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열쇳말-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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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수준
고2~고3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지음이진원 옮김, 김영사
<상식 밖의 경제학>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청림출판
행동경제학은 합리적 인간 가설을 벗어나 실제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 어떤 사회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경제학의 초석을 닦은 학자이다.
이 책은 ‘아모스 트버스키를 기리며’로 시작한다. 앞서 세상을 하직한 동료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이 책에는 ‘타인의 잘못을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 말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비롯했겠지만 그의 동료 트버스키의 역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카너먼의 기록에 의하면 트버스키는 자신이 잘못 생각할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한 평가자이자 비판자였으며, 더 나은 결론으로 이끄는 조력자이자 안내자였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보듬었던 친구였다.
이 책은 ‘두 가지 시스템, 휴리스틱과 편향, 과신, 선택, 두 자아’ 등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제시되고, 관련 논문 및 저작들의 핵심, 실험을 그렇게 설계한 배경 등을 설명했다.
첫 장에서는 인간의 사고 과정을 시스템 1, 2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시스템 1은 거의 혹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며 인상, 직관, 의도, 느낌 등으로 발현된다. 반면 시스템 2는 관심이 요구되고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으로, 익숙지 않거나 부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체계적인 사고를 구성한다. 시스템 1에서 제안된 인상이나 직관 등은 시스템 2의 승인을 거쳐 믿음으로 바뀌고, 충동은 자발적 행위로 자리매김된다. 시스템 1은 일상적인 사건의 처리에 능숙하며, 단기적인 예측에 있어서 대부분 정확하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나타나는 오류, 즉 편향이라는 약점이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다양한 편향 사례를 제시한다. 통계 조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규모 표본에 대한 과장된 믿음,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확신 편향, 무작위성을 인과관계로 파악하는 착각, 처음 입력한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닻 내림 효과, 쉽게 상기된 정보를 토대로 특정 사건의 가능성을 추론하는 가용성 편향 등이다.
세 번째 장은 허술한 증거로 인과관계를 만들고 그것을 신뢰함에 따라 나타나는 여러 오류를 설명한다. 몇 가지 제한적인 정보를 조합하여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믿어버리는 내러티브 오류,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고 자신이 그런 결과를 예견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후확신 편향, 불확실한 미래 예측에 대한 전문가들의 과도한 자신감 등이다.
네 번째 장은 의사 결정을 주제로 저자가 수행했던 연구를 소개한다. 18세기 수학자 베르누이는 부의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자는 위험을 피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이론으로는 손실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도박을 감행하는 모습을 설명할 수 없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의사결정자가 이익 및 손실의 상황에서 각기 다른 준거점을 사용함을 밝혀내고 이를 뼈대로 한 논문을 완성한다. 이것이 2002년 카너먼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전망 이론’이다.
마지막 장은 경험과 기억의 불일치를 논한다. 사람들은 기억에 의거하여 판단한다. 그런데 실제 경험한 고통이나 쾌락은 그대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채 저장된다. 저자는 이를 적용하여 경험기억을 이용하여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찰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논한 비합리적인 행동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13가지 사례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미끼효과, 닻 내리기, 공짜효과, 시장규칙이 지배하지 않는 인간관계,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 할 일 미루기, 소유의식의 특이성, 가능성에 대한 집착, 고정관념, 플라세보 효과, 정직에 대한 이중적 태도, 취향보다 평판에 무게를 둔 선택 등이다.
책을 쓴 댄 애리얼리는 인간이 이처럼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우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일정한 패턴이 있어 이를 예측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런 대안의 탐색이 합리적 인간을 전제한 기존의 이론으로부터는 도출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한다.
그는 미국인이 노후 자금을 충분히 저축하지 않는 현상을 예로 들어 각 이론의 차이를 설명한다. 먼저 합리적 인간 가설에 기반한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모든 삶의 국면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당연히 적정 액수를 저축할 것이고, 저축을 적게 하는 것은 다른 합리적 이유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에서는 노후 자금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는 이유를 인간의 미루는 경향, 저축을 했을 때 혹은 하지 않았을 때의 이점과 비용에 대한 무지 등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비합리성을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할 방책을 강구한다. 13가지 사례의 끝부분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더 나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붙어 있는데, 이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연구가 지향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자신이 행동경제학에 매진하기까지의 과정을 적었는데, 이 대목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하다. 그는 열여덟 살 때 폭발 사고로 3도 화상을 입었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간호사들을 보며 인간의 비합리성을 읽었다. 이 경험이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겪게 된 고통이 탐구의 연료가 되었던 것이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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