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일 오후 서울여고에서 만화예술인협동조합 ‘카툰캠퍼스’가 진행한 ‘융합형 만화예술교육’ 수업 장면. 12회차로 구성된 수업에 총 8명의 만화가 조합원이 참여했다. 카툰캠퍼스 제공
[함께하는 교육] 교육협동조합이 뜬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각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출범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도 협동조합이 하나둘 생겨났다. 교육협동조합 설립은 교육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학생이 주체라고 하지만
소수 간부들이 운영하는 학생회와
조합원 누구나 의견을 내는 협동조합은
학생 참여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협동조합이 인기다.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진 지 불과 6개월 만에 전국에 1200여개가 설립됐다. 특히 요즘에는 교육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주체로 당당히 서며, 협동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의 뜻이 교육 협동조합 아래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교육 분야 협동조합 하면 매점과 식당 등 학교복지사업을 쉽게 떠올리지만 지역 내 교육 현안 해결, 교육 콘텐츠 개발 등 영역이 의외로 다양하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지난 1월 ‘교육나눔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지역내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강사와 학부모 60여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한다. 금천구에서 28년을 살며 두 딸을 키워낸 ‘지역 토박이’ 오현애(50)씨가 대표를 맡았다. 오 대표는 “동네 고등학교 진학을 망설이는 둘째 딸을 보며 지역 교육문제에 눈뜨게 됐다. 서울 지역이면서도 교육 기반이 열악해 학부모들이 금천구를 떠나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동네 어른이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자’가 조합의 모토다. 협동조합이 지역을 바꾼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에서도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동에 설립된 영어교육협동조합 ‘잉쿱’이 그것이다. 이 조합 초기 주축은 유학 갔다 온 이른바 ‘강남 아줌마’들이지만 주입식 영어교육에 지친 아이들을 위한 대안적 영어교육을 고민한다. 윤모린 대표는 “외국에서 공부한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학습 경험을 녹여내 독서와 토론을 바탕으로 영어수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영어 실력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도 절감된다. 잉쿱의 조합원은 사교육비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영어수업을 받을 수 있다. 윤 대표는 “주 2회, 1개월 과정의 영어수업 비용은 한 반에 총 35만원”이라며 “한 반은 보통 5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학생 1인당 수업료는 7만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학생이 3명이라면 수업료 35만원을 분담해 1인당 약 12만원이다. 수업료가 싼 건 사교육 문제 해결에 공감하는 강사들과 유학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이 강사료 수준에 구애받지 않고 강의를 맡아주기 때문이다. 안미하 조합원은 “사교육도 결국은 엄마의 선택이다. 엄마가 변하지 않으면 사교육시장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화예술인들도 협동조합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화를 활용한 창의·인성 교육을 펼친다는 목표로, 지난 3월 만화예술인 60여명이 ‘카툰캠퍼스’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올해 안에 총 100번의 조합원 설명회를 연 후, 내년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은 학교에도 들어섰다. 지난 6월 성남 복정고는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다. 학생 300명, 학부모 7명, 교직원 4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학교 매점 운영, 학습물품 공동구매 등 교육복지사업과 장학사업을 꾸려갈 예정이다. 수동적 소비가 아닌 자급자족 협동조합은 조합원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자발적으로 충족해나간다. 사교육시장에 내몰리는 ‘수동적 교육 소비’와 선을 긋는다. 교육나눔협동조합의 이희경 조합원은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학부모다. 여느 학부모처럼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길 바라지만 사교육업체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대신 조합원 회의에 참석한다. 이 조합원은 “학부모 조합원들이 빚어낸 교육 프로그램이야말로 내 아이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역 탐방을 학교 과제로 받아온 자녀의 경험을 살려 금천구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익히는 ‘우리 고장 척척박사’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보탰다. 협동조합은 출자금에 상관없이 조합원 모두가 ‘1인1표’를 갖는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동등하게 권리를 행사한다. 학교협동조합 안에서는 학생들도 조합원으로서 동등하게 대우받는다. 복정고 2학년 박선하양은 “선생님, 부모님과 더불어 학생들도 교육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 새삼 새로웠다”고 말했다. 3학년 서우남군은 “학생이 주체라고 하지만 사실상 소수 간부들이 운영하는 학생회와 조합원 누구나 의견을 내는 협동조합은 학생 참여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조합 정관을 고칠 때도 빠짐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자랑했다. 박수경 복정고 교사는 “학교에서 억눌려 있던 아이들의 참여 욕구가 협동조합으로 해소되는 것을 지켜봤다. 전교생 700명 중 300명이 조합 가입을 신청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놀라워했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내건다. 교육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가치는 ‘나눔’과 ‘협동’이다. 잉쿱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공부하는 지역아동센터의 영어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서울 중구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에 조합원 강사를 무상으로 파견한다. ‘차별 없는 꿈’이 조합의 모토다. 카툰캠퍼스는 조합원 만화가들이 힘을 합쳐 교재를 개발하고, 이를 전국 17개 시도의 지역 만화가들과 공유한다. 현상규 조합원은 “만화가 1인의 노력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장기적으로 교육을 이어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희윤 대표는 “커리큘럼이 체계화되면 각 지역 거점의 만화가들도 이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윤리적 소비와 사회적 경제 교육으로 이어진다. 박수경 교사는 “개인이 이윤을 독식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 실현을 위해 이익을 나누는 협동조합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기부와 나눔도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동조합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교육나눔협동조합 민상호 조합원은 “협동조합이 도깨비방망이라도 된다는 듯 무작정 조합 설립에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 기본법 시행으로 설립은 쉬워졌지만 지원과 육성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배미원 성남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왜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단지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조합원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합쳐져야 하는 만큼 기업 운영보다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발기인대회를 마친 카툰캠퍼스가 조합 출범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희윤 대표는 “외부 사업 제안이 들어올 만큼 사업 실적이 쌓여야 협동조합의 자생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신력 있는 사업 공모에 꾸준히 참여해 성과를 올리고, 아트상품을 만드는 카툰팩토리와 만화 라이브공연을 여는 카툰콘서트, 전시·기획 사업을 진행하는 카툰갤러리 등 사업다각화를 통한 탄탄한 내공 쌓기가 협동조합 자립과 지속의 전제조건이란 설명이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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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간부들이 운영하는 학생회와
조합원 누구나 의견을 내는 협동조합은
학생 참여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협동조합이 인기다.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진 지 불과 6개월 만에 전국에 1200여개가 설립됐다. 특히 요즘에는 교육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주체로 당당히 서며, 협동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의 뜻이 교육 협동조합 아래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교육 분야 협동조합 하면 매점과 식당 등 학교복지사업을 쉽게 떠올리지만 지역 내 교육 현안 해결, 교육 콘텐츠 개발 등 영역이 의외로 다양하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지난 1월 ‘교육나눔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지역내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강사와 학부모 60여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한다. 금천구에서 28년을 살며 두 딸을 키워낸 ‘지역 토박이’ 오현애(50)씨가 대표를 맡았다. 오 대표는 “동네 고등학교 진학을 망설이는 둘째 딸을 보며 지역 교육문제에 눈뜨게 됐다. 서울 지역이면서도 교육 기반이 열악해 학부모들이 금천구를 떠나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동네 어른이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자’가 조합의 모토다. 협동조합이 지역을 바꾼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에서도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동에 설립된 영어교육협동조합 ‘잉쿱’이 그것이다. 이 조합 초기 주축은 유학 갔다 온 이른바 ‘강남 아줌마’들이지만 주입식 영어교육에 지친 아이들을 위한 대안적 영어교육을 고민한다. 윤모린 대표는 “외국에서 공부한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학습 경험을 녹여내 독서와 토론을 바탕으로 영어수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영어 실력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도 절감된다. 잉쿱의 조합원은 사교육비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영어수업을 받을 수 있다. 윤 대표는 “주 2회, 1개월 과정의 영어수업 비용은 한 반에 총 35만원”이라며 “한 반은 보통 5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학생 1인당 수업료는 7만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학생이 3명이라면 수업료 35만원을 분담해 1인당 약 12만원이다. 수업료가 싼 건 사교육 문제 해결에 공감하는 강사들과 유학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이 강사료 수준에 구애받지 않고 강의를 맡아주기 때문이다. 안미하 조합원은 “사교육도 결국은 엄마의 선택이다. 엄마가 변하지 않으면 사교육시장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화예술인들도 협동조합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화를 활용한 창의·인성 교육을 펼친다는 목표로, 지난 3월 만화예술인 60여명이 ‘카툰캠퍼스’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올해 안에 총 100번의 조합원 설명회를 연 후, 내년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은 학교에도 들어섰다. 지난 6월 성남 복정고는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다. 학생 300명, 학부모 7명, 교직원 4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학교 매점 운영, 학습물품 공동구매 등 교육복지사업과 장학사업을 꾸려갈 예정이다. 수동적 소비가 아닌 자급자족 협동조합은 조합원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자발적으로 충족해나간다. 사교육시장에 내몰리는 ‘수동적 교육 소비’와 선을 긋는다. 교육나눔협동조합의 이희경 조합원은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학부모다. 여느 학부모처럼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길 바라지만 사교육업체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대신 조합원 회의에 참석한다. 이 조합원은 “학부모 조합원들이 빚어낸 교육 프로그램이야말로 내 아이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역 탐방을 학교 과제로 받아온 자녀의 경험을 살려 금천구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익히는 ‘우리 고장 척척박사’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보탰다. 협동조합은 출자금에 상관없이 조합원 모두가 ‘1인1표’를 갖는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동등하게 권리를 행사한다. 학교협동조합 안에서는 학생들도 조합원으로서 동등하게 대우받는다. 복정고 2학년 박선하양은 “선생님, 부모님과 더불어 학생들도 교육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 새삼 새로웠다”고 말했다. 3학년 서우남군은 “학생이 주체라고 하지만 사실상 소수 간부들이 운영하는 학생회와 조합원 누구나 의견을 내는 협동조합은 학생 참여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조합 정관을 고칠 때도 빠짐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자랑했다. 박수경 복정고 교사는 “학교에서 억눌려 있던 아이들의 참여 욕구가 협동조합으로 해소되는 것을 지켜봤다. 전교생 700명 중 300명이 조합 가입을 신청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놀라워했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내건다. 교육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가치는 ‘나눔’과 ‘협동’이다. 잉쿱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공부하는 지역아동센터의 영어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서울 중구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에 조합원 강사를 무상으로 파견한다. ‘차별 없는 꿈’이 조합의 모토다. 카툰캠퍼스는 조합원 만화가들이 힘을 합쳐 교재를 개발하고, 이를 전국 17개 시도의 지역 만화가들과 공유한다. 현상규 조합원은 “만화가 1인의 노력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장기적으로 교육을 이어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희윤 대표는 “커리큘럼이 체계화되면 각 지역 거점의 만화가들도 이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윤리적 소비와 사회적 경제 교육으로 이어진다. 박수경 교사는 “개인이 이윤을 독식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 실현을 위해 이익을 나누는 협동조합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기부와 나눔도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동조합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교육나눔협동조합 민상호 조합원은 “협동조합이 도깨비방망이라도 된다는 듯 무작정 조합 설립에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 기본법 시행으로 설립은 쉬워졌지만 지원과 육성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배미원 성남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왜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단지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조합원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합쳐져야 하는 만큼 기업 운영보다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발기인대회를 마친 카툰캠퍼스가 조합 출범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희윤 대표는 “외부 사업 제안이 들어올 만큼 사업 실적이 쌓여야 협동조합의 자생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신력 있는 사업 공모에 꾸준히 참여해 성과를 올리고, 아트상품을 만드는 카툰팩토리와 만화 라이브공연을 여는 카툰콘서트, 전시·기획 사업을 진행하는 카툰갤러리 등 사업다각화를 통한 탄탄한 내공 쌓기가 협동조합 자립과 지속의 전제조건이란 설명이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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