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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란
<2022>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
혁신학교 현황
<2022> 2009년 경기도 13개교에서 출발. 현재 모두 195곳. 초등학교 96곳, 중학교 77곳, 고등학교 22곳
혁신학교 시즌2란
<2022> 혁신학교를 전체 학교로 확산하자는 것. 2015년 경기도 전체 학교의 절반인 1100곳을 혁신학교화하는 게 목표
혁신학교 시즌2 방법
<2022> 혁신학교 클러스터 구축. 기존 혁신학교와 인근 5~6개 일반학교를 묶어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서로 나눔. 토론과 체험 중심으로 수업하고 논술형 평가와 교사별 평가. 일제고사 방식의 중간·기말고사 등은 초등학교부터 축소.
(올해 클러스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혁신학교 110곳과 일반학교 581곳 등 모두 691개교. 경기도 전체 학교의 31%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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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이 뭡니까?”
지난 3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만나자마자 기자가 한 질문이었다. ‘교육혁명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데 시끄럽지 않게 성과를 내는 ‘비결’이 뭐냐는 것이었다. 열띠게 자랑할 만도 한데 그는 이 대목에서도 무소음이었다.
“소리 나지 않게 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웃음) 저보고 잘 안 보인다고 한다. 모습을 자꾸 드러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제가 굳이 뭐….”
지방교육자치단체의 권한 행사를 놓고 중앙 정부와 갈등을 빚긴 했지만 경기교육 자체의 혁신과정은 전체적 공감대와 소통 속에서 추진해 소리 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공감대 형성과 소통을 말했지만 반대쪽 설득이 쉽지 않다. 특별한 인생 좌우명이라도 있는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지난 2009년 5월 처음 교육감 당선됐을 때 경기교육가족에게 첫 번째 드린 말씀이 이 네 글자였다.”
김 교육감은 한국 교육의 최전방에 항상 서 있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반대, 공교육에 새바람을 일으킨 혁신학교 등. 이런 그의 입에서 나온 ‘궁극적 비결’은 ‘화이부동’이라는, 잘 알려진 <논어>의 문구였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소통과 공감 속에서 함께 교육을 바꿔 나가자는 게 내 생각이다. 기존 교육자와 교육행정가들의 전문성·비전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함께 모색해나가자고 노력했다.”
김 교육감의 트레이드마크는 혁신학교다. 혁신학교 부근 아파트 값이 오르고 위장전입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사교육에 수십 년간 주눅 들었던 공교육이 거의 처음으로 어깨를 으쓱한 사건이다. 경기교육청은 이제 ‘혁신학교 시즌 2’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혁신학교 시즌 2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혁신학교 일반화다.”
‘소리 없이 한국 교육을 움직이는 남자’ 김상곤 경기교육감과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오후 2시30분 수원 경기교육청에서 이뤄졌다.
-지난 4년간 경기 교육을 자평한다면?
“학부모들이 원하는, 학생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으로 변화할 수 있는 큰 흐름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 큰 흐름을 만드는 과정을 학교공동체를 중심으로 했다는 것도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올 3월 경기교육청은 교육감의 공약 이행률이 98%에 이른다고 했는데.
“무상급식은 원래 유초중학생이 목표였는데, 유치원 만 5살과 초등학생 전체, 중학생 2~3학년까지 시행해 75%다. 혁신학교는 195개교가 돼 목표 200개교의 98%다. 고교평준화는 광명·안산·의정부 세 지역 추가로 100%에 이르렀다. 학생인권조례 또한 2010년 제정해 100% 완수했다.”
-김 교육감은 현장을 많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를 들어 달라.
“최근 포천 경북중학교에 갔을 때 인권부장 선생님이 ‘학생에 대해 검사가 아니라 변호사적 역할을 하는 게 교사’라고 말씀하셨다. ‘학생이 설사 잘못한 일도 품어주고 개선해 나가도록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처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 게 기억난다.”
-김 교육감 하면 혁신학교가 떠오른다. 혁신학교에 대해 학부모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혁신학교는 새로운 특목고·특성화고·자율형 공립고 등과 비슷한 학교가 아니다. 경기 초중등 모두를 바꾸기 위한 모형을 시범적으로 만든 게 혁신학교다.”
-혁신학교가 초등학교 때는 좋은데 대입에는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혁신학교는 학생들의 종합적 소질에 따른 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오늘날 사회는 역량기반사회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종합적으로 부합하고 능력 발휘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으면 현행과 같은 대학 입시에도 강점이 있다.
혁신학교는 자기주도학습능력, 문제 발견 및 해결능력, 관계형성능력 등을 기반으로 융합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현재 대입 전형 과정이 다양하다. 전체 모집 정원 가운데 수시 비중이 66%에 이르고 입학사정관제도 10%가 넘는다. 이런 대입에도 혁신학교 프로그램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본다면?
“용인 흥덕고에 2010년 120여명이 진학했다. 비평준화, 변두리 지역 신설 고교에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초기 흥덕고 학생들의 중학교 내신 평균이 120점 이하였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은 아이들을 보듬어 안았다. 욕도 체벌도 없었다. 아이들의 자긍심을 일깨웠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 파트너가 됐고 뚜렷하게 자기성장을 했다. 116명이 졸업해 112명이 대학을 갔다.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모인 신설 고교에서 이 정도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혁신학교 시즌2’를 강조하는데 시즌2는 시즌1과 뭐가 다른지?
“경기도에 6개의 혁신교육 지구가 있다. 지난 4년간 성과를 기반으로 경기도 전체 초중고와 유치원까지 혁신교육으로 바꿔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이제 2단계로 나아가자는 게 혁신학교 시즌2다. 다른 말로 하면 ‘혁신학교 일반화’다.”
-혁신학교 인기가 치솟으면서 위장 전입과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혁신학교는 학급당 25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30명이 넘는 학교들이 생겨났다. 혁신학교를 확산시켜 집중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시즌2 취지 중 하나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 경기도 초중고의 50%인 1100개교에서 혁신학교 모형을 실행한다면 과밀·과대학교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
-보수 진영이나 몇몇 언론들이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 해방구’라는 식으로 공격하기도 하는데.
“전혀 맞지 않다. 연초 혁신학교 교사들 단체 가입 현황을 조사했다. 교총 31%, 전교조 14%였다. 나머지는 어느 단체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무너지는 교육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게 대다수 교사들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실천하지 못했던 건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로 교육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여론몰이도 심하다. 이런 상황 부담스럽지 않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가 나오자 늘 웃는 표정의 김 교육감 얼굴이 다소 단호해졌다. 설명도 길어졌다. 이 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느꼈던 답답함이 드러나는 듯했다.
“우리 교육청은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치유와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왔다. 단,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문제는 일부에서 오해하고 있다.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에 필요하다면 기재도 하고 학생 지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 기재 사실을 5년간 보관하고 대학입시 등에 반영하는 건 교육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를 막는다. 중간 삭제 또는 학년 말 삭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진보 교육감 갈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중앙정부는 교사가 검사가 되기를 바라는 면 때문 아닐까?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의 경우 중앙정부가 너무 법적 제재 중심으로 학교폭력을 대응하려고 한다. 교육적이고 회복적인 생활지도를 통해서 학생·학교 분위기와 문화를 바꾸고 학생들 간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게 필요하다.”
-학교폭력에 근본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학교폭력은 학교의 제반 관계들이 해체돼 발생하는 거다. 학생들은 서로 경쟁 상대가 됐고 배타적 성향을 갖도록 교육환경이 요구한다. 교사와 학생도 지식을 전달하고 전수받는 관계 이상이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 인성이 메마르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무한경쟁교육에서 협동·협력교육으로 교육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일부에서 여전히 교실 붕괴, 교권 침해 등을 얘기하는데 일부 시민들에게 감성적으로 먹혀드는 면이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나오기 한참 전인 1990년대 말 이미 교실 붕괴, 교권 실추, 공교육이 무너진다는 얘기가 언론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에 공포됐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를와 공격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학생들이 정말 인권에 대한 의식이 있는가?”라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교육자는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교육방법에서 원인을 찾고 바꾸는 게 교육자다. 학생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여기까지 얘기한 김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근본적인 배경을 길게 설명했다.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가입했다. 아동권리협약은 우리 학생인권조례 수준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을 권리를 가진 주체적 시민이 아닌 보호 대상으로만 본다. 그러면서 일탈하면 사정없이 처단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특히 교육과정이 중요한데 국가 차원에서 못한다면 지방교육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뭔가? 그게 조례다. 이래서 학생인권 조례 필요하다고 봤다.
지금 세계 91개국에서 아동·청소년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5위권이라고 하는데….”
-새 정부의 교육정책 중에서 뜻이 맞는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은?
“박근혜 정부는 행복교육·창의인재양성을 말한다. 우리 경기 교육의 방향과 통한다. 그런 방향에서 잘 조율되기를 기대한다. 단 준비가 어느 정도 됐는지, 어느 정도 열린 자세로 새로운 교육정책을 구체화하고 추진할 건지, 시도교육청과 때론 갈등을 빚어왔던 지방교육자치 권한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 개방적으로 위임할 건지 이런 건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김태경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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