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4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대안학교 학생들이 제2회 대안학교 연극축제 ‘이팔청춘 놀다’의 대본연습을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함께하는 교육] 대안학교 학비 얼마나 될까
지난 5월23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185개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의 교육비 부담금이 연간 평균 600만원에 이르고, 국제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7곳은 수업료가 1000만원이 넘는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고등학생 한 명이면 월 100은 기본 아닌가….”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185곳의 운영 현황 조사 결과, 학습자는 8526명, 부담금은 연간 평균 600만원. 5월23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낸 보도자료 제목을 소개하자 학부모 최아무개씨는 적잖이 의아해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 신아무개(18)양은 올해 미인가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하는 아이 말고, 즐거워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같은 뜻을 품은 ‘동지’를 찾고픈 마음도 컸다. 딸도 동의했다.
대안학교를 알아보기 전, 딸이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 들었던 교육비를 계산해봤다. 분기당 수업료 32만2700원, 학교운영지원금 월 9만6000원, 방과후학교 논술 수업료 월 5만원, 영어학원비 월 35만원, 수학학원비 월 40만원. 연간 1204만원을 교육비로 지출했다.
지금 다니는 미인가 대안학교에 들어가려면 첫해에 입학금 50만원, 발전기금 800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수업료와 급식비로 매달 40만원이 나간다. 첫해 기준 1330만원. 이후에는 체험학습비나 각종 여행비가 많이 든다. 그러나 최씨는 “학비는 일반학교보다 좀 더 들지만 활동형 수업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가 밝아졌다. 만족한다”고 했다.
미인가 대안학교 학부모 심아무개씨는 “최근 보도 이후 ‘돈 많은 부적응아가 가는 그 학교?’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속상해했다. 심씨는 “내 교육철학과 맞는 교육공동체에 참여하고, 지원할 의지가 있는 부모들이 보내는 곳이 대안학교”라고 강조했다.
“대안학교 학비를 두고, 사교육비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적절치 않은 비유입니다. 저한테 사교육은 대세에 이끌려서 했던 ‘탐탁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지금 학교 학비와 기부금은 ‘교육의 질’을 따져보고 자의적이고 합리적으로 선택해 내는 돈입니다. 단순비교를 할 순 없죠.”
인가, 미인가에 따라 학비 달라
대안학교 학비는 인가냐 미인가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교과부 인가를 받은 학교는 대안학교(각종 학교) 17교,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이하 ‘인가 중학교’) 11교,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이하 ‘인가 고교’) 24교 등이다. 그 밖에 교과부가 집계한 미인가 대안학교는 185개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다문화, 탈북학생, 미혼모, 종교·선교, 국제교육, 일반대안교육 등으로 나뉜다. 정선임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은 “일반대안교육을 하는 대안교육연대 소속 미인가 학교는 58곳인데 이번에 연간 수업료 1000만원이 넘는다고 교과부가 발표했던 7곳은 외국 대학과 교류해 외국어 교육을 하거나 영재 엘리트 교육을 하는 특수학교들”이라고 설명했다.
인가 중·고교는 나라의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미인가와 비교할 때 교육비가 적게 든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인가 중학교의 경우, 학생이 내는 돈은 일반 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
한때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의 자녀가 입학해 ‘귀족학교’ 소리를 들었던 성남 이우고는 현재 인가 고교면서 혁신학교다. 이 학교 학비는 일반학교 수준이다. 분기별 수업료 34만2900원, 학교운영지원비 7만3860원, 한 끼 4200원의 급식비를 내면 된다.
인가 고교지만 기숙형일 때는 기숙사비가 추가되는 수준이다. 인천 강화 산마을고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김수경씨는 “월 60만원을 학교 쪽에 이체하면 그 안에서 수업료와 기숙사비까지 해결된다. 일반 고교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대체로 일반학교보다 더 들지만
교육 질에 따른 합리적 비용이다
경제적 조건보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교육공동체에
참여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예탁금, 학교발전기금, 기숙사비 없는 경우도 도시형 대안학교 가운데에는 학생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입학금·예탁금·학교발전기금 등을 안 받는 곳도 있다. 서울 광진구 아름다운학교는 급식비 포함 월 20만원 외에 별도의 예탁금이나 입학금을 받지 않는다. 시민사회 후원, 지자체나 국가 프로그램에 제안해 받는 지원금 등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서울 은평씨앗학교도 입학금 50만원에 매월 25만원의 수업료, 약 5만원의 급식비 이외에 학교발전기금·예탁금 등이 없다. 교과부 재정지원금, 대안교육센터 프로그램비 등 외부 사업비 등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 생활하지만 기숙사비를 안 내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 인가 고교인 창원 태봉고는 분기별 17만9280원(입학금 1만1700원, 분기별 수업료 11만5200원, 분기별 학교운영지원비 5만2380원)만 내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이 학교는 인가 중에서도 공립이기 때문에 기숙사비는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는다. 거기다 농어촌지역이라 학비가 전반적으로 적게 드는 편이다. 학비 파격적으로 싼 학교도 있어 인가·미인가 여부 관계없이 학비를 전혀 안 받는 학교도 있다.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하겠다’는 개교 철학 아래 외부 후원금을 받거나 재단 예산 등이 비교적 넉넉한 경우다. 인가 고교인 경남 산청 지리산고는 학비 자체를 안 받는다. 학교 관계자는 “애초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자는 뜻으로 문을 연 학교여서 학생을 선발할 때도 가정 형편을 먼저 본다”고 설명했다. 부산 거침없는우다다학교는 입학금 10만원에 매월 수업료는 1만원부터 30만원까지 학부모가 형편에 따라 학비를 자율적으로 낸다. 김복남 교장은 “대안교육을 받고자 하는 친구들이 가정 형편을 이유로 교육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고 시민 후원금 체계를 잘 다져놨다. 학교 운영자금의 40%가 후원금”이라고 했다. 매월 한 학생이 낼 수 있는 최대 수업료는 30만원이다. 재정이 특정인에게 집중돼 공공성을 잃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 꿈꾸는아이들의학교도 입학금 규정이 없다. ‘수업후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30만원 수준의 수업료를 내면 된다. ‘수업료’라고 이름붙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현숙 교장은 “아이마다 가정 형편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 안에서 가능한 만큼 후원금 형태로 내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 학교도 기업 후원·법인재단 이사장의 후원 등이 학교 운영자금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안학교 하면 농촌에 있는 기숙형 학교만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몇 년 전부터 통학할 수 있는 ‘도시형 대안학교’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 고양 불이학교는 입학 때 드는 출자금 600만원과 입학금 60만원 외에 매달 총 52만원(수업료 45만원+급식비 7만원)을 받는다. 이철국 교장은 “출자금은 학교 건물 등 터전 마련을 위해 내는 돈으로 졸업·자퇴 시 반액을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미인가의 경우, 정부 재정지원이 없기 때문에 ‘터전’이라 불리는 인프라 투자 비용부터 교사 월급까지 모두 출자금이나 기부금, 수업료 등으로 고스란히 충당해야 하는 일이 많다. 광주 지혜학교는 철학·인문학 대안학교로 ‘제도교육의 대안을 찾는다’는 뜻에서 학생들의 대학 진학 준비도 돕는다. 재정지원이 없고, 기숙형이기 때문에 돈이 일반학교의 3배가량 든다. 장동식 교사는 “정부가 ‘너희는 왜 이렇게 비싸게 받느냐?’고 묻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을 민간 스스로 지려고 하는 거다. 일반 학교 교육비용과 교사 월급 등을 더해 학생 수로 나누면 1인당 교육비가 나올 텐데 이 비용과 대안학교에 드는 비용을 하나하나 비교해야 맞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1000만원 이상 드는 경우 경기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의 경우, 초·중·고 통합 12년제 학교로 입학 때 기부금 형식으로 1000만원을 낸다. 기부금이기 때문에 졸업 때 환급이 안 된다. 여기에 매달 약 41만원의 수업료가 든다. 41만원을 표준월사금으로 정해놓고, 이를 기준으로 형편에 따라 더 내거나 덜 낼 수 있게 해뒀다. 도시락을 싸오기 때문에 급식비는 별도로 없다. 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여행비, 측량실습비, 농업실습비 등이 나갈 때도 있다. 전체 교육비만 보면 ‘부자학교’로 비치기 쉽지만 현재 학교의 총 자산 가운데 50%는 빚이다. 3~4년차 교사가 받는 월급은 200만원 수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는 뜻에서 약 3년 전에 인상한 급여다. 박호진 이사는 “학부모들이 기부금 형식으로 돈을 내는 이유는 교육만 받고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학교 교육철학에 동의하고, 학교공동체를 꾸리겠다는 의미”라며 “성미산학교처럼 학교·마을공동체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많은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벤치마킹을 꿈꾸는 서울 성미산학교의 경우, 입학 때 초등 한 아이 기준 기부금 1000만원과 나중에 돌려주는 예치금 500만원이 들어간다. 양동호 교사는 “학교가 서울에 있는 200평 규모의 땅에 5층짜리 건물을 세우고, 지금까지 잘 운영되는 이유는 그동안 수백명 부모가 내준 기부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인가’가 아니라 ‘비인가’입니다” 대안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부금 덜 걷고 인가를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 쉽다. 그러나 미인가 학교들이 빚을 지면서까지 재정지원을 안 받으려는 이유는 교육과정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성미산학교 양동호 교사는 “교육의 질이 좋아지면 돈도 많이 든다. 성미산학교는 올해 수업료를 50만원에서 52만원으로 올리면서 고민이 많았다. 정부 재정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나라에서 돈이 들어오는 순간, 교육과정부터 검열한다. 나라 돈 안 받고도 잘 견뎌낸 부모들이라 어려워도 독립성은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제천 간디학교 오필선 교사는 “교과부에서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이라고 부르지만 인가를 못 받은 게 아니라 안 받았다는 점에서 ‘비인가’라고 불러야 하는 학교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미인가에 보내는 학부모한테 오로지 경제적인 조건만 요구되는 건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대안학교라는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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