글’의 주장은 어떠해야 할까. 방법적인 측면은 전 회의 내용들을 참고하면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기반한 수험생의 끊임없는 노력을 당부하며 이번 회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살펴보고자 한다. 좋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 했다. 논술도 그렇다. 특히 나의 견해를 나타내는 부분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부분이다. 주장하는 글을 쓸 때는 주장하는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 주장하는 글의 목적은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당연히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단순히 시험의 답안이라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써야 한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글을 쓴다면 ‘펜은 수능점수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상명대-오전)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환경 문제 제시문 (다)를 읽고, 제시문 (가)와 (나)의 두 관점 중 하나의 관점에 입각하여 사회적 갈등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시오.(800자 내외) (가)
사람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이어서, 그대로 내버려 두면 서로 싸우고 빼앗고 하여 양보란 없을 것이다. 나면서부터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게 마련이므로, 그대로 내버려 두면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여 진실과 믿음은 사라진다. 또한 나면서부터 귀로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려는 감각적 욕망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좇으면 무절제하게 되어 사회 규범으로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의 형식과 이치(理致)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성질이나 감정에 맡겨 버린다는 것은 반드시 서로 싸우고 다투어 사회의 질서를 깨뜨리고 세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드시 군주와 스승이 법도로 교화하고 예의로 이끌어야 남에게 사양할 줄도 알고 사회의 질서를 지킬 줄도 알아 세상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의 천성은 원래 악한 것이요, 선(善)이란 인위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구부러진 나무는 반드시 곧은 먹을 대고 불에 쬐어 바로잡아야 꼿꼿해지고, 무딘 칼은 반드시 숫돌에 갈아야 날이 서고, 사람도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바로잡히고, 예의를 얻어야 다스려질 것이니, 만일 스승이 없으면 편벽된 데로 기울어져 부정(不正)해질 것이요, 예의가 없으면 난폭해져서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왕(聖王)이 이를 위하여 예의를 일으키고 법도를 세워서 성정(性情)을 교정하고 훈련함으로써 사회규범에 따르고 도리에 맞도록 한 것이다. (나)
사회학적 상상력은 미국의 사회학자 밀스가 정의한 개념으로서 거대한 사회적 힘과 개인의 행위를 연관 지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밀스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사적인 삶이 일련의 올가미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일면 타당하기도 한데, 그 이유는 사적인 문제의 기저에는 거대한 사회구조의 변화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사회가 산업화되면 농부는 노동자가 되고, 경제 위기를 맞게 되면 실업자가 될 것이며, 전쟁이 나면 군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의 생애와 사회의 역사는 맞물려 있으므로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개인은 자신이 경험하는 문제들을 역사적 변동과 사회 제도의 작동과 관련하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한 밀스의 개념화는 사회, 문화 현상을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거시적 관점은 개인의 행위를 개인에 외재하는 사회 세력의 결과로 파악한다. 즉, 개인은 구조적 조건에 의해 구속된다고 본다. (다)
8월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번화가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전 직장 동료와 지나가던 행인 등 4명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직장을 잃고 재취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인생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저지른 이른바 ‘자포자기형 범죄’였다. 지난 1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일어난 지하철 흉기 난동 사건과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도 비슷한 맥락의 사건이었다. 경찰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저녁 7시 15분께 피의자 김아무개(30)씨가 서울 영등포구 ○○호텔 주변 길거리에서 전 직장 동료 조아무개(29·여)씨와 김아무개(33·남)씨가 퇴근하기를 기다려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공격했다. (중략) 김씨는 ○○호텔쪽으로 도망치면서 길을 가던 남성 1명과 여성 1명에게도 차례로 흉기를 휘둘렀다. (중략)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험담을 하던 전 직장 동료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9년 피해자 조씨 등과 함께 다니던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중 실적 부진과 동료 직원들의 험담에 스트레스를 받아 2010년에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퇴사한 직후 다른 회사에 취업했지만 다시 회사를 그만둬 현재 무직 상태다. 김씨는 신용불량자로 3,000만원 가량의 빚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무직인 스스로가 한심해 자살하려고 했으나 혼자 죽기 억울했다.”며 “전 직장에서 이용만 당하고 피해 받은 것을 보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김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고 밝혔다.
■ 정석의 적용 절충형 답안은 불가능…한 관점만 선택해야
이 문제는 (다)에 나타난 ‘묻지마 범죄’의 원인을 (가)와 (나) 중 어느 관점에 입각하여 분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고 있으며, 학생이 택한 그 관점에 입각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이해
제시문 (가)는 순자(荀子)의 ‘성악설’ 중 일부로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며, 이러한 인간의 악한 본성 때문에 다툼과 사회적 혼란, 갈등이 생기고, 따라서 예의와 법도를 가르침으로써 선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서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는 미시적 관점에 가깝다. 그에 비해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 실린 밀스(Mills)의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한 개념 설명으로, 거대한 사회적 힘과 개인의 행위를 연관 지을 수 있고, 개인이 겪는 문제의 기저에 사회구조의 변화가 작용하며 개인의 행위는 사회 세력의 결과라고 본다. 이는 곧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서 사회구조를 중시하는 거시적 관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명대 문제해설) 문제 해결
최근에 묻지마 범죄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는 것이 더 타당할까. 이런 범죄가 사회와 관련된 것이라고 본다면 (나)제시문을, 개인의 특성과 연관된 것이라고 본다면 (가)제시문을 택하여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면 된다. 이 부분에서 어느 것이 정답일까에 대한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묻지마 범죄의 발생 원인 전부를 (가)제시문이나 (나)제시문의 어느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가), (나) 모두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관점에 입각하여’라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절충형의 답안은 절대 불가다. 어느 입장을 선택하든지 타당성 있는 논리전개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나의 견해를 묻는 문제이기에 읽는 이를 설득한다는 마음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각각의 입장에서 답안을 준비해보자. (나)를 선택하는 경우
이 답안의 핵심은 묻지마 범죄의 발생원인과 해결책을 (나)의 관점에 두는 것이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개인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기에 그 대책 또한 사회구조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스트레스의 총량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의 기업은 분업화와 미세화로 결과중심의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개인은 그에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드라마 속의 여유 있고 낭만적인 직장생활은 드라마일 뿐이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스트레스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실직하고 재취업에 실패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는 생계의 위협과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빠져들 것이다.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선택인 묻지마 범죄도 ‘사회에서의 고립과 소외’, ‘경제적 어려움’, ‘국가에 대한 원망’ 등이 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극빈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통해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사회적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지역·계층 간 연결고리 확대, 또한 범죄자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 취업 등에서 전과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기업의 인식전환과 이를 강제하는 제도 보완, 좀 더 나아가면 전과자를 고용할 경우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를 선택하는 경우
이 답안의 핵심은 묻지마 범죄의 발생원인이 사회적 환경보다는 개인의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아무리 어려운 조건에 처했다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보다 내일을 위해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 모든 것을 사회적 요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범죄가 범죄자 개인의 자발적 충동이나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하는 핑계일 뿐이다. 또한 인간의 주체성이나 자유의지보다 사회 구조의 압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범죄의 발생 원인이 개인의 특성에 있다면 해결책도 ‘교육’, ‘교화’에서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범죄에 대한 징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면 범죄에의 충동이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의무교육의 과정 속에서 공동체에 대한 인식, 도덕과 인성에 관한 교육이 성적보다 더 중요한 내용이 되어야 한다. 특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치료나 상담도 범죄예방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예시답안은 (나)를 선택하여 작성했다. ■ 함께 하는 ‘예시답안’ (다)의 ‘묻지마 범죄’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서 한 실직자가 전 직장 동료와 길 가던 행인을 무차별적으로 상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범인은 직장에서 실적 부진과 동료 직원들과의 마찰로 스트레스를 받아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에도 실패하면서 극심한 좌절감과 자신감 상실, 억울함과 분노 등에 시달리다가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묻지마 범죄’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기에 마땅히 실적을 요구할 수밖에 없지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최근의 모 우유회사의 막가파 영업형태 또한 회사의 이윤을 위해 직원들을 깡패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회사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동료들의 무관심 탓에 그는 실직자의 길을 선택했고 재기할 수 없었다. 사회시스템도 그의 재기를 도와주지 못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특성이 범죄의 요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사회의 무책임한 자기방어이자 책임회피이다. ‘묻지마 범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이해서는 사회가 약자를 더욱 배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의 상류층, 지배층에 있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충분히 재기할 수 있으나 약자들은 그럴 수 있는 심적 여유와 재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외치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으나 약자에 대한 배려를 더 적극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외침과 복지정책이 될 것이다.(799자)
■ 한 가지 더 : 주제의 심층이해 범죄의 발생원인은 논술에서 가끔 다루는 주제이다. 다음의 글을 읽고 이 글은 범죄의 발생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지, 사회에서 찾는지 파악해보자. 범죄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누가 범죄를 저지르는가’ 보다는 ‘누가 범죄자로, 무엇이 범죄로 규정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하여 우리는 소위 ‘낙인찍힌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일차적 일탈’과 ‘이차적 일탈’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일차적 일탈은 누구나 우연한 기회에 저지를 수 있는 사소한 일탈 행동이다. 그런데 그 사소한 행동이 일탈로, 그리고 그 당사자가 그 행동으로 인해 일탈자로 낙인찍히게 되면, 그 아이는 사소한 수준을 넘어 보다 심각한 일탈을 저지르게 된다. 이처럼 낙인으로 인하여 차후 저지르게 되는 보다 심각한 수준의 일탈을 ‘이차적 일탈’이라고 부른다. 낙인은 ‘자기 충족적 예언’을 일으킨다. 아이들이 주위로부터 ‘멍청한 아이’라고 계속 불리면 그러한 주위의 기대대로 계속 행동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아이가 비행청소년으로, ‘나쁜 아이’로 찍히게 되면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주위의 기대대로 비행과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낙인이 찍히면 부정적 자아가 형성되고, 부정적 자아대로 행동하다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즉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그래 나는 범죄자’ 라는 자아가 형성되고 그래서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 2013 성균관대 모의논술 中 ‘스티그마효과’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 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상명대-오전)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환경 문제 제시문 (다)를 읽고, 제시문 (가)와 (나)의 두 관점 중 하나의 관점에 입각하여 사회적 갈등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시오.(800자 내외) (가)
사람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이어서, 그대로 내버려 두면 서로 싸우고 빼앗고 하여 양보란 없을 것이다. 나면서부터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게 마련이므로, 그대로 내버려 두면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여 진실과 믿음은 사라진다. 또한 나면서부터 귀로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려는 감각적 욕망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좇으면 무절제하게 되어 사회 규범으로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의 형식과 이치(理致)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성질이나 감정에 맡겨 버린다는 것은 반드시 서로 싸우고 다투어 사회의 질서를 깨뜨리고 세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드시 군주와 스승이 법도로 교화하고 예의로 이끌어야 남에게 사양할 줄도 알고 사회의 질서를 지킬 줄도 알아 세상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의 천성은 원래 악한 것이요, 선(善)이란 인위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구부러진 나무는 반드시 곧은 먹을 대고 불에 쬐어 바로잡아야 꼿꼿해지고, 무딘 칼은 반드시 숫돌에 갈아야 날이 서고, 사람도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바로잡히고, 예의를 얻어야 다스려질 것이니, 만일 스승이 없으면 편벽된 데로 기울어져 부정(不正)해질 것이요, 예의가 없으면 난폭해져서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왕(聖王)이 이를 위하여 예의를 일으키고 법도를 세워서 성정(性情)을 교정하고 훈련함으로써 사회규범에 따르고 도리에 맞도록 한 것이다. (나)
사회학적 상상력은 미국의 사회학자 밀스가 정의한 개념으로서 거대한 사회적 힘과 개인의 행위를 연관 지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밀스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사적인 삶이 일련의 올가미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일면 타당하기도 한데, 그 이유는 사적인 문제의 기저에는 거대한 사회구조의 변화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사회가 산업화되면 농부는 노동자가 되고, 경제 위기를 맞게 되면 실업자가 될 것이며, 전쟁이 나면 군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의 생애와 사회의 역사는 맞물려 있으므로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개인은 자신이 경험하는 문제들을 역사적 변동과 사회 제도의 작동과 관련하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한 밀스의 개념화는 사회, 문화 현상을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거시적 관점은 개인의 행위를 개인에 외재하는 사회 세력의 결과로 파악한다. 즉, 개인은 구조적 조건에 의해 구속된다고 본다. (다)
8월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번화가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전 직장 동료와 지나가던 행인 등 4명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직장을 잃고 재취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인생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저지른 이른바 ‘자포자기형 범죄’였다. 지난 1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일어난 지하철 흉기 난동 사건과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도 비슷한 맥락의 사건이었다. 경찰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저녁 7시 15분께 피의자 김아무개(30)씨가 서울 영등포구 ○○호텔 주변 길거리에서 전 직장 동료 조아무개(29·여)씨와 김아무개(33·남)씨가 퇴근하기를 기다려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공격했다. (중략) 김씨는 ○○호텔쪽으로 도망치면서 길을 가던 남성 1명과 여성 1명에게도 차례로 흉기를 휘둘렀다. (중략)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험담을 하던 전 직장 동료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9년 피해자 조씨 등과 함께 다니던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중 실적 부진과 동료 직원들의 험담에 스트레스를 받아 2010년에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퇴사한 직후 다른 회사에 취업했지만 다시 회사를 그만둬 현재 무직 상태다. 김씨는 신용불량자로 3,000만원 가량의 빚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무직인 스스로가 한심해 자살하려고 했으나 혼자 죽기 억울했다.”며 “전 직장에서 이용만 당하고 피해 받은 것을 보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김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고 밝혔다.
■ 정석의 적용 절충형 답안은 불가능…한 관점만 선택해야
종양 억제 단백질 ‘p53’이 유전자와 결합할 때의 3차원 구조 그림. 인간의 본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유전자가 결국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주장에 근거를 두는 경우가 많다. 조윤제 교수팀 제공.
제시문 (가)는 순자(荀子)의 ‘성악설’ 중 일부로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며, 이러한 인간의 악한 본성 때문에 다툼과 사회적 혼란, 갈등이 생기고, 따라서 예의와 법도를 가르침으로써 선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서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는 미시적 관점에 가깝다. 그에 비해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 실린 밀스(Mills)의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한 개념 설명으로, 거대한 사회적 힘과 개인의 행위를 연관 지을 수 있고, 개인이 겪는 문제의 기저에 사회구조의 변화가 작용하며 개인의 행위는 사회 세력의 결과라고 본다. 이는 곧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서 사회구조를 중시하는 거시적 관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명대 문제해설) 문제 해결
최근에 묻지마 범죄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는 것이 더 타당할까. 이런 범죄가 사회와 관련된 것이라고 본다면 (나)제시문을, 개인의 특성과 연관된 것이라고 본다면 (가)제시문을 택하여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면 된다. 이 부분에서 어느 것이 정답일까에 대한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묻지마 범죄의 발생 원인 전부를 (가)제시문이나 (나)제시문의 어느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가), (나) 모두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관점에 입각하여’라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절충형의 답안은 절대 불가다. 어느 입장을 선택하든지 타당성 있는 논리전개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나의 견해를 묻는 문제이기에 읽는 이를 설득한다는 마음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각각의 입장에서 답안을 준비해보자. (나)를 선택하는 경우
이 답안의 핵심은 묻지마 범죄의 발생원인과 해결책을 (나)의 관점에 두는 것이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개인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기에 그 대책 또한 사회구조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스트레스의 총량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의 기업은 분업화와 미세화로 결과중심의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개인은 그에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드라마 속의 여유 있고 낭만적인 직장생활은 드라마일 뿐이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스트레스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실직하고 재취업에 실패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는 생계의 위협과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빠져들 것이다.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선택인 묻지마 범죄도 ‘사회에서의 고립과 소외’, ‘경제적 어려움’, ‘국가에 대한 원망’ 등이 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극빈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통해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사회적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지역·계층 간 연결고리 확대, 또한 범죄자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 취업 등에서 전과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기업의 인식전환과 이를 강제하는 제도 보완, 좀 더 나아가면 전과자를 고용할 경우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를 선택하는 경우
이 답안의 핵심은 묻지마 범죄의 발생원인이 사회적 환경보다는 개인의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아무리 어려운 조건에 처했다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보다 내일을 위해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 모든 것을 사회적 요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범죄가 범죄자 개인의 자발적 충동이나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하는 핑계일 뿐이다. 또한 인간의 주체성이나 자유의지보다 사회 구조의 압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범죄의 발생 원인이 개인의 특성에 있다면 해결책도 ‘교육’, ‘교화’에서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범죄에 대한 징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면 범죄에의 충동이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의무교육의 과정 속에서 공동체에 대한 인식, 도덕과 인성에 관한 교육이 성적보다 더 중요한 내용이 되어야 한다. 특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치료나 상담도 범죄예방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예시답안은 (나)를 선택하여 작성했다. ■ 함께 하는 ‘예시답안’ (다)의 ‘묻지마 범죄’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서 한 실직자가 전 직장 동료와 길 가던 행인을 무차별적으로 상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범인은 직장에서 실적 부진과 동료 직원들과의 마찰로 스트레스를 받아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에도 실패하면서 극심한 좌절감과 자신감 상실, 억울함과 분노 등에 시달리다가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묻지마 범죄’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기에 마땅히 실적을 요구할 수밖에 없지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최근의 모 우유회사의 막가파 영업형태 또한 회사의 이윤을 위해 직원들을 깡패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회사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동료들의 무관심 탓에 그는 실직자의 길을 선택했고 재기할 수 없었다. 사회시스템도 그의 재기를 도와주지 못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특성이 범죄의 요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사회의 무책임한 자기방어이자 책임회피이다. ‘묻지마 범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이해서는 사회가 약자를 더욱 배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의 상류층, 지배층에 있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충분히 재기할 수 있으나 약자들은 그럴 수 있는 심적 여유와 재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외치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으나 약자에 대한 배려를 더 적극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외침과 복지정책이 될 것이다.(799자)
■ 한 가지 더 : 주제의 심층이해 범죄의 발생원인은 논술에서 가끔 다루는 주제이다. 다음의 글을 읽고 이 글은 범죄의 발생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지, 사회에서 찾는지 파악해보자. 범죄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누가 범죄를 저지르는가’ 보다는 ‘누가 범죄자로, 무엇이 범죄로 규정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하여 우리는 소위 ‘낙인찍힌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일차적 일탈’과 ‘이차적 일탈’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일차적 일탈은 누구나 우연한 기회에 저지를 수 있는 사소한 일탈 행동이다. 그런데 그 사소한 행동이 일탈로, 그리고 그 당사자가 그 행동으로 인해 일탈자로 낙인찍히게 되면, 그 아이는 사소한 수준을 넘어 보다 심각한 일탈을 저지르게 된다. 이처럼 낙인으로 인하여 차후 저지르게 되는 보다 심각한 수준의 일탈을 ‘이차적 일탈’이라고 부른다. 낙인은 ‘자기 충족적 예언’을 일으킨다. 아이들이 주위로부터 ‘멍청한 아이’라고 계속 불리면 그러한 주위의 기대대로 계속 행동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아이가 비행청소년으로, ‘나쁜 아이’로 찍히게 되면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주위의 기대대로 비행과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낙인이 찍히면 부정적 자아가 형성되고, 부정적 자아대로 행동하다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즉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그래 나는 범죄자’ 라는 자아가 형성되고 그래서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 2013 성균관대 모의논술 中 ‘스티그마효과’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 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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