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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상금 내걸고 주말 강제 보충수업까지…
일제고사 ‘올인’ 일그러진 교육

등록 2013-06-12 20:28수정 2013-06-12 21:38

일제고사 문제 풀고 있는 초등학생.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제고사 문제 풀고 있는 초등학생.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교육청까지 나서 “신경쓰라” 요구
전교조 “시도교육청 평가 바꿔야”
이달 25일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앞두고 일부 학교가 학생들에게 상금을 내거는가 하면 주말에도 강제로 수업을 하는 등 공교육이 파행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현장의 일제고사 파행 사례를 공개했다. 이날 드러난 사례를 보면, 충북 청원군의 ㅎ고등학교는 일제고사를 치러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학급에 현금 90만원을 주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학교는 지난 5월에는 수업 일정을 제쳐두고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를 3번이나 치렀다. 교감과 부장교사는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기초학력 미달 예상 학생’으로 분류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압박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해에도 상금까지는 안 걸었는데, 올해부터 상금을 준다면서 담임교사들한테까지 돈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의 ㅇ고등학교에선 일제고사를 대비한 강제 보충학습을 시키고 있다. 이 학교도 5~6월에 세 차례에 걸쳐 금요일마다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를 봤다. 여기서 성적이 낮게 나온 학생들은 밤 10시까지 강제로 교실에 남아 일제고사 기출문제집을 풀어야 했다.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오전 내내 국영수 보충 수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는 성적이 좋게 나온 학급을 경기 용인에 있는 대형 놀이공원에 보내준다고 상을 내걸었다.

서울 ㄱ고의 교사는 “강제 야간·주말 학습에 진력이 난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잘 보려고 커닝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파행은 일부 지역에선 개별 학교를 넘어 교육청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 경북 울진교육지원청의 한 과장은 직접 관내의 ㄱ중학교를 방문해 국영수 담당 교사들에게 “일제고사에 신경써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ㄱ중 교장은 교육청 회의를 다녀온 뒤 교사들을 불러 놓고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이 곧 학교를 방문하니 (교육장에) 보고할 성적 향상 대책을 내놓으라”고 닥달했다. ㄱ중 교사는 “지금도 평일 밤 9시까지 강제 야간 보충수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에도 수업을 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지난 1일 대전교육청 관내 학교 18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13개 학교가 기초학력 미달 예상 학생들을 불러 특별 수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 수업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한다는 학교는 6곳, 토요일 강제 수업을 한다는 학교는 4곳에 이르렀다. 일제고사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부터 전국의 초6, 중3, 고2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집 평가 방식으로 치러져 교사·학부모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폐지하겠다면서도 중고등학교는 계속 실시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현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에서 일제고사 성적 부진 학생 비율과 성적 향상도를 삭제해야 한다. 또, 전국의 모든 중3, 고2 학생을 평가하는 전집 평가가 아닌 일부만 평가하는 표집 평가로 바꾸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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