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17종 분석결과, 5종만 “시민에 발포” 서술
‘민주화 운동’ 평가도 없어…‘일베’서 역사 배우는 학생들
‘민주화 운동’ 평가도 없어…‘일베’서 역사 배우는 학생들
중학교 역사 교과서 상당수가 5·18 민주화운동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계엄군의 발포와 사상자 발생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혜자 민주당 의원이 21일 중학교 역사 교과서 17종을 분석한 결과, 계엄군이 시민에게 발포한 사실을 명확하게 기술한 교과서는 5종뿐이었다. 3종은 사상자(희생자)가 발생한 사실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당시 신군부가 언론통제와 교통차단을 했다는 사실을 적은 교과서는 4종에 그쳤다.
교과서 7종은 ‘5·18이 민주화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거나 ‘세계인의 귀감이 됐다’는 등 역사적 의의를 명확히 평가하는 대목을 넣지 않았다. 2012년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9종 가운데 3종은 5·18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2011년 5월)된 사실을 빠뜨렸다.
지학사가 발행해 올해부터 중1이 사용하고 있는 ‘중학교 역사2’ 교과서를 보면, 5·18 관련 서술이 “전남 광주에서는 대학생과 시민들이 계엄 해제와 민주주의 헌정 체제의 회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였다. 계엄군이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자 학생과 시민들은 시민군을 조직하여 저항하였으나, 결국 계엄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었다”는 서술이 전부다. 148자에 불과하다.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발포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쓰는 대신 ‘폭력적 진압’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했다.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격 등으로 사망한 사실도 분명하게 적지 않고 “무력으로 진압되었다”고만 썼다.
금성출판사가 낸 ‘중학교 역사2’ 교과서도 “신군부는 계엄군을 투입하여 광주 지역 대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였다”고 써 계엄군의 발포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역사적 의의를 평가하거나 유네스코 등재 사실을 기록한 대목도 없었다.
반면, 좋은책신사고 출판사에서 발행한 ‘중학교 역사2’ 교과서는 지학사보다 3배가량 많은 601자에 걸쳐 5·18 민주화운동을 서술했다. 표현에서도 “계엄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일부 시민들은 무기를 들고 맞섰다… 부당한 폭력에 저항한 민주화의 의지는 오늘날 세계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현재 중학교 2·3학년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아 2011년 8월에 검정을 마친 역사 상·하 교과서(8종)를, 중학교 1학년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아 2012년 8월에 검정을 마친 역사 1·2 교과서(9종)를 배운다. 대다수 학교에선 1년에 걸쳐 가르친다.
박혜자 의원은 “최근 벌어지는 5·18 민주화운동 폄훼에도 학생들이 영향을 받지 않고 바른 역사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과서가 중요하다. 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중요성을 알도록 의미를 명확히 짚어 생생하게 교과서를 집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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