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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개인 잘못인데 국가가 나설 때가 있어요

등록 2013-05-06 10:55

아파트 단지.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아파트 단지.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김진철 기자의 경제기사 바로 읽기

대출 받아 집 샀다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방치하면 다른 국민도 피해 발생해 세금 투입
[난이도 수준: 초등 고학년~중1]

#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다시 임대해주는 임대주택 리츠가 첫발을 뗐다. 국토교통부는 29일 ‘희망 임대주택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임대주택 리츠)가 영업인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임대주택 리츠는 하우스푸어들이 집을 시중에 내놓더라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이를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임대주택 리츠가 사들인 집에는 원주인이 계속 살기 원하는 경우 재임대를 받아 5년 동안 거주할 수 있으며, 원주인은 5년 안에 다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갖게 된다. 원주인이 매수를 거부할 경우에는 일반에 매각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겨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임대주택 리츠는 우리투자증권이 금융주관사로 참여해 15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했다. 매입 대상 주택은 전국 1가구 1주택자의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또는 아파트의 지분으로, 임대주택 리츠는 모두 500호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때 임대주택 리츠의 주택 매입 과정은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감정평가액 대비 낮은 가격을 희망하는 집주인의 주택부터 매입한다는 뜻이다. (하우스푸어를 위한 ‘임대주택 리츠’ 출범/<한겨레> 2013년 4월30일)

몇 해 전부터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너도나도 하우스푸어라고, 힘들다고 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이 말은 ‘워킹푸어’라는 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어로 ‘일을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돈을 버는 일을 하긴 하는데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곤란한 사람들을 뜻합니다. 불안정하긴 해도 일을 하고 있는데도 물가가 오르고 미래가 불투명해 버는 돈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추세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하우스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은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원래 자신의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만큼 부유하다고 봐도 됐었습니다. 그런데 왜 가난하다는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집을 구입할 때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단 대출까지 받아가며 집을 사는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장이 활발했기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도 집값이 충분히 오를 것이기 때문에 대출이자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집값이 오르면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계속 집값이 올라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집값 상승세는 2006년 정점을 찍고 떨어져왔습니다.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진다면 대출이자를 감당하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일해 월급을 받아도 이자를 내고 나면 살아가면서 쓸 돈은 줄어들게 됩니다. 가격이 떨어지는 집을 팔려고 해도 집은 팔리지 않게 됩니다. 더 떨어질지도 모르고 그럴 가능성이 큰데 선뜻 큰돈을 들여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기 마련입니다. 결국 대출 받아 이자를 내고 있는 사람들은 이자뿐 아니라 집값 하락분이라는 두 가지 부담을 함께 지게 되는 겁니다. 집값 손실을 보면서 동시에 이자 부담은 줄지 않고 생활비마저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하우스푸어는 커다란 사회적, 국가경제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출을 갚기가 어려워질 텐데,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은행도 위험해지게 됩니다. 은행이 극도로 어려워져 무너지게 된다면 하우스푸어 아닌 일반 시민들도 은행에 저축한 돈을 잃게 될 수 있고, 은행의 각종 중요한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겠죠. 정부가 나선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팔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손실에서 멈출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문제죠. 이 부분에 정부가 개입하겠다고 나선 게 바로 임대주택 리츠입니다. 하우스푸어의 집을 대신 사주는 대신 그 집을 임대해서 주거할 수는 있게 해준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정부의 이런 구제책이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대출을 많이 받아서라도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투자 이익을 얻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므로, 투자에 따르는 손실도 마땅히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개인의 투자에 따른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이 대출을 잘못해준 셈이니 이에 따른 손실 역시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만일 하우스푸어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해서, 문제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미친다면 정부가 나서야 마땅하게 됩니다. 평범한 시민들한테 부당한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에도 물론 하우스푸어가 일정한 손실은 책임을 져야 하겠죠. 결국 하우스푸어를 정부가 구제해야 할지는, 문제가 얼마나 깊고 심각한가를 판단하는 데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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