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의 주인공 김범우의 집.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66. 전남 벌교 태백산맥 문학기행
66. 전남 벌교 태백산맥 문학기행
여행이란 무엇일까? 전남 벌교로 향하며 우리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여행의 의미를 짚어보자. 순천에서 보성으로 향하는 길목에 놓여 있는 벌교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태백산맥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제석산이 굽어보고 황토빛 벌교천이 홍교와 소화다리, 철교 밑을 지나 순천만으로 흘러든다.
원고지 1만6500장의 방대한 분량에 200여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선연히 남기는 소설 <태백산맥>은 대작이다. 해방과 제주 4·3항쟁, 여순사건 등 분단이 고착화될 때까지 한반도의 축소판이었던 벌교를 배경으로 하는데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 벌교에서 조계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빨치산의 투쟁 등 읍 단위 작은 마을에서 10권 분량의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음이 놀랍다. 더구나 남도여관, 현 부잣집, 김범우 집 등 소설 속 사건이 펼쳐졌던 장소들이 소설과 똑같이 남아 있으니 곳곳에서 소설 속 구수하고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태백산맥>의 배경장소일 뿐 아니라 벌교는 조정래(1943년~)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광주서중 입학 전까지 꼬맹이 조정래는 벌교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놀았고 이는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유년시절의 기억과 느낌이 평생 먹고 살 감성창고가 된다는 말이다. 유년시절 기억은 머릿속 어느 귀퉁이에 꼭꼭 숨어 있다가 압축파일 풀리듯 영화의 장면처럼 눈앞으로 펼쳐진다. 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감성과 자극이 몸속 곳곳에 박혀 있다가 글쟁이가 되면 글로 풀어질 것이고, 디자이너가 되면 저도 모르는 영감(아이디어)으로 번득일 것이다. 조정래 선생에게 벌교 생활이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밑거름이 되었듯이 말이다.
그러니 당장 표출되지 않아도, 성적이 쑥쑥 오르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의 생활 모습,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행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세상을 다시 보고 크게 키울 씨앗을 심어준다. 그것이 바로 공부여행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