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등대와 성당.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68. 남쪽 끝 섬 마라도
우리나라 땅은 어디까지 일까? 그 끝까지 한 번 가볼까? 대한민국 땅 위에 살다보면 가끔씩 궁금할 때가 있다. 호기심에 발동을 걸어도 좋고 애국심에 힘을 실어도 좋다. 대한민국 지도를 펴 놓고 한 번 짚어보자. 동쪽 끝은 독도, 서쪽 끝은 가거도, 남쪽 끝은 마라도. 그 중 어느 곳이라고 가고 싶은 마음에 솟아오르니 남쪽 끝? 좋다. 마라도로 가보자.
대한민국 최남단을 찾아가는 길은 소풍이라도 가듯 설렌다. 살랑살랑 바람도 기분을 달뜨게 한다. 제주 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의 모슬포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을 운항하는 곳, 그곳에서 갈매기의 호위를 받으며 출발하면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파도를 지나 마라도가 금방이다. 북위 33도 06분, 동경 126도 11분에 위치해 있으며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250m, 둘레 4.5㎞의 마라도가 우리 땅의 가장 남쪽에서 마침표를 찍고 있다.
검은 바위가 도열해 있는 계단을 오르면 일순 탄성이 난다. 눈길 닿는 곳 그 끝까지 펼쳐진 들판이 바람을 몰아대고 그 건너엔 또 바다가 있다. 대한민국의 땅끝, 제주에서도 더 내려온 마라도에서 속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슴 속 깊이까지 집어넣는다. 마라도의 가장 높은 곳은 해발 39m, 초원이 이어지며 키 높은 나무가 하나도 없지만 예전에는 원시림이 울창했다한다. 1702년 ‘탐라순력도’, ‘대정강사편’에 마라도(麻羅島)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칡넝쿨이 우거진 섬’이란 뜻이었다. 이렇게 울창한 삼림은 뱀을 쫓기 위해 혹은 화전을 위해 놓은 불로 모두 없어졌다 하니 이때 마라도의 숲이 석 달 열흘간 탔다고 한다.
고구마처럼 생긴 마라도는 해안선을 따라 쉬엄쉬엄 한 바퀴를 돌면 두 시간 남짓 걸린다. 앙증맞은 크기의 작은 섬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전복 모양의 교회가 있고, 사찰인 기원정사가 있으며 운영하지 않지만 마라 방송국이 있고 박물관도 있다. 학생이 한명(?) 이라는 마라분교는 대문이 정낭으로 되어 있다. 마라도의 가장 높은 곳에는 세계 해도에 꼭 기재된다는 마라도등대가 있고 그 옆으로 전 세계의 등대를 모아놓은 마라도 등대박물관을 지나면 우리 국토의 최남단을 알리는 ‘대한민국 최남단비’가 나타난다.
이곳에 서니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이어도’다. 제주도 사람들이 상상하며 그리던 가상의 섬이었으니 ‘파랑도’라고도 불리던 이어도는 북위 32도 07분, 동경 125도 10분으로 마라도 서남방 81해리에 위치한다. 현재 이곳에는 바닷속 암초에 철제 기둥을 박고 해상 36m 높이로 과학기지를 설치해 놓았다. 헬기장과 등대, 관측, 통신 장비가 설치되어 경기 안산에 있는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원격 제어한다. 가슴 속 전설을 현실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그곳은 일반인이 갈 수 없으니 두발을 딛고 설 수 있는 우리 땅 끝은 바로 이곳 마라도 최남단비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뭉클해진다. 이어도와 마라도는 이렇게 묵묵히 대한민국의 남쪽 끝을 지키고 있었다.
글·사진 이동미 /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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