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논술 ‘숨은 해법’
■ 비판적으로 분석하기의 정석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란 어떤 의미일까? 이전의 글에서 비판하기와 분석하기에 대한 설명을 했다. 분석하기란 ‘나누어 명료하게 하기’며 비판하기란 ‘주장의 타당성과 비타당성으로 나누어 따져 보기’로 정의할 수 있다. 분석을 하기 위해 제시문의 내용을 ‘나누어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기준을 ‘비판적’이라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의미는 제시문에서 타당한 면과 그렇지 않은 면으로 나누어 옳고 그름을 판단해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보통 비판하라는 문제는 주장이나 근거의 부당한 면을 지적하라는 의미로 많이 이해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비판하기의 어원을 살펴보면 ‘가르다’는 의미인데 타당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가른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문제는 타당하지 않은 면을 중심으로 분석하되 타당한 면을 일부 포함하는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더 좋은 답안이 되는 것이다. 또한 답안의 분량이 1000자 이상일 경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이 훌륭한 답안으로 가는 길이다.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유형의 출제는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로 제시되기도 하고 ‘비판하라’로 제시되기도 하며 ‘비판적’을 생략한 채 ‘분석하라’로 제시되기도 한다. 또한 ‘타당성을 논하라’, ‘평가하라’ 등으로 다양하게 출제된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물음도 비판적 분석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한 제시문의 입장’에서 다른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며 일부의 경우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군가산점제도에 대해 수험생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과 같은 비판적 분석이 가능하다.
■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중앙대 인문계열1·2번 문제-설명을 위해 물음 일부 수정)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만 세상을 본다
<문제>제시문 (라)와 (마)의 논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시문 (바)에 나타난 ‘모자 장수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1000자 내외(설명을 위해 글자 수 변경) ]
[라]
교사는 분필을 들고 돌아섰다. 칠판 위에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썼다.
제군이 이미 교과서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 역시 입학시험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 주기 바란다. 면에는 안과 같이 있다. 예를 들자. 종이는 앞뒤 양면을 갖고 지구는 내부와 외부를 갖는다. 평면인 종이를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오려서 그 양끝을 맞붙이면 역시 안과 겉 양면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한 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즉 한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이것이 제군이 교과서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여기서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을 생각해 보자.
교사는 두 손을 교탁 위에 얹었다. 그는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끝으로 내부와 외부가 따로 없는 입체는 없는지 생각해 보자. 내부와 외부를 경계 지을 수 없는 입체, 즉 뫼비우스의 입체를 상상해 보라. 우주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간단한 뫼비우스의 띠에 많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내가 마지막 시간에 왜 뫼비우스의 띠 이야기를 하는지 제군은 생각해 주리라 믿는다.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마)
역사에서 과거란 현재 이전에 일어난 모든 일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이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을 구별하여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다.
인류 생활의 과거에는 수많은 일들, 즉 사실(事實)들이 있어낫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죽어 간 수많은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한 집단, 한 민족의 지난날에도 도저히 셀 수 없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실들을 총망라한 것이 곧 역사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역사란 그 많은 사실들 중에서 그야말로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사실들, 즉 사실(史實)을 뽑아 모은 것이라고 우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우선이라고 한 것은 다음에 말하겠지만, 사실(史實)을 뽑아 모으는 일만이 역사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들 속에서 사실(史實)만을 선택하는 것이 역사를 성립시키는 1차적인 작업이라면 무엇보다도 그것을 선택해 내는 기준이 문제가 된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 수많은 사실들 속에서 사실(史實)을 가려내게 되는가 하는 문제이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사람과 시대에 기준을 둘 수밖에 없다. 사실을 뽑아내는 작업은 주로 역사가들의 주관적인 안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같은 시대의 사람들과, 더 나아가서 미래의 사람들에게까지 옳게 뽑았다는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만 역사 발전의 바른 노정에 합치될 수 있는 역사가로 평가될 수 있으며, 그가 뽑은 사실(史實)이 객관적 진실성을 가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역사가가 객관적 진실성이 더 높은 사실(史實)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그 시대가 가진 역사적 요구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쉬운 예를 들면, 조선 시대의 역사가들에게 문익점이 책을 읽은 일이나 글씨를 쓴 일은 흔히 있는 사실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목화씨를 가져온 일만이 사실(史實)로 보였다. 고려 말기에 전래되어 극히 제한된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던 목화를 전국적으로 확대 재배하여 의생활의 변혁을 이루고자 했던 조선 시대였으므로, 당시의 역사가들은 문익점의 목화씨 전래를 사실로 뽑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이러한 선택은 대단히 적절한 것이어서 오늘날에도 목화씨를 가져온 일을 중요한 사실(史實)로 뽑히고 있다.
시대에 따라 사실(史實)을 가려내는 기준은 언제나 그 당시의 현재적 요구,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면 어느 한 시대의 현재적 요구에 의하여 선택된 사실(史實)은 영원히 사실(史實)로서의 가치를 가지느냐, 혹은 다음 시대의 현재적 요구 때문에 앞 시대의 선택된 사실(史實)이 그 가치를 잃고 하나의 사실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바)
모자 장수는 자기가 정말 흥미를 갖는 문제, 즉 모자와 머리의 문제에 대하여 내게 얘기를 꺼냈다.
“크기로 말하면, 참 놀랄 만큼 차이가 심합니다. 저희는 변호사들과 거래가 많습니다만, 그분들의 머리 치수는 놀랄 지경입니다. 손님도 놀라실 겁니다. 아마 그분들의 머리가 그렇게 커지는 것은 생각할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기 모자는 00씨(유명한 변호사의 이름을 대면서)의 것인데요, 엄청나게 큰 머립니다. -7인치 반- 이것이 그분의 치수입니다. 그리고 그분들 중에는 7인치 이상 되는 분이 많이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머리 크기는 직업에 따르는 듯합니다. 제가 전에 항구 도시에 있었는데요, 그때 많은 선장님들 일을 해 드렸지요. 보통이 아닙니다. 그분들 머리는, 아마 그건 그분들의 걱정과 근심 때문이겠지요. 조수(潮水)며, 바람이며, 빙산이며, 기타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하자니…….”
내가 지금 그 사건을 다시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우리는 제각기 자기 특유의 창을 통해 인생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본 것은 모자의 치수를 통해서 온 세상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경우였다. 그는 존스가 7인치 2분의 1을 쓴다 해서 그를 존경하고, 스미스는 6인치 4분의 3밖에 안된대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한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우리는 모두 이러한 제한적 직업적 시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단사는 여러분의 의복을 훑어보고서 그 재봉 솜씨와 광택의 정도에 따라서 여러분을 측정한다. 그 사람에게 있어 여러분은 다만 옷걸이에 불과하고, 여러분의 가치는 입고 있는 의복에 정비례한다. 화공(靴工)은 여러분의 신발을 보고서, 그 신발의 질과 손질한 상태에 따라 여러분의 지식이나 사회적 경제적 정도를 가늠한다. 만일 여러분이 굽이 닳아서 낮아진 신을 신고 있으면, 여러분의 모자가 아무리 번들거려도 여러분에 대한 그의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 모자는 그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평가 기준의 일부도 되지 않는다.
■ 정석의 적용 주관과 객관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까?
-논제 분석
본 논제는 제시문 (바)에 나타난 ‘모자 장수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은 제시문 (라)와 (마)의 논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라는 것이다.
-제시문 분석
우선 제시문 (바)의 ‘모자 장수의 시각’과 제시문 (라)와 (마)에 대한 종합적 논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답안 작성의 개요
위의 분석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의 개념을 활용하여, 물음에 대한 핵심 답안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문제에 대한 답안은 타당성과 비타당성을 중심으로 작성하고, 1000자 내외의 분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쟁점에 대한 극복방안까지 서술하는 것이 좋다.
■ 예시답안 제시문 (라)와 (마)의 종합적 논지는 인간은 각자의 주관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지만, 교육과 연구 등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객관적·종합적·균형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시문 (라)는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겉의 구분이 불가능함을 통해 인간의 주관적 구분인식이 한계가 있음을 주장하고, 종합적으로 세계를 이해해야 함을 주장한다. 제시문 (마)는 역사적 사실(史實)이 역사가의 주관에 의해 기술되지만, 그 사실이 최대한 사회의 객관적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주장한다. 한편 제시문 (바)의 모자 장수는 모자 장수라는 주관적 입장에서만 세계를 이해한다. 우선 두 제시문의 관점에서 모자장수의 시각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이해라는 관점에서 타당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모자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에서 머리가 클수록 더 많은 수입을 갖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모자 장수의 시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의 눈에는 이 세계는 지옥으로 보이며, 로또 복권에 당첨된 노숙자의 눈에는 천국으로 보이는 것과 같다. 동일한 행위 또는 세계를 전혀 다르게 극단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자장수의 인식은 객관적·균형적·종합적이지 않다는 면에서 타당하지 못하다. 머리를 많이 쓰면 머리가 커진다는 시각도 그러하고, 머리를 많이 쓰는 삶이 가치 있다는 시각 또한 편협하다. 머리의 크기와 상관없이 깊은 사유를 하는 석학도 많으며, 요즘은 작은 얼굴이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는 인식이 타당하다. 오늘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언젠가는 다시 크게 성공해 이 세계를 천국처럼 볼 수 있는 것이며, 로또 복권에 당첨된 후 사치·향락의 삶을 살다 비참하게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각자의 주관성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객관적이고 종합적이며 균형적인 시각을 갖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964자)
■ 주제의 심층이해 인간은 주관적 존재이면서도 세계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베이컨은 아래와 같이 4가지 우상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해야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우상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인간의 지성을 고질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우상과 그릇된 관념들은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조차도 얻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므로 인간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용의주도하게 그러한 우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않는 한, 학문을 혁신하려고 해도 곤경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구별하기 좋게 이름을 붙인다면, 첫째는 종족의 우상이고, 둘째는 동굴의 우상이며, 셋째는 시장의 우상이고, 넷째는 극장의 우상이다. 우리는 이 우상들을 확고하게 물리치고 폐기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성을 완전히 해방시켜야 한다. 우리는 세간의 속설과 고정관념을 일소하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공정한 지성으로 자연을 관찰해야 한다. 미신이나 기만, 오류나 혼란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고귀한 것이다. <신기관> 프란시스 베이컨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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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중앙대 인문계열1·2번 문제-설명을 위해 물음 일부 수정)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만 세상을 본다
에스파뇰라 섬에 도착한 콜럼버스의 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흔히 말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따라서 ‘신대륙 발견’은 서양인 입장에서만 바라 본 단어다. 한겨레 자료사진.
■ 정석의 적용 주관과 객관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까?
영국의 유명역사가 E.H 카와 그의 대표작 .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말로 유명한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은 단지 ‘그냥 있었던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잘 논증한다. 한겨레 자료 사진.
■ 예시답안 제시문 (라)와 (마)의 종합적 논지는 인간은 각자의 주관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지만, 교육과 연구 등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객관적·종합적·균형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시문 (라)는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겉의 구분이 불가능함을 통해 인간의 주관적 구분인식이 한계가 있음을 주장하고, 종합적으로 세계를 이해해야 함을 주장한다. 제시문 (마)는 역사적 사실(史實)이 역사가의 주관에 의해 기술되지만, 그 사실이 최대한 사회의 객관적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주장한다. 한편 제시문 (바)의 모자 장수는 모자 장수라는 주관적 입장에서만 세계를 이해한다. 우선 두 제시문의 관점에서 모자장수의 시각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이해라는 관점에서 타당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모자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에서 머리가 클수록 더 많은 수입을 갖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모자 장수의 시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의 눈에는 이 세계는 지옥으로 보이며, 로또 복권에 당첨된 노숙자의 눈에는 천국으로 보이는 것과 같다. 동일한 행위 또는 세계를 전혀 다르게 극단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자장수의 인식은 객관적·균형적·종합적이지 않다는 면에서 타당하지 못하다. 머리를 많이 쓰면 머리가 커진다는 시각도 그러하고, 머리를 많이 쓰는 삶이 가치 있다는 시각 또한 편협하다. 머리의 크기와 상관없이 깊은 사유를 하는 석학도 많으며, 요즘은 작은 얼굴이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는 인식이 타당하다. 오늘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언젠가는 다시 크게 성공해 이 세계를 천국처럼 볼 수 있는 것이며, 로또 복권에 당첨된 후 사치·향락의 삶을 살다 비참하게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각자의 주관성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객관적이고 종합적이며 균형적인 시각을 갖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964자)
■ 주제의 심층이해 인간은 주관적 존재이면서도 세계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베이컨은 아래와 같이 4가지 우상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해야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우상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인간의 지성을 고질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우상과 그릇된 관념들은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조차도 얻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므로 인간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용의주도하게 그러한 우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않는 한, 학문을 혁신하려고 해도 곤경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구별하기 좋게 이름을 붙인다면, 첫째는 종족의 우상이고, 둘째는 동굴의 우상이며, 셋째는 시장의 우상이고, 넷째는 극장의 우상이다. 우리는 이 우상들을 확고하게 물리치고 폐기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성을 완전히 해방시켜야 한다. 우리는 세간의 속설과 고정관념을 일소하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공정한 지성으로 자연을 관찰해야 한다. 미신이나 기만, 오류나 혼란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고귀한 것이다. <신기관> 프란시스 베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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