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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모순점 밝히면 효과적

등록 2013-05-13 10:09

수시논술 ‘숨은 해법’
■ 비교하기의 정석

고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두 후보가 맞붙었다.

A후보: 저를 뽑아주십시오. 제가 학생회장이 되면 우리 학교를 국내 최고의 학교로 만들겠습니다. 우선 급식을 호텔식 뷔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방학 기간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

A후보의 연설에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적인 박수를 보낸다. A후보의 경쟁 상대인 B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A후보보다 더 자극적이고 획기적인 공약으로 학생들의 환심을 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만을 위해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할 수는 없는 법이다. A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주장을 하면서 학생들의 환심을 사고 있으므로 B로서는 자신의 공약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A의 주장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 즉 B후보는 상대 후보인 A의 공약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A후보 공약을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A는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위해 두 개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만일 B가 A의 주장(당선→최고의 학교)을 직접 겨냥하여 공격한다면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예 : A는 최고의 학교를 만들 능력이 없다. 또는 A는 평소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 경우 자칫 비판이 아닌 ‘비난’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B 스스로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게 되는 것이므로 근거 제시의 부담이 생긴다.

어떠한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주장 자체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그 주장을 받치고 있는 근거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즉 A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두 개의 근거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저절로 A의 주장은 무너지게 된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비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어떠한 주장이든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 이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주장을 직접 공략하기보다는 근거의 모순점을 밝히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며 효과적이다. 이를 실전 문제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실전 2013년 수시 기출문제(경희대 인문예체능 오후 3번 문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은 가능한가?

<문제> 제시문 [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술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와 [다]의 주요 논지를 비판하시오. [701자 이상~800자 이하: 배점 40점]

[가]

자연은 인간을 최고의 두 지배자들인 고통과 쾌락의 지배하에 두었다. 우리가 무엇을 행할까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지시해주는 것은 오직 고통과 쾌락뿐이다. 한편으로는 옳음과 그름의 기준이, 다른 한편으로는 원인과 결과의 사슬이 이 둘의 왕좌에 매여 있다. 고통과 쾌락은 우리가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 두 지배자들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온갖 노력은 오히려 우리의 종속을 증명하고 확인시켜줄 뿐이다. 말로는 인간이 쾌락과 고통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은 줄곧 이 둘에 종속된 채로 남을 것이다. ‘공리의 원칙’은 이러한 종속을 인정하며, 이를 이성과 법률의 손으로 지복(至福)한 구조를 세우려는 사상체계의 토대이다. 이러한 종속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상체계들은 분별이 아니라 소음을, 이성이 아니라 변덕을, 빛이 아니라 어둠을 끌어들인다. 공리란 이해 당사자에게 이익·이득·쾌락·좋음·행복을 산출하거나 해·고통·악·불행을 방지하는 경향을 가진 어떤 대상의 속성을 의미한다. 만약 이해 당사자가 사회 전체라면, 그 사회의 행복을 의미한다. 만약 이해 당사자가 특정 개인이라면, 그 개인의 행복을 의미한다.

[다]

사람이 소박하게 살며 자신이 가꾼 농작물만을 먹고, 먹을 만큼 재배하고, 또한 거둬들인 농작물을 호사스럽고 비싸며 충분치도 않은 물품과 바꾸려들지 않는다면, 단지 몇 라드(1라드=약 25㎡)의 땅만 일구어도 충분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땅을 쟁기질하기 위해 소를 이용하는 것보다 삽으로 파고, 오래된 토지에 거름을 주는 것보다 때때로 새 땅을 택하는 것이 비용이 더 적게 들 것이다. 농부는 오직 이윤과 먹고 마시는 잔치에만 관심이 있다. 그는 농업의 여신 케레스나 대지의 신 유피테르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고 오히려 지옥의 황금신인 플루투스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다.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토지를 재산으로 보고 재산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간주하는, 우리들 중 누구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한, 비굴한 습성 때문에 자연경관은 망가지고 농사일은 품위를 잃었으며, 농부는 가장 비천한 삶을 살고 있다. 사실 산업적인 음식을 먹는 사람은 섭생이 농사의 한 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또한 그는 더 이상 섭생과 땅의 연관 관계를 알거나 상상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필연적으로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사람이다. 간단히 말해 그는 희생자이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음식이 더 이상 농사, 땅과 연관이 없어질 때, 일종의 문화적 기억상실증의 위험이 그들을 괴롭히게 된다.

[마]

산골 우리 집엔
벌레들이 참 많다
개미, 노린재, 반대좀, 나무좀, 집게벌레,
진드기, 다듬이, 거미, 돈벌레, 무당벌레……
아버지, 우리 집엔 벌레가 너무 많아요
함께 살아야지
저 벌레들이 더위와 추위와
땡볕과 비바람을 어디서 피하겠니!
우리 집은 커다란 벌레집이다
그 속에 우리 가족도 함께 산다


민속학자 주강현(오른쪽)씨와 생태주의자 박병상씨가 개고기 합법화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둘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육식을 덜 하자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A href="mailto:yws@hani.co.kr">yws@hani.co.kr</A>
민속학자 주강현(오른쪽)씨와 생태주의자 박병상씨가 개고기 합법화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둘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육식을 덜 하자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 정석의 적용

-논제 분석

본 논제는 크게 두 가지의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즉 ①<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술, ②이를 근거로 <가><다>의 주요 논지를 비판하는 것이다. 또한 답안의 분량을 750자 내외로 지정하고 있다. ‘<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달리 말해 <마>의 주제 또는 주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마>의 시적 화자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이를 근거로 비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마>를 비판의 주체 또는 기준으로 삼으라는 요구사항이다. 비판의 대상은 <가><다>의 주요 논지 즉 주장에 이르는 근거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이해하기 쉽도록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제시문 분석

<마>의 화자가 살고 있는 집은 벌레가 많다. 아버지에게 하소연해 보지만 아버지는 벌레들도 함께 살아가는 식구이며 우리 집은 ‘벌레집’이라고 말한다. 즉 <마>의 주제와 주장은 인간과 벌레의 공존과 상호 존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시의 주제를 좀더 확장한다면 집은 생태계 전체를 상징하는 것이며 벌레는 모든 생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자연 생태계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곳이며 상호 존중과 배려가 요구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는 ‘공리의 원칙’을 근거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설정한다. 공리의 원칙은 전적으로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바라보는데, 자연은 인간에게 고통 또는 쾌락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상일 뿐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에 대한 고려는 없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 회복, 생태계 위기 극복과는 대척되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다>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자연의 법칙을 파괴한다고 비판한다. 이를 근거로 인간이 이룬 문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자연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일체의 노력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본다. 인간의 과도한 탐욕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마>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나 극단적인 생태주의를 취하고 있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공생을 추구하는 <마>와는 거리가 있다.

-답안 작성의 개요

논제의 요구에 의하면 우선 <마>의 핵심 주장을 정리하고 <마>의 입장에서 <가><다>의 논지를 비판해야 한다. 이때 비판의 초점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다>의 주장 자체가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문제점을 밝히는 데 두어야 한다. 개요의 모범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예시답안

[마]에서 집 안에 벌레가 많다고 불평하는 아들에 대해 아버지는 벌레들도 한집에 함께 살아가야 할 식구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버지는 더위와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벌레들의 고통까지 배려하며 ‘우리 집’이 아닌 ‘벌레집’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곧 자연 생태계를, 벌레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상징한다. 화자는 이 시를 통해 자연 생태계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곳이며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을 공존 공생의 관계로 보는 <마>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시문 [가]의 인간 중심주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거인 ‘공리의 원칙’은 전적으로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바라본다. 자연은 인간에게 고통 또는 쾌락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상일 뿐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 회복과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엔 거리가 멀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맹렬하게 비판한다. 이를 근거로 인간이 이룬 문명 자체를 부정하고 자연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일체의 노력을 무의미한 것으로 본다. 인간의 과도한 탐욕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마>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나 극단적인 생태주의를 취하고 있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공생을 추구하는 <마>와는 거리가 있다. 인간이 이룬 문명 자체를 부정하는 이러한 관점은 공존과 상생을 위한 인간의 노력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봄으로써 자칫 허무주의적 생태론에 빠질 우려가 있다. (784자)


■ 주제의 심층이해

아래 글을 참고하여 생태위기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입장을 비교하고 각 입장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심층생태론에 따르면, 인간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번성은 본래의 가치를 지니며,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생명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축소시킬 권리가 없다. 인간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자연을 통일된 전체로 보고, 인간의 행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도 인간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국한하지 않고, 자연 전체에 어떤 결과를 미치는가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 심층생태론의 슬로건은 한마디로 “개체적 자아(self)를 실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러한 자아의 배후에 자연과 함께하는 더 큰 자아(Self)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그처럼 생태학적 깨달음을 얻게 되면, 환경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것이다.

사회생태론은 생태계 위기의 근본 원인이 사회 내의 위계적 지배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입장이다. 사회생태론에서는 자본주의 과학기술과 부르주아 사회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기계화, 노동의 지나친 전문화, 자원의 거대 기업 집중, 거대 도시의 인구 집중, 생활의 계층화 및 관료화, 자연과 인간의 대상화 등이 생태계 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한 부류의 인간이 다른 부류의 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사회 구조는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동기와 수단이 되는 심리적·물질적 조건을 제공한다. 그리고 위계 구조가 심화된 사회는 평등사회보다 자연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왜곡된 사회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에 대한 지배이든 인간에 대한 지배이든 일체의 지배가 없는 사회야말로 정의로운 공동체이고, 그처럼 탈중심적이고 다양하며 조화로운 사회는 생태계에도 적합하다.

생태여성주의(Ecofeminism)는 현대의 환경위기가 인간에 의한 자연지배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남성에 의한 여성지배에 의해 강화되고 촉진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생을 주장하는 생태주의는 여성주의와 결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기업전사들에 의한 지구와 생물의 파괴, 군인의 핵에 의한 멸종 위협은 여성들의 신체와 성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는 남성주의적 정신이며, 그것은 복잡다양한 지배체제와 국가권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철학사전> 임석진 외, 중원문화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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